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기 맞은 HD현대, HD현대일렉트릭 '교환사채' 꺼낸 배경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HD현대 신사옥 글로벌R&D센터 /사진 제공=HD현대

HD현대가 HD현대일렉트릭의 지분으로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선다. HD현대는 조선 계열사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주요 수익원인 HD현대오일뱅크의 배당이 축소되면서 단기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이자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EB를 발행하고 채무를 상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HD현대일렉트릭의 주가가 높아지면서 유리한 조건에 EB를 발행할 수 있게 된 것도 한 이유다.

HD현대는 지난 11일 HD현대일렉트릭 지분 1.99%를 대상으로 265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현재 HD현대의 HD현대일렉트릭 지분율은 37.22%다.

HD현대는 이번에 확보하는 자금을 채무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HD현대는 △2024년 12월1일 500억원(산업은행) △2025년 2월28일 1500억원(KB증권) △2025년 3월4일 800억원(중국건설은행) 등 2800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도래한다.

HD현대는 지주사로 계열사의 배당금이 주된 수익원이다. 그 중 HD현대오일뱅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HD현대오일뱅크가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배당금 규모가 축소됐고 HD현대의 현금흐름도 악화됐다. HD현대의 올 반기 별도기준 영업현금은 194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4.5% 감소했다.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HD현대의 조선3사는 최근 호황기를 맞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첫 연간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도 그룹 전체적으로 순이익의 30%를 배당하겠다고 밝힌 만큼 연간 기준으로는 현금이 더 유입될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유동성은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HD현대의 현금성자산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2020년 별도기준 2995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은 2021년과 2022년 900억원대로 줄어든 뒤 2023년 567억원을 기록했다. 올 반기에는 이보다 53.4% 감소한 264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올 반기 HD현대의 차입금은 2조7026억원으로 보유현금보다 상당히 많다. 이에 따른 순차입금비율은 44.8%다.

/자료 제공=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당장 보유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EB를 발행하면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번 EB 역시 표면이자율, 만기이자율 모두 0%다. 이에 따라 HD현대는 이자비용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HD현대는 EB로 HD현대일렉트릭 지분을 내세웠다. 여기에는 HD현대일렉트릭의 최근 성장과 주가에 대한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일렉트릭 주가는 연초 8만원대에서 현재 30만원대 초반까지 약 300% 상승했다.

EB 가격은 일반적으로 기준가에 프리미엄을 얹은 방식으로 정해지는데, HD현대는 이번에 15%의 할증 프리미엄을 정했다. 이에 따라 교환가격은 15% 할증이 붙은 36만9531원으로 당장 시장에 주식을 파는 것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265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향후 주가도 낙관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3년 연결기준 매출 2조7028억원, 영업이익 315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8.4%, 136.9% 증가한 액수다. 올 반기에도 매출 1조7179억원, 영업이익 3388억원을 나타냈다. 전년동기 대비 41.8%, 222.2% 증가한 액수로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김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