조용하지만 강하다, 이끼 정원이 주는 매력

조경공사를 할 때 클라이언트가 이끼 정원을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모든 조경공사의 환경은 제각각이지만 환경 요인에 맞춰 특별히 이끼 정원을 조성했을 때 의외로 그 만족도는 높다. 과연 이끼 정원이 주는 매력은 무엇일까. 손바닥만한 작은 오브제부터 넓은 정원의 형태까지 이번 호에서는 이끼의 다양한 매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진행 남두진 기자┃글 자료 박진영(화랑조경 대표)

많은 사람이 이끼 정원 하면 일본의 젠 가든(Zen Garden)을 떠올린다. 실제로 최근에 전통적인 젠 가든에서 영감을 받은 작은 오브제들이 많이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테라리움에도 이끼는 작은 숲의 배경이 되는 필수 요소이다. 단순하게 돌과 이끼만으로도 공간에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도 이끼가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현장은 이끼 정원이 조화로웠던 북촌한옥마을과 알펜시아리조트다.
자연스럽게 한국 정체성 살리거나
여백 활용해 깔끔한 모습 연출하거나

북촌한옥마을에서 작업한 현장은 한옥과 양옥이 공존한 건물이었다. 한옥은 미팅룸과 오피스로, 양옥은 쇼룸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북촌한옥마을은 한국의 정체성이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공간 특성을 가지기에 이를 최대한 살린 정원의 형태를 구현하고자 했다.
반음지였던 현장에 안팎으로 보이는 전통적인 풍경과 어울리는 이끼 정원을 선택했다. 수종은 기존에 식재된 소나무를 살리고 전통 정원과 현대 정원에서 자주 사용되는 수목들을 적절히 혼합했다. 특히 화려한 꽃보다는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낙엽 활엽수 등 잎이 아름다운 수종이 자연스러운 층위를 이루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통 정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대나무는 뒤쪽 테두리 오른쪽 가장자리에 식재해 정원의 배경을 기능할 수 있도록 배치했고, 붉은 열매와 가을 단풍이 계절감을 선사하는 화살나무와 남천을 그 주변에 배치했다. 이로써 배경은 동양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형태가 됐다.
한편, 소나무 아래 토양은 산성이 강하기에 산수국을 식재했고 지피 식물로는 백리향과 겹물망초를 함께 식재했다. 이 외에 바이텍스, 윤노리나무, 목수국, 노루오줌, 맥문동, 고사리류, 호스타류 등 관목식물과 양치식물도 식재했다. 여기에 암석, 비단이끼, 깃털이끼, 양털이끼 등으로 전체적으로 동양적이면서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정원을 완성했다.
다양한 잎의 질감과 컬러를 층위별로 느낄 수 있는 식재
오랜 기간 자리를 잡은 듯한 자연스러운 전체 모습
마감은 자연스러운 연출이 특징 있는 분재용 마사와 흙자갈을 활용했다. 포인트로 물확을 설치해 수공간을 작게 조성했는데, 오브제 역할과 동시에 이끼 생육에 도움이 될 습한 환경까지 조성할 수 있었다. 관수는 타이머에 맞춰 자동으로 안개를 분사하는 장치를 통해 수월한 관리를 도모했다.
알펜시아리조트는 깔끔한 형태를 원하는 클라이언트 니즈에 맞춰 식재를 비롯해 이끼를 최소화하며 진행했다. 이끼와 양치식물 생육에 최적화된 반음지 공간에 포인트로 큰 암석을 두고 모래이끼, 비단이끼, 고사리류 등의 식물을 식재했다. 여기에 분재용 마사로 멀칭mulching해 여백을 가진 깔끔한 형태의 정원을 완성했다.
한쪽에 조성한 대나무와 물확의 조화
쉬운 유지관리로 연출할 수 있는 절제된 우아함
건조한 이끼를 처음 식재할 때는 물에 한 두 시간 정도 충분히 담궈 놓는 것이 팁이다. 건조한 이끼는 바람에 날려 조절이 어렵지만 물에 불린 이끼는 모양을 잡기 쉽고 암석이나 지면에 부착이 쉬워 비교적 조절하기 쉽기 때문이다. 연출한 직후 이끼가 자리잡기 전까지는 물을 너무 세게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완전히 고정되지 않은 이끼가 물로 인해 흐트러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끼가 마르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약하게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끼 정원은 단순히 식물로서의 매력뿐만 아니라 시각적 향유를 넘어 사색과 성찰을 돕는 공간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절제된 우아함이 바쁜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이끼가 잘 자라는 데는 비료도 특별히 필요하지 않고 물도 최소한으로 주면 된다. 가끔 이끼층을 건드리지 않고 낙엽과 부스러기 정도만 제거하면 된다. 쉬운 유지관리와 더불어 그늘이나 습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능력 덕분에 식재가 까다로운 공간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소중한 아이템이다. 공기 정화는 물론 토양 침식을 막아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심미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매력을 겸비한 것이 바로 이끼 정원이다.
물에 불린 이끼를 암석에 붙이는 작업
암석과 이끼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정원의 디테일
정원은 세계적으로도 지속가능하면서 유지관리가 쉬운 형태로 점점 변해 간다. 이런 흐름에서 이끼 정원이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젠 가든 문화를 통해 예술의 형태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현대에는 명상의 공간으로서 더욱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유지관리가 쉬운 점을 내세워 녹화綠化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도 다양한 정원 유형에 어울리는 식물로 그늘진 정원에서 많이 권장하고 있다.
이처럼 이끼 정원은 오늘날 원예에서 점점 더 그 입지가 넓어지고 있고 단순함의 미학과 동시에 생태학적 이점까지 다양한 장점을 보이고 있다. 우리 집 일부에 이끼 정원을 조성해 보면 어떨까. 키워본 적이 없어도 괜찮다. 작은 테라리움을 실내에 두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