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협상의 5가지 쟁점과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문병준의 이란전쟁 분석과 전망]

[요약]

결정의 연기: 트럼프의 '무기한 연장'은 전쟁의 종결이 아니라, 외교와 타격 사이에서 최종 결심을 뒤로 미룬 '전략적 유예'에 불과하다.

봉쇄라는 이름의 전쟁: 총성은 멎었을지 모르나 해상 봉쇄와 압박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는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안한 미래: 테헤란의 권력 공백과 워싱턴의 인내심이 맞물리는 와중에 제한된 재타격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봉쇄될 수 밖에 없다.

멈춘 것은 전쟁이 아니라 '결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란 휴전을 무기한 연장했다. 겉으로만 보면 긴장 완화다. 그러나 실제로 연장된 것은 평화가 아니라 시간이다.

공격 옵션은 철회되지 않았고, 봉쇄도 풀리지 않았다.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시점만 뒤로 밀렸다.

반나절 만에 뒤집힌 백악관의 언어

4월 21일 오후 4시 24분, 워싱턴 동부시간. 한국 시간 4월 22일 새벽 5시 24분. 트럼프는 Truth Social에 휴전을 시한 없이 연장한다고 적었다.

불과 몇 시간 전 CNBC 인터뷰에서 휴전 연장 의사가 없고, 필요하면 다시 폭격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낸 바로 그날이었다. 같은 하루 안에서 백악관의 언어는 강경론에서 유예론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군사 압박을 거둔 것이 아니라, 외교에 마지막 시간을 더 줬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내세운 이유도 분명했다. 이란 권력 내부가 갈라져 있어 통합된 제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판단, 그리고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국방총사령관과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공격 연기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이 두 문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압축한다. 테헤란은 하나의 목소리로 말하지 못하고, 워싱턴은 그 틈을 압박과 협상의 동시 가동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과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휴전은 살아 있고, 외교는 멈춰 있다

문제는 휴전의 선언이 아니라 휴전의 '실질'이다.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를 전쟁 행위라고 규정했고, 미국은 군사 옵션을 접지 않았다.

2차 협상을 위해 예정됐던 JD. 밴스 미 부통령의 이슬라마바드 행도 이란이 미국 측 조건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멈춰섰다. 총성은 잠시 잦아들었지만 외교는 아직 재가동되지 못했다.

지금의 휴전은 합의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교착'의 다른 이름에 더 가깝다.

테헤란의 즉각 반응

트럼프의 무기한 연장 발표가 나온 뒤 이란의 공식 반응은 늦춰졌다. 이란 국영 타스님 통신은 "입장은 추후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만 했다.

그러나 비공식 강경 신호는 즉시 나왔다. 갈리바프 의회의장 측 고문은 트럼프의 무기한 연장을 "기습 공격을 위한 시간 벌기"라고 규정했다. 미 해군 봉쇄는 '폭격과 다를 바 없어' 군사적 대응을 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환영 발언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가 말한 "이란의 분열"은 대화 의지의 분열이 아니라, 거부 방식의 분열에 가깝다.

중동에서 휴전은 끝이 아니라 형식이었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주요 아랍-이스라엘 전쟁만 놓고 봐도 일곱 차례가 이어진다.

1948~49년 1차 중동전쟁,
1956년 수에즈 전쟁,
1967년 6일전쟁,
1973년 욤키푸르 전쟁,
1982년 레바논 침공,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
2023년 이후 가자 전쟁이 그것이다.

여기에 이란-이라크 전쟁과 걸프전, 2003년 이라크전 같은 비이스라엘 전쟁까지 더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그러나 중동 전쟁사를 읽을 때 더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니라 '결말의 방식'이다. 이 지역에서 전쟁은 종종 끝난 것이 아니라 중단되어 왔다. 그래서 중동에서 휴전은 전쟁을 끝내기보다, 다음 전쟁까지 잠시 멈추는 장치로 더 자주 작동했다

정식 평화조약으로 가장 선명하게 귀결된 사례는 1979년 이집트-이스라엘 조약과 1994년 요르단-이스라엘 조약이다.

그 밖의 수많은 충돌은 정전, 유예, 관리된 긴장 상태로 남았다. 지금 이슬라마바드에서 벌어지는 일도 그 계보 밖에 있지 않다.

지금의 상황은 오래된 미해결 문제들의 재등장이다

1948년 전쟁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끝내지 못했다. 1967년 전쟁 뒤에는 이른바 ‘영토와 평화의 교환’ 원칙이 국제 외교의 문법이 됐지만, 결의 242가 약속한 질서는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1973년 전쟁은 평화조약으로 이어졌으나, 그 합의를 밀어붙인 안와르 사다트는 1981년 암살됐다. 중동에서 전쟁의 후속 조치는 가끔 전장 밖에서 다시 시험받았다.

평화는 문서에 서명하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그 서명을 살아남게 만드는 데서 비로소 시작된다.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도 지금의 이란을 설명하는 핵심 기억이다. 고립 속에서 장기전을 버틴 경험은 이란에게 안보를 추상적 원칙이 아니라 체제 생존의 문제로 각인시켰다.

그래서 오늘의 협상은 단지 포화를 멈추는 기술적 조정이 아니다. 누적된 전쟁의 기억을 어디까지 되돌릴 수 있느냐를 겨루는 '정치적 시험'에 더 가깝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군사 목표물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테헤란의 가장 큰 변수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다

지금 워싱턴이 기다리는 것은 이란의 답변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변수는 테헤란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3월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됐지만, 2월 28일 공습에서 입은 부상 여파로 공개 활동에 제약을 받아왔다. 국가의 최고 권위가 흔들릴 때, 실질 권력은 더 강경한 기관으로 이동하기 쉽다.

그 점에서 혁명수비대의 무게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혁명수비대를 이끄는 아마드 바히디는 1994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유대인회관 폭탄테러와 관련해 인터폴 적색수배 이력이 거론되는 강경 인물이다.

설령 협상파가 존재하더라도, 그 합의안이 곧장 '하나의 국가 의지'로 정리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이란의 문제는 제안을 낼 수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제안을 최종적으로 보증하느냐에 있다.

협상의 다섯가지 쟁점

2차 협상이 다시 열리면 핵심 쟁점은 다섯 갈래로 모인다.

첫째는 핵 문제다.

지금의 협상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느냐’ 같은 구호 수준이 아니다. 농축 수준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이미 쌓아둔 고농축 우라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사찰과 검증을 어떤 방식으로 묶을 것인가가 핵심이다.

말로는 단순해 보여도 실제로는 체제 안전보장과 직결돼 있어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다.

둘째는 호르무즈 해협과 해상 봉쇄다.

이란은 외국 선박 통과를 제한하고 있고, 미국은 이란 선박과 항만 접근을 틀어쥐고 있다. 서로 상대가 먼저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령 합의가 이뤄져도 물류 정상화는 바로 되지 않는다. 시장은 선언보다 해제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반응한다.

셋째는 제재와 동결자산이다.

이란은 전면 제재해제를 원하고, 미국은 단계적 해제를 고수한다. 이 문제는 늘 그렇듯 ‘누가 먼저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의 싸움이다. 미국은 행동 대 행동을 원하고, 이란은 약속이 아니라 실제 해제를 요구한다.

넷째는 협상의 범위다.

이란은 레바논 전선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분리하지 않으려 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의제를 최대한 좁히려 한다.

협상 범위를 넓히면 포괄적 합의의 가능성은 생기지만 합의 자체는 어려워진다. 반대로 의제를 좁히면 타결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곧바로 다시 충돌할 불씨를 남긴다.

다섯째는 후티와 이라크 민병대 같은 역내 대리세력 문제다.

지금 이란이 끝까지 쥐고 있는 마지막 지역 카드다. 이 문제를 빼고는 진짜 긴장 완화를 말하기 어렵지만, 이 문제를 넣는 순간 협상은 훨씬 더 복잡해진다.

향후 협상의 4가지 시나리오, 두 방향

앞으로 가능한 경로는 네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가장 약한 봉합이다.

휴전을 계속 연장하면서 실질 합의 없이 시간만 더 끄는 방식이다. 당장은 숨을 돌릴 수 있지만, 언제든 다시 충돌로 돌아갈 수 있다.

두 번째는 제한적 타결이다.

핵과 봉쇄, 일부 제재 문제만 우선 묶어 최소한의 합의를 만드는 방식이다. 가장 현실적인 경로이지만, 레바논과 후티, 민병대 문제를 뒤로 미루는 만큼 불완전하다.

세 번째는 협상 결렬 뒤 제한적 재타격이다.

전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봉쇄 강화나 정밀타격 같은 방식으로 군사 충돌이 다시 시작되는 경우다. 지금 분위기상 가장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다.

네 번째는 전면 재격화다.

협상이 무너지고, 이란 내부 강경파와 미국·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이 맞물리면서 충돌이 지역 전체로 번지는 경우다.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 번 들어가면 가장 위험한 경로다.

이 네 시나리오는 결국 두 방향으로 수렴한다. 하나는 '외교적 봉합'이고, 다른 하나는 '군사적 재격화'다.

4월 21일 트럼프의 무기한 연장은 일단 전자를 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평화의 선택이라기보다, 결정을 미루는 선택에 더 가깝다.

이번 연장은 결말이 아니라 유예다

이미 확인된 사실 하나는 남는다. 4월 21일의 '무기한 연장'은 종전 선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결정의 연기였고, 충돌의 유예였으며, 중동 전쟁사가 반복해온 가장 익숙한 형식의 재등장이었다.

멈춘 것은 전쟁이 아니다. 아직 어느 쪽도 최종 결심을 내리지 않았을 뿐이다.

※ 이 글은 문병준 전 사우디대사대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 문병준은 외교부 중동 지역 업무를 중심으로 경력을 쌓은 외교관 출신이다. 주이집트 대한민국 대사관 공사로 근무했으며, 과거 외교부 중동2과장을 역임했다. 2021년 6월 주두바이 대한민국 총영사로 부임해 교민 안전, 경제·문화 교류를 담당했고, 2025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대사대리(Chargé d’affaires ad interim)로 공관장 직무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