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과세수에 소환된 ‘노르웨이 국부펀드’, 어떻게 걷히고 어떻게 쓰이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도체 초과세수 활용방안을 거론하며 참고 모델로 언급한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 펀드는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을 팔아 번 돈으로 조성돼 현재는 세계 최대 규모 국영펀드로 성장했다. 반도체 초과세수를 같은 모델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사용처와 운영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취재를 종합하면,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정부연기금 글로벌)의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19조9980억크로네(3250조원) 수준이다. 전 세계 국영펀드 중 규모 가장 크다. 펀드가 실제 운용을 시작 1996년과 비교해 30년 만에 규모가 약 1만배 증가했다.
1969년 노르웨이 인근 해역에서 북해유전이 발견돼 장기간에 걸친 막대한 에너지 수입이 예고됐다. 이후 에너지 수입을 단기 지출로만 쓰지 않고 미래 세대를 위해 일부를 저축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1983년 노르웨이 정부 측이 처음으로 석유 등 에너지 판매자금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기금 수익만 사용하도록 하는 ‘국부펀드’ 안을 내놨고, 1990년 정부석유기금법(현 정부연금펀드법)이 제정됐다. 경기침체 등으로 실제 재원 투입은 6년 뒤인 1996년에 시작됐다. 공론화부터 실제 펀드 조성까지 13년이 걸린 셈이다.
법에 따르면 노르웨이 정부의 석유 부문 순현금흐름은 전부 국부펀드에 이체된다. 순현금흐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재원은 석유·가스회사에서 거둔 법인세·특별세 등 세금 재원과 국가 소유 석유가스전에서 발생한 수입이다. 지난해 기준 석유·가스 회사로부터 걷은 세금 재원은 3738억크로네(약 60조8500억원)이었다. 전체 투입 재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6.3% 수준이다.
사이클을 타는 에너지 산업 특성상 매년 투입되는 재원 규모 자체는 들쭉날쭉하다. 코로나19로 유가가 폭락했던 2020년에는 1068억크로네(17조4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폭등했을 때는 1조2850억크로네(약 208조8000억원)로 급증했다. 다만 펀드 규모가 누적되면서 전체 펀드 운용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펀드의 주요 투자처는 해외 자산이다. 지난해 기준 주식(71.3%)의 비중이 가장 크고, 이어 채권(26.5%), 비상장 부동산(1.7%) 순이다. 에너지를 팔아 주식을 사는 구조인 셈이다. 현재 펀드 규모의 절반 이상은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이다.
펀드 자금 일부는 정부 재정에 쓰인다. 정부는 펀드의 기대수익률(현재 3%) 안팎으로 꺼내 쓸 수 있다. 기대수익률이 일종의 ‘재정준칙’인 셈이다. 노르웨이 정부의 개정예산안을 보면 올해 정부가 꺼내 쓸 펀드 자금은 5790억크로네(94조1000억원)이다. 전체 펀드 자금의 2.7% 수준이다.
펀드에서 정부로 이전된 자금에는 따로 용처가 정해져 있지 않다. 자금은 일반 예산으로 이전돼 연금 등 사회보장 지출, 국방비, 전기요금 지원 같은 가계 부담 완화 재원으로 쓰인다. 펀드 자금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도 필요하다. 정부가 자금을 선심성으로 쓰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업종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에너지 기업에서 얻은 세금을 주 재원으로 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초과세수’ 활용 방안 논의에 참고 기준이 될 수 있다. 다만 초과세수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명확한 사용 원칙을 세우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초과세수는) 정부가 절차에 따라 걷은 세금이기 때문에 용처에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면서 “(국민배당금처럼) 국민에게 재난지원금 주듯 나눠주는 방식이 효율적일지, 국가의 부채를 갚는 데 쓸 지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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