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남도 부여에는 이런 여름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긴 장소가 있다. 백제의 숨결이 스며든 ‘궁남지’와 ‘서동공원’이 그곳이다.
고대의 정취가 살아 있는 이곳은 5월 말부터 수련이 고요히 피어나며, 7월이면 ‘서동연꽃축제’로 절정을 맞는다.
자연과 유적이 공존하는 특별한 정원에서 올여름, 당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부여 서동공원과 궁남지

단순한 연못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부여 궁남지는 7세기 백제 무왕이 궁궐 남쪽에 조성한 인공 연못으로, ‘삼국사기’에 그 이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더 놀라운 건 이 연못의 중심에 떠 있는 인공 섬이다.
이는 단순한 조경이 아닌 신선사상을 기반으로 설계된 공간으로, 백제의 이상 세계와 미의식이 녹아 있다. 지금도 연못 둘레를 따라 걷다 보면, 고대 우물터나 주춧돌, 석조 유물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역사의 깊이를 실감케 한다.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연못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좋지만, 이곳은 걸음마다 여운이 남는 곳이기에, 느리게 걷는 여행을 권한다.

5월 말이 되면, 궁남지 연못 위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건 연꽃이 아닌 수련이다. 연꽃보다 작고 소박한 이 꽃은 이른 아침 잔잔한 물결 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면 수련은 조용히 꽃잎을 열고, 그 순간 연못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변한다. 바람마저 잠든 아침 시간, 수련은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한 고요함을 선사한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이른 시간 방문을 추천하고, 마음을 쉬고 싶은 여행자라면 연못가 벤치에 앉아 그 풍경을 온전히 느껴보자.
7월 서동연꽃축제

수련의 계절이 지나고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궁남지는 다시 한 번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7월, 서동공원 일대에서는 ‘서동연꽃축제’가 열리며 연못은 연꽃의 바다로 변한다.

천만 송이 이상의 연꽃이 궁남지를 수놓고, 연분홍·순백·연노랑빛 꽃잎이 연녹색 잎 사이에서 피어나는 모습은 말 그대로 압도적인 장관이다.
단지 아름다움을 넘어, 연꽃은 진흙 속에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피어난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백제가 추구한 청렴과 순결의 철학이 이 꽃 한 송이 속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제 기간에는 다양한 문화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도 열려,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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