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日총리로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한·일 역사 문제 인식은?
아베 정책 비판한 ‘온건 보수’…강제동원 판결 등에 역사 인식 필요성 언급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이시바 시게루(67)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1일 일본의 102대 총리로 선출됐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오후 나루히토 일왕으로부터 총리 임명장을 받은 뒤 새 내각을 정식으로 출범한다.
NHK에 따르면, 이시바 총재는 이날 중의원 본회의에서 열리는 총리 지명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 지지로 과반 표를 얻어 총리로 지명됐다. 참의원(상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통해 이시바 총재를 총리로 공식 확정할 예정이다.
자민당은 공명당과 함께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이시바 총재는 이변 없이 새 총리로 뽑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총재는 1885년 내각제 도입 후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 이후 제 102대 총리가 된다.
선출 후 이시바 총재는 이시이 게이이치 공명당 대표와 회담을 진행한 후 새 내각의 각료 명단을 발표한다. 이후 일왕 거처인 고쿄에서 나루히토 일왕으로부터 임명을 받는 친임식과 각료 인증식을 거쳐, 자민·연립여당 공명당의 이시바 내각이 출범하게 된다.
과거사 인식에서 비둘기파로 평가
이시바 총재는 과거사 인식에서 '비둘기파'로 평가된다. 자민당 내 '비주류' 인사로, 역사수정주의 경향을 상징하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왔다. 특히 한·일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유력 정치인 중에서는 드물게 일본의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왔다.
2019년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블로그에 "우리나라가 패전 후, 전쟁 책임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은 것이 많은 문제의 근저에 있으며 그것이 오늘날 여러 가지 모양으로 표면화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서는 "판결은 국제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일본이 식민 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참배하지 않았다.
이런 행보로 볼 때 이시바 체제에서 한·일 관계는 온건한 분위기 속에서 협력 행보를 보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추진되는 각종 협력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현재까지 현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윤곽이 드러난 이시바 내각 면면을 보면, 이시바 총재는 자신의 측근을 대거 등용하되, 총재 선거 결선 투표 때 자신을 지지해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측 인사들도 배려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 관저 2인자인 관방장관에는 '기시다파' 출신인 하야시 요시마사 현 관방장관이 연임될 예정이다.
외무상에는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 방위상에는 나카타니 겐 전 방위상이 각각 기용된다. 총무상에는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전 행정개혁상, 농림수산상에는 오자토 야스히로 총리 보좌관, 디지털상에는 다이라 마사아키 자민당 홍보본부장 대리, 경제재생상에는 아카자와 료세이 재무성 부대신을 각각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 이시바 총재가 선거에 입후보했을 당시 추천인 20명에 포함된 인물이다. 재무상에는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이 거론된다.
조기 총선 실시… "새 정권, 일찍 국민 심판 받아야"
이시바 총재는 총리 취임 및 내각 구성을 마무리한 후 조기 총선을 실시해 '비자금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한 당의 정권 기반을 다시 다진다는 방침이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새 정권은 가능한 한 일찍 국민 심판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중의원을 조기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할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이날 오전 당 본부에서 기자단을 만나 "국민을 정면에서 마주 보고 성심성의껏 말하고 이해를 받을 것"이라며 "도망치지 않는 내각, 실행하는 내각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재는 오는 10월15일 중의원 선거 일정을 알리는 고시를 하고, 10월27일에 투·개표를 실시한다. 전임 총리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에 따라 기시다 내각은 이날 오전 총사직했다. 기시다 전 총리의 재임 일수는 1094일로, 종전 이후 8번째로 긴 기간 동안 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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