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연상호 감독 “‘지옥2’, ‘부산행’ 후 대중성에서 처음 자유로워”
“불친절한 세계관? 정답 내리지 않는 게 정체성”
“극과극 평가? 들끓는 논쟁 작가로서 행복이자 영광”
“다작을 해서 그런지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며 웃으며 운을 뗀 연 감독은 “‘지옥’ ‘기생수’ 등 시리즈 작업의 경우 특히 의미있는 확장으로 가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열일 중”이라고 말했다.
“‘지옥2’의 경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과 굉장히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알맹이적으론) ‘지옥2’ 세계관 속 화두와 현재 우리 사회의 화두를 잇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고, 외피적으로 전편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었고요. 전편이 ‘정진수’의 시점이라면, 시즌2는 ‘부활자’를 통해 세상의 균형을 맞추려는 ‘이수경’의 시점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어요.”
‘지옥2’에서는 전편보다 확장된 세계관이 업그레이드된 재미를 견인했다. 시즌1에서는 ’천사의 고지‘와 ’지옥사자의 시연‘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이야기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에게 전에 없던 충격을 선사했다면, 시즌2에선 세계관 자체를 확장한다. 시연자들의 부활과 집단 간 이데올로기의 충돌을 통해 더욱 짙어진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보여준다.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김성철)과 박정자(김신록)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김현주)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진이나 천재지변관 다른 사상적 재난의 향연, 서로 다른 비범한 사상을 가진 인물들의 댄혼돈 서바이벌.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생지옥이 된 세상. 결국 메가폰은 신의 ‘의도’보다, 거짓 혹은 진실보다 중요한 건, 나는 어떤 것을 믿을 것이냐의 ‘자유 의지’를 강조한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의 고지를 받는 우리들은 살아있는 동안 자주성을 가지고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른 삶의 방향성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없는 인간의 삶은 바로 지옥이라고.
연상호 감독은 먼저 김성철에 대해 언급했다. 연 감독은 “아무래도 유아인 배우가 전편에서 워낙 강렬한 연기를 펼쳤기 때문에 새로운 배우가 그 자리를 매꾸고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여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고민이 컸고, 우려도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그에게 도움이 되는 기회인지도 스스로 잘 모르겠더라. 고맙게도 배우 자체가 워낙 열정도, 능력도, 분위기도 다 잘 맞았다. 급하지 않게 자신만의 페이스로 잘 만들어가더라. 자신의 필모에서 얻은 무기와 장점을 가지고 과감하게 뛰어 드는 걸 보면서 마음이 놓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문근영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워낙 예전부터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연 감독은 “여러 상황들로 인해 그녀의 활동을 오랜 기간 볼 순 없었지만, 내공이 굉장히 탄탄할 것이란 건 믿어 의심이 없었다. 배우로서의 의지, 열정, 일련의 개인사로 인해 더 단단하게 다져졌을 내면 등을 믿고 출연을 제안했다. 역시 대단했다”고 말했다.
“아주 고요한 씬에서조차 무서운 폭발력이 느껴졌어요. 카메라에 그 순간, 에너지를 담는 경험이 굉장히 특별했고 또 놀라웠고요.”
해당 캐릭터의 부활 가능성을 묻자, “배우 문근영의 부활을 바라고,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다.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빛나는 활약을 보여주길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소망하고 응원한다. 그녀의 태도, 에너지를 보면서 ‘이제 제대로 시작이야!’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맞아떨어지길 바라고, 그럴 거라 믿는다”고 깊은 신뢰를 보였다.
연 감독은 작품의 다채로운 함의와 함축, 불친절함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자 연구하는 과정에서 ‘휴머니즘’이 생겨난다고 생각해요. 명확하게 답을 내리고, 다 아는 것이 되는 건 이 장르의 정체성이 아닌 것 ”이라고 했다.
“이 ‘지옥’이라는 세계관이 ‘건담’처럼 (다각도로) 확장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혼자 쥐고 있는 게 아니라 전 세계 누구든, 어디에서든 이 세계관을 가지고 자신만의 또 다른 무엇으로 재창조하고 변주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해 널리 확장되길 바래요. 만약 시즌3가 나온다고 해도 제가 만든다면 아마 명확하고 확실한 ‘정답’ 그걸 담은 ‘엔딩’이란 없을 것 같아요. 이 장르의, 제가 설계한 이 세계관의 특징이 그래요. (‘시즌2’가)다음 시즌을 염두해 둔 불친절한 결말은 아니란 뜻이에요. 시즌이 거듭된다면 아마도 궁금증은 점점 더 커질 것 같아요. (웃음)”
더불어 다양한 작품들 가운데 극과 극으로 나뉜 대중의 반응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기본적으로 나는 ‘작가주의’를 표방하는 감독”이라며 운을 뗀 연 감독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들끓는 논쟁’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그게 좋다.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는 건 작가로서 행복한 일이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진솔하게 고백했다.
“‘부산행’ 이후 대중성에 대한 생각을 아예 지우고 작업을 한 적이 없어요. 자유로울 수 없잖아요. 그런데 ‘지옥’ 시즌2만은 유일하게 그 숫자에 대한 부담감에서 최대한 벗어나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고민을,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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