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냉기'가 전국으로 퍼지는 이유 f. 미래에셋증권 허혁재 부동산수석위원
# 부동산 길고 완만한 2차 하락이 시작됐다
부동산 시장에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주부터 강남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강남 불패'도 끝났다는 시각이 있는데요.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격지수를 보면 2021년 10월 고점을 찍고, 작년 하반기까지 계속 하락했습니다. 올해부터 가격이 올랐음에도 서울은 고점대비 15% 빠진 상황입니다. 전국 모두 작년 말보다는 올랐지만, 10월 잠정지수 변동률을 보면 부동산 하락 전환이 예상됩니다.
현재 가격이 빠지면서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가격이 올라갈 때 거래량이 폭등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요. 작년 서울 거래량이 681건으로 바닥이었고 그때보다 3배정도 늘어났기 때문에 거래량이 증가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거래량은 8월에 정점을 찍었다가 하락세입니다.
거래량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는데요. 2006~2023년까지 평균 거래량은 7만6000건으로, 4만건 이하로 거래된 건 2006년 이후 작년과 올해밖에 없습니다. 작년에는 1만2000건도 안 됐기 때문에 빙하기라고 말했습니다. 올해도 4만건을 넘기긴 쉽지 않습니다.
거래가 감소하면서 매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매물이 3개월전보다 12%가 늘어나면서 변동기에 들어섰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는다면 입주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입주물량으로 가격이 하락 반전하는 시기입니다. 반대로 곧 반등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여전히 공급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공급 물량은 아파트 입주 물량으로 얘기합니다. 적정 입주 물량은 인구의 0.5%나 아파트 재고의 2.5%정도인데요. 서울인구가 940만명으로, 0.5%면 4만7000명정도 입주해야 합니다. 또 최소 4만호 이상 입주해야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합니다. 지금 시장엔 집을 사는 것보다 집값이 더 하락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이때는 실질 수요를 봐야 하는데, 공급물량이 적다고 가격이 올라가진 않습니다.
저는 지금 시점을 제2의 하락기라고 봅니다. 반등은 끝났고, 작년만큼 하락하진 않겠지만 낮은 낙폭에서 천천히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천천히 빠지면 지역별 차이 없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데, 그동안 하락하지 않은 강남도 같이 빠질 것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정책을 내놓는 경우도 많은데, 1기 신도시 특별법 경우에는 오랜만에 여야가 뜻을 모았기 때문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별법은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상향 및 용도지역 변경 △확보한 공공용지의 자족기능 부여 △기반시설 설치 등 여러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다만 저는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 사업이 빨라져 좋지만, 200% 안팎인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이는 방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구 밀집이 높아지고 주거의 질이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서울에 대한 선호도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매매 가격은 9월에 정점을 찍고 내려갔는데, 전세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빌라 전세 사기로, 이 이슈가 전세나 청약 등으로 몰리게 만들었습니다.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