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답지 않았던 빡센 한 마디..."아예 숨도 못 쉬게 해주자" 주장의 강한 요구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대한민국의 캡틴인 손흥민은 항상 조심스럽게 말하는 스타일이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중국 팬들에게 '공한증'이라는 게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길 원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24위)은 21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중국 선전에 위치한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2차전에서 중국(FIFA 랭킹 79위)과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과 중국은 승점은 동률이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한국이 1위를 달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인사이드캠을 통해 중국전을 앞둔 대표팀의 마지막 훈련 모습이 공개됐다. 진지함과 화기애애함이 공존했던 마지막 훈련이었다. 훈련을 마친 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잠시 불러 모았다.
손흥민은 "오늘 훈련도 되게 잘했다고 생각해. 이런 잘 준비된 마음을 내일 경기장에서도 잘 쏟아붓자고 어떻게 보면 올해 마지막 경기야. 또 아시안컵을 가질 즈음,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경기인데 좋은 분위기로 우리가 소집 해제가 되어야 아시안컵 때 모여서 좋은 분위기를 쭉 이어가니까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합시다"라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던졌다.
이어 손흥민은 "내일 관중도 꽉 찬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하고자 하는지 플레이를 잘 보여줘서 아예 숨도 못 쉬게 만들어주자. 힘내서 이기고 잘 돌아갑시다"라면서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도 확실하게 잡아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손흥민이 이렇게나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 이유는 중국에 패배한 기억을 더 아픈 기억으로 되갚아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17년 1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중국에 0-1로 패배한 적이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던 시절, 한국은 전반 35분 위바다오에게 실점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한국은 남은 시간 동안 역전을 노렸지만 끝내 패배했다. 이를 두고 창사 참사라고 부른다. 손흥민은 경고 누적으로 인해서 뛸 수 없는 상태라 참사에 가까운 경기를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6년 전 패배의 기억을 제대로 되갚아주고 싶을 것이다.
[중국의 거친 플레이 조심]
결과와 내용 모두 중요하지만 중국전에서 제일 중요한 건 부상 방지다. 동업자 정신이 결여된 채로 시도하는 중국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는 선수들도 익히 알고 있다. 올해에도 이미 중국의 거친 플레이로 인해서 한국 축구는 몸살을 겪은 바 있다.
연령별 대표팀의 일이었지만 지난 6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중국 현지 환경에 적응해보고자 중국 원정 평가전에 나섰다. 아시안게임 최종명단을 확정하기 위한 중요한 일전에서 중국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엄원상(울산 현대), 조영욱(김천 상무), 고영준(포항 스틸러스)이 쓰러졌다. 작은 부상도 아니었다. 엄원상은 발목 인대 파열, 고영준은 무릎 내측 인대 부분 파열을 당해 K리그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번 중국전에서 부상을 반드시 피해야 하는 이유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2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자칫 중국전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는 선수가 발생한다면 그 선수는 아시안컵에서 뛰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선수한테도, 대표팀한테도 매우 치명적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6월부터 이번 11월 A매치까지 국가대표팀 명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몇몇 선수들만 점검해봤을 뿐, 기존에 자신이 신뢰를 줬던 선수 위주로 선발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야기하는 '지속성'과 '연속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중국전은 대표팀 완전체가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르게 될 마지막 A매치 경기일 수도 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이재성, 조규성 같은 해외파 선수들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아시안컵 직전에서야 합류할 수도 있다. 완전체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자가 발생하면 새로운 대체자는 다른 동료들과 제대로 발도 맞춰보지 못한 채로 아시안컵이라는 큰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손흥민과 김민재의 중국전 각오]
선수들도 이미 중국의 거친 플레이를 알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싱가포르전이 끝나고 "축구를 하다 보면 매 순간 거친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저희도 강팀하고 경기를 할 때는 계속해서 거칠게 경기를 하자라고 말을 나눈다"면서 입을 열었다.
이어 "아시아에서 저희랑 경기할 때는 분명히 다들 거칠게 하려고 할 것이다. 또 저희를 화가 나게 하고 답답하게 하려고 할 것이다. 어찌 보면 전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플레이에서 할 수 있는 면이다"면서 중국이 거칠게 나올 것이라는 걸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상대의 전략을 극복하는 방식에 대해 "저희가 휘말리지 않고 우리의 플레이를 한다면 분명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중국이라고 해서, 또 어느 팀이라고 해서 저희는 두려워할 것도 없다. 우리가 해야 할 플레이만 잘 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 가지고 올 수 있다"라면서 한국의 팀 플레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재 역시 "싱가포르도 만만치 않게 거칠었다. 중국에 가서 우리도 똑같이 거칠게 하지 않는다면 당할 거라고 생각한다. 수비부터 거칠게 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면서 절대로 기세에서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은 김민재의 경험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민재에게 중국 무대를 경험한 적이 있다.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로 이적하기 전 2019년부터 2021년 여름까지 베이징 궈안에서 뛴 경험이 있다. 김민재는 "같이 뛰던 선수들이 지금 대표팀 선수로 뛰고 있어서 그 선수들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대표팀 선수들과 공유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중국의 공한증]
중국은 역대 한국과의 전적에서 2승 13무 21패로 압도적인 열세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승리한 건 2010년 2월과 2017년 3월이 전부다. 중국이 한국에게 매우 약하다는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했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와 중국의 맞대결을 앞두고 "두 나라는 36번 만났는데 중국은 단 2번만 승리했다. 중국 언론은 '공한증(Koreaphobia)'라는 단어를 만들어냈고, 한국은 이 단어를 신나게 반복해서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현재 중국을 이끌고 있는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 역시 한국을 무서워하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 "우리는 세계 수준의 팀과 경기를 할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 축구뿐만 아니라 세계 축구에서도 개개인의 실력, 팀의 안정성, 자신감 면에서도 최고의 팀이다. 한국전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다"면서 한국과의 격차를 인정했다.
그가 이런 격차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전 패배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의 가장 최근 맞대결은 2022년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이다. 당시 한국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었고, 중국을 만나 3-0 완승을 거뒀다.
한국전 0-3 대패를 당한 중국 감독이 얀코비치였다. 그때 당시 한국은 월드컵을 앞두고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위해 매우 실험적인 명단을 꾸려서 대회에 나갔는데도 중국을 상대로 압도적인 내용으로 경기 결과까지 가져왔다.
최근 연령별 대표팀의 경기에서도 한국과 중국의 격차는 충분히 입증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중국에서 열린 이시안게임 8강전에서 중국을 2-0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4강에 진출한 바 있다.
그래도 얀코비치 감독은 "항상 말하지만, 우리는 이기기 위해 항상 경기할 것이다. 예선 첫 홈경기다. 우리는 뛰어난 정신력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정신적으로 무장하고, 이기려는 열정을 가지고 함께 싸워야 한다. 우리는 좋은 결과를 만들기 바랄 것이다. 좋은 결과란 승리를 말하는 것"이라면서 한국을 상대로 3번째 승리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 16일에 진행된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첫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당시 중국은 3-4-2-1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웨이 시하오, 우레이, 탄롱, 류빈빈, 니코 예나리스, 우시, 리레이, 장성룽, 주천제, 장린펑, 옌쥔링이 출격했다.
중국은 전반 초반까지만 해도 경기를 잘 풀었지만 전반 23분 태국의 유엔에게 실점하면서 끌려갔다. 그래도 중국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역전승의 주역은 우레이였다. 우레이는 전반 29분 동점골을 터트리면서 다시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중국은 후반 29분 왕상위안의 득점으로 힘들게 역전에 성공해 승리했다.
이번 중국 원정 경기가 클린스만호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경기가 될 것이다. 중국보다도 전력이 낮은 싱가포르와 태국 원정은 크게 걱정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최근 대표팀 선수들의 파괴력을 볼 때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한국을 상대로 최소한 1점을 가져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시아 2차예선은 각 조의 1, 2위가 3차예선에 진출하게 된다. 중국도 3차예선 진출이 유력한 팀인 건 사실이지만 다른 두 나라에 비해 전력이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전에서 1점을 가져오는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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