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한 박정훈 대령이 쓴웃음 지을 때는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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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군사법원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박정훈 대령 재판에는 취재진, 해병대 예비역, 정치인 등 유독 방청객이 많다.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은 "박 대령이 열심히 수사했지만, 마치 수사 지휘를 유족한테 받은 것처럼, 유족이 원하는 부분으로 수사했다. (···) 장관의 정당한 지시를 외압이라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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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군사법원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지난해 12월 첫 공판이 시작됐으니, 벌써 9개월째다.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박 대령은 돌연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에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다.
박정훈 대령 재판에는 취재진, 해병대 예비역, 정치인 등 유독 방청객이 많다. 매번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되는 재판을 취재하느라 꼼짝없이 방청석에 앉아 있으면 허리가 쑤셔온다. ‘기억이 안 난다’는 증인과 답변을 끌어내려는 변호인 사이 돌고 도는 대화를 듣다 자꾸 시계를 확인하게 된다. ‘이러다 저녁 약속 늦겠는걸.’ 주위를 둘러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들 좀이 쑤신 몸을 어찌하지 못해 꼼지락거리기 바쁘다.
정복 차림의 박정훈 대령은 재판 내내 정면을 응시한 채 꼿꼿한 자세다. 이따금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생각할 때를 제외하면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별다른 표정은 없다. 그런 박 대령이 엷은 미소를 띠는 순간이 있다.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일관하거나 박 대령이 겪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할 때다. 예컨대 이런 경우다.
9월3일 7차 공판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이 전 장관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은 “박 대령이 열심히 수사했지만, 마치 수사 지휘를 유족한테 받은 것처럼, 유족이 원하는 부분으로 수사했다. (···) 장관의 정당한 지시를 외압이라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다.
“대통령실로부터 어떠한 지침도 없었다”라던 이종섭 전 장관은 지난해 7월31일 언론 브리핑 취소와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리기 직전, ‘02-800-7070’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누가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밝히기 적절하지 않다”라고 증언했다. 이 번호의 통신사 가입자명은 ‘대통령경호처’로 밝혀진 바 있다.
같은 날 재판부는 박정훈 대령 측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신청한 사실조회를 일부 인용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7월31일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지, 이날 ‘02-800-7070’ 번호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했는지 등에 서면으로 답하라는 의미다. 답변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박 대령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답하지 않는다면 더 의심받지 않겠느냐”라고 되물었다. 9월24일 대통령실은 재판부에 제출한 ‘사실조회 회신’을 통해 “법원에서 사실조회를 의뢰한 사안은 국가안보 사항이라 응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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