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넷플릭스에서 최근 가장 주목하는 한국 간호사

하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에서 간호사 역을 맡은 하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데뷔 6년차인 배우 하영은 이번 작품으로 많은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하영은 ‘중증외상센터’에서 5년차 간호사 천장미 역을 연기했다. ‘중증외상센터’는 1분 1초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증외상 환자 치료에 나선 백강혁(주지훈)과 그의 제자가 돼 진정한 의사로 성장해가는 양재원(추영우)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천장미는 실력과 책임감을 갖춘 시니어 간호사. 중증외상센터에서 일하며 높은 사명감을 지닌 그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캐릭터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리뷰] '중증외상센터' 판타지 아닌 판타지의 날카로운 현실 풍자
'중증외상센터'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들이 물밀듯 밀려오고,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 속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투를 벌인다. 환자를 살릴수록 매년 적자가 쌓이는 외상외과 그것도 중증외상센터의 씁쓸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명감으로 버티고 버텨내 환자를 살린다 하더라도 부조리한 시스템은 그 존속조차 가늠하지 못하게 한다.

이 상황을 타개해갈 히어로 같은 의사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극본 최태강·연출 이도윤)의 백강혁(주지훈)의 존재는 마치 이상향처럼 다가온다. 한국대병원 중증외상팀 백강혁은 괴물 같은 체력과 초인적이고 천재적인 실력으로 중무장해 환자를 살려내며 직설적으로 현실의 문제를 꼬집는다.

북한산에서 추락한 환자가 발생하자 헬기를 타고 현장으로 달려가 레펠을 타고 절벽 위로 뛰어내리거나, 뇌출혈을 일으킨 환자를 살리려 헬기 안에서 머리를 개봉하는 수술을 하는 과감함은 '의사가 맞는지'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너 뭐하는 OO야", "이것도 못 하냐"라며 다소 냉소적인 말투와 거친 언행, 거침없는 태도를 보이지만 중증외상팀을 이끄는 참된 리더이기도 하다. 햇병아리 같은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주는 '호랑이 선생님' 같은 면모도 있지만, 마음이 다치지 않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실력 없고 변명하는 사람들은 싫어하지만, 누구보다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마음을 지닌 참의사로 비친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한산이가 작가(본명 이낙준)가 연재한 웹소설과 이를 바탕으로 홍비치라 작가가 그린 웹툰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를 기반으로 만든 '중증외상센터'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적인 요소로 통쾌함을 안긴다. 하지만 "이 퍽퍽하고 꺼끌꺼끌한 길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걸어가기에는 너무 되다"는 백강혁의 말처럼, '중증외상센터'는 한 천재적인 의사의 영웅적인 서사로만 이야기를 그리지 않는다.

좀체로 나아질 것 같지 않은 현실이라는 커다란 벽에 부딪히지만 이를 '팀'으로 해결해나가는 '중증외상센터'의 이야기는 현실감을 안긴다. 남들과는 다른 재능을 지닌 백강혁만을 필두로 한 영웅 서사였다면 '중증외상센터'의 뿌리를 깊숙하게 박지 못했을지 모른다.

● 중증외상센터라는 공간과 시스템을 꼬집다

"중증외상팀 셔터 내리러 왔습니다."

자신의 임명식에서 백강혁은 중증외상팀을 중증외상센터로 만들겠다는 당돌한 포부를 내비친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거칠게 숨을 내뱉는 중증외상팀을 심폐소생시키고, 환부를 제대로 도려내는 것이다. "이거 뭐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라는 백강혁의 대사는 중증외상팀을 지탱하는 시스템 자체가 견고하지 않고 위태롭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항문외과 전임의 양재원(추영우)과 백강혁의 우연한 만남에서도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일반외과 항문질환 전공인 양재원은 자상환자의 몸 속 멍을 빠르게 파악하지 못하고, 천자(속이 빈 가는 침을 몸속에 찔러 넣어 체액을 뽑아내는 일)도 머뭇거린다. 인력이 부족해 응급의학과가 아님에도 당직을 돌면서 제대로 된 경험과 실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환자를 맞아야 하는 현실이다.

하물며 1분 1초마다 사선을 넘나드는 중증외상팀은 환자를 살리면 살릴수록 '죄인' 취급을 받는 모순의 상황에 처했다. 예산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서러운 처지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만년적자를 쌓아가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이다. 장례식장, 주차장, 식당이 앞다퉈 높은 순위권에서 흑자를 낸다면, 외상외과는 백강혁이 부임한 지 무려 한 달만에 4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정도다. 백강혁이 못마땅한 기획조정실장 홍재훈(김원해)과 병원장 최조은(김의성)이 그를 몰아내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강혁(주지훈)은 민간군사기업 블랙윙즈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인 '중증외상센터'는 히어로물 안에 날카로운 현실의 칼날을 숨겨놓은 풍자극에 가깝다. 복강 출혈, 60중 추돌 교통사고, 남수단 내전 와중에 총상을 입은 장교 수술 등 긴박함을 담아낸 에피소드에서 백강혁의 흠잡을 데 없는 실력은 혀를 내두르게 만들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암울한 현실을 비추고 있기도 하다.

특히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중증외상 위험성은 항문외과 과장 한유림(윤경호)의 딸 한지영이 교통사고로 실려와 심장 파열된 상황에서도 드러나는데, 중증외상팀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던 한유림이 결국 백강혁에게 다가서는 에피소드 역시 이 같은 양면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연출자 이도윤 감독은 원작 웹소설과 웹툰을 관통하는 주제인 불균형한 시스템과 중증외상팀의 존속을 효과적으로 연출한다. 1회 오프닝에서부터 백강혁의 영웅적인 모습을 배치하면서 중증외상센터의 무거운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이 정도의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암시한다.2014년 영화 '좋은 친구들'을 연출한 이도윤 감독은 이번 8부작 시리즈에 이야기의 감정선을 꾹꾹 눌러 담아냈다. 외전을 포함해 웹소설 총 1120화, 웹툰 149화 분량을 8부작 안에 묵직하게 담아낸다.

양재원 역의 추영우(왼쪽)와 백강혁을 연기한 주지훈은 제자와 스승처럼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단순한 히어로물 아닌 '어벤져스' 서사

'중증외상센터'는 백강혁을 통해 이 시대 참된 리더의 모습에 대해 질문한다.

"외상센터는 하나의 팀입니다. 저 혼자였다면 불가능했던 일도 서로가 있기에 가능했다"는 백강혁의 대사는 중증외상팀을 재건하기 위해 여러 개의 주춧돌이 필요함을 암시한다. 마치 할리우드 마블스튜디오의 히슈퍼히어로물 '어벤져스'를 연상케 하는 서사는 캔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 헐크, 블랙 위도처럼 중증외상팀의 팀원들이 모두 백강혁처럼 높은 능력을 지니지 않았지만 함께 할 때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겉으론 안하무인에 무례한 듯 보이는 백강혁은 알고 보면 정이 많은 따뜻한 선배이기도 하다. 후배들을 향한 공격을 막아서는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위험에 노출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스파르타식 교육을 강조해 따라기가 버겁지만, 한 단계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끌어준다.

이를 연기한 주지훈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캐릭터를 어색하지 않게 녹여낸다. 자칫 감정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울 법한 대사나 상황이 반복되지만, 백강혁이 환자를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얼개를 끝까지 밀고 나가면서 중증외상팀을 이끈다.

백강혁의 가르침 아래 성장해가는 양재원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에서 구덕이(임지연)을 연모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사랑 앞에 솔직한 캐릭터를 연기한 추영우의 힘으로 매력을 얻는다.

중증외상팀의 5년차 시니어 간호사 천장미를 연기한 하영의 존재감도 빛난다. 극 중 백강혁과 양재원의 또다른 손이 되어주고, 특히 양재원에게는 또다른 정신적인 위로를 안기는 그는 쿨하고 터프한 성격의 캐릭터를 제대로 펼쳐내 호평받고 있다.

조용하지만 내면에 단단함을 숨긴 마취과 레지던트 박경원을 표현한 정재광과 항문외과 과장 한유림 역 윤경호도 이야기를 든든히 받쳐주는 탁월한 조역의 역할을 다했다. 이들은 극 중 백강혁이 이끄는 중증외상팀의 중요한 퍼즐이 되어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중증외상센터'에서 중요한 팀원, 5년차 시니어 간호사 천장미(하영). 사진제공=넷플릭스

연출 : 이도윤 / 각본 : 최태강 / 출연: 주지훈, 추영우, 하영, 정재광, 윤경호, 김선영, 김원해, 김의성, 김재원 외 / 장르: 의학, 드라마, 판타지 / 공개일: 2025년1월24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시청가 / 회차 : 8부작 / 공개 :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