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도 투표해야" 60대도 오픈런…시민들이 바라는 교육감은[르포]
"바빠도 투표는 해야죠."
16일 오전 6시30분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청량초등학교 앞. 검은색 헬멧을 쓴 남성이 교문 앞에 세워둔 오토바이를 타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늘 교육감 선거가 있어서 아침 일찍 투표하러 왔다"며 "출근 때문에 정신 없어도 할 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치러진 이날 각 지역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 발걸음이 이어졌다. 평소 출근 시간보다 20~30분 일찍 나온 맞벌이 부부부터 아이들 등교 전 투표소를 찾은 나온 노인들까지 다양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한 투표소장 앞에는 투표 시작 10분 전인 오전 5시50분부터 60대 노부부와 30대 직장인 등이 대기하고 있었다. 투표 시작 후 30분만에 20여명의 시민이 다녀갔다.
아침 시간대 투표소를 가장 많이 찾은 연령대는 40대와 60대였다. 올해 65살인 김모씨는 손녀·손자를 돌보는 입장에서 교육 정책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자식들이 모두 맞벌이를 하니까 오후에는 손자 손녀들 봐주고 있다"며 "요즘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이들 키우는 시대"라고 했다.
함께 이곳을 찾은 60대 시민 역시 "요즘은 부모들이 아이들 키우기 너무 어렵다"며 "맞벌이 부부도 걱정 없이 일하고, 부모 세대도 걱정 없이 노년을 즐길 수 있도록 돌봄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이날 새벽 6시5분쯤 따릉이를 타고 투표소를 찾았다. 초등학생 3학년 자녀를 키운다는 그는 "한달에 평균 사교육비로 80만원 정도 든다"며 "요즘은 경쟁이 워낙 치열하지 않나. 아이들 키우기 쉽지 않다"고 했다.
같은날 오전 6시30분쯤 투표소를 찾은 40대 학부모 박모씨는 일관성 있는 교육 정책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작년에 수능 5개월을 앞두고 정부가 수능 시험 '킬러 문항 배제' 정책을 발표했다"며 "갑자기 수능 기조가 바뀌면서 고3 수험생도 학부모도 혼란을 겪었다. 일관성 없는 교육 정책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30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도 이어졌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한 투표소장을 찾은 20대 미혼 직장인 정모씨는 "친구들 중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많은 편"이라며 "요즘 관심 있는 문제는 학생과 교사 간 갈등이다. 교권 신장도 하면서 학력 신장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역사를 전공하는 20대 대학생 염모씨는 "정치에 따라 역사 교육이 좌지우지되는 게 큰 문제"라며 "과거에 독립 운동을 하신 분들이 폄하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대 연구원 이모씨는 이날 충북 진천으로 출근하기 전 일찍 투표소에 들렸다. 그는 "교육 정책에 성평등 교육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며 "동생은 고3 수험생인데 매번 교육 정책이 달라져서 혼란스러워한다.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다며 우려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지난 11∼12일 시행된 교육감 선거 사전투표율은 8.2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대 미혼 직장인 김모씨는 "교육감 선거는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선거"라며 "보통 정치인 뽑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미래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교육감직 상실에 따라 치러졌다. 후보로는 진보 단일 정근식 후보, 보수 단일 조전혁 후보, 보수 성향 윤호상 후보가 있다. 진보 진영 최보선 후보는 지난 12일 사퇴 후 정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이날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선거인은 지정된 본인의 투표소에서 △신분증 제시 △본인 확인 △투표용지 수령 △기표소에서 기표 △투표지를 투표함에 투입하면 된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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