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 외국인 ‘순매도’에 올라가는 환율, ‘순매수’ 때는 안 내려가는데…
지난 12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3512억원어치를 순매도(매도-매수)를 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0.7%) 올라간 1468.4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팔아 받은 원화를 달러로 바꾼 게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외국인 순매도가 환율 상승을 동반하는 상황은 13일에도 벌어졌다.
같은 논리라면 외국인 순매수(매수-매도)가 일어나면 환율 하락으로 연결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1조2548억원어치를 순매수 했지만 환율은 전날보다 0.3원(0.02%) 오른 1445.8원으로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매가 환율을 높이는 방향으로만 작용하고 있다” “환율 상승과 관련해 서학개미의 해외투자만 탓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

◇ 원화 약세에 최근 외국인 환헤지 증가… 주식 사도 달러 안풀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2일부터 지난 12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주식 1조377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439원에서 1468.4원으로 29.4원(2%) 올랐다. 이론적으로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는 과정에 외환 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면서 환율이 떨어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환율이 올라간 것이다.
외국인의 순매수가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이들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조달하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헤지를 하지 않고 국내 주식에 투자하며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과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동시에 노려왔다. 그러나 2024년 말부터 환율 상승 흐름이 장기화되면서 이런 전략이 흔들렸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환율이 더 상승할 경우, 환전 과정에서 발생한 환차손이 주식 투자 수익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어서다.
이에 최근 외국인들은 사전에 정해둔 환율로 미래 특정 시점에 통화를 교환하는 외환스왑 계약을 체결해 환율 변동 위험을 낮추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 주식을 매도하면 사전에 정해둔 환율에 따라 달러를 돌려받기 때문에 시장의 달러 수요와 공급이 상쇄된다. 외국인들이 이 방식으로 주식을 거래하면서 순매수가 발생해도 환율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환은행이 비거주자와 실시한 외환스왑 거래는 2024년 4분기 일평균 91억달러에서 작년 3분기 111억2000만달러로 22.2% 증가했다.

◇ 환헤지 안한 주식투자금 회수할 땐 환율에 영향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순매도 할 때 환율이 올라가는 현상에 대해서는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과거 환헤지를 하지 않고 유입된 외국인 투자금은 여전히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과거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팔아 국내 주식을 매수했다가 한동안 코스피가 횡보하는 바람에 투자금을 빼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주가 상승 국면에서 국내 주식을 매도할 경우 환율은 상승한다. 실제로 과거 외국인들의 환헤지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원인으로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확대가 꼽힌다. 외국인이 환헤지로 국내 시장에 투자하더라도 해외 주식을 매수하는 국내 투자자가 늘어나면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3일(+4억5862만달러)부터 12일(+4억2523만달러)까지 6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수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개인과 기업 모두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달러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인데, 그동안 달러를 공급해오던 외국인 투자자들마저 시중에 달러를 내놓지 않으면서 달러는 부족해지고 환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면서 “환율 상승세가 꽤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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