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유럽이 선택한 ‘저가형 드론 킬러’의 부상
국제 군사 무기 시장에서 지금 가장 주목받는 무기는 고가 미사일이 아니라 저가형 정밀유도 로켓이다. 미국이 개발한 APKWS II(Advanced Precision Kill Weapon System II)는 기존 70mm 무유도 로켓에 레이저 유도 키트를 장착해 정밀 타격이 가능하도록 만든 무기다.
단가는 3만 달러 수준으로, AIM-9X와 같은 고가 공대공 미사일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에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동유럽 국가들이 적극 도입하고 있다. 최근 런던에서 열린 DSEI 2025 국제 방산 전시회에서 영국 BAE 시스템즈가 APKWS II 개량형을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에 공식 통합한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차세대 드론 킬러’의 글로벌 표준이 자리 잡는 모습이다.

한국산 ‘비궁’, 기술은 뛰어나지만 전략 부재
문제는 한국산 비궁이다. 비궁은 70mm 로켓에 적외선(IR) 유도 기술을 접목해 발사 후 망각(Fire-and-Forget)이 가능한 고성능 무기다. 특히 지상 기반에서 드론 요격에 특화돼 있어 실전 운용 평가에서도 높은 성능을 보여왔다.
하지만 국제 시장에서는 APKWS II의 확산 속도와 전략적 마케팅에 밀리며 점점 존재감이 줄어들고 있다. 기술적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대량 양산 체계가 늦어지고, 항공 플랫폼 연동이나 글로벌 홍보 전략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결국 성능은 세계적 수준인데, 가격 경쟁력과 생산 속도에서 뒤처진 상황이다.

APKWS II, ‘듀얼 모드’ 개량으로 비궁 장점까지 흡수
더 큰 문제는 미국이 AGR-20F 개량형을 통해 비궁의 장점까지 흡수했다는 점이다. 기존 APKWS II는 레이저 유도만 가능해 발사 후 조준을 유지해야 하는 제약이 있었으나, AGR-20F는 적외선 유도 기능을 추가하면서 발사 후 망각 능력까지 확보했다.
즉, 날씨가 좋은 상황에서는 레이저 유도를, 악천후나 야간에는 적외선 유도를 활용하는 ‘이중 모드’ 체계가 가능해졌다. 이는 비궁의 최대 장점을 APKWS가 따라잡은 것이며, 동시 교전 능력까지 향상시켜 드론·미사일 대응에서 사실상 ‘올인원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시장을 장악하는 APKWS II, 뒤처지는 한국의 현실
APKWS II는 이미 미국군 헬기, 무인기, 지상 차량, 고정익 전투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 통합돼 운용되고 있다. 반면 비궁은 지상 기반 운용에 국한돼 있고, 아직 전투기나 헬기 등 항공 플랫폼 연계는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APKWS II는 대량 생산으로 단가를 3만 1천 달러 수준까지 낮췄으며, 향후 2만 달러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비궁은 양산 지연으로 단가 절감 효과가 제한적이며, 해외 홍보 역시 미흡하다. 결과적으로 미국·유럽이 선택한 무기와 한국이 개발한 무기 사이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해법: 가격·속도·외교 전략이 관건
비궁의 기술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시장 전략이다. 한국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은 국내 대량 양산을 통해 단가를 24,000달러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여기에 수출형 경량 모델 개발, 현지 조립 협력, 부분적 기술 이전 같은 전략이 결합된다면 동유럽·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 비NATO권 국가를 대상으로 충분한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
또한 항공기·무인기 플랫폼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 전투기와 헬기, 드론 등 다중 플랫폼에서 활용이 가능해질 때 비궁은 다시 국제 시장에서 재도약할 수 있다.

방산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선택
현재 드론 전장은 속도·가격·전략이 성패를 가른다. 성능만 뛰어난 무기라 해서 시장을 장악할 수는 없다. 한국의 비궁은 기술적으로 APKWS II와 맞먹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앞서 있지만, 양산 체계와 외교적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고립된 무기로 남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이 선택한 APKWS II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지금, 한국이 비궁을 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수출 전략과 신속한 실행력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비궁은 ‘세계적 기술’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아이러니를 맞이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