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 '3무 선박'의 실제 선주가 한중 공조로 특정됐다. 한국 해경이 축적한 물증이 결정타였다.
선박 이름도, 등록 번호도, 선적항도 없는 이른바 '3무(無) 유령선'을 앞세워 서해 영해를 침범하고 불법 조업을 일삼던 중국 어선의 선주가 결국 덜미를 잡혔다. 한국 해경의 단속과 한중 양국 공조가 맞물린 결과다.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신원을 완전히 위장해 온 중국 불법 어선 세력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해경이 쌓아온 기록이었다.

"레이더 기록과 현장 사진이 물증이 됐다"
지난 7일 노재헌 주중한국대사는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지난 5월 한국 해경에 나포돼 사법 절차를 밟고 있던 '3무 선박'의 실제 선주를 최근 중국 해경이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측은 지난달 25일 해당 선주를 강력히 처벌하기 위해 한국 측에 관련 증거 제공을 요청해 왔다"고 전했다. 한국 해경이 축적한 레이더 위치 정보와 현장 단속 사진 등 물증이 주중대사관을 통해 중국 당국에 신속히 제공되면서 선주를 특정할 수 있었다.

"적발돼도 주인을 못 찾던 배"
'3무 선박'은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실제 소유주를 추적하기 어려워 서해 불법 조업의 주요 주범으로 꼽혀 왔다. 이름과 번호, 선적항을 모두 지워 놓으면 나포 이후에도 책임을 물을 대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그 고리를 물증으로 끊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도 어업법을 고쳤다"
이번 조치는 불법 조업 문제에 대한 양국의 대응 기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서해 불법 조업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하고 한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중국 측의 자체 단속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중국 정부도 관련 어업법을 개정해 '3무 선박'에 대해 어획물과 불법 수익 몰수는 물론 선박 가액의 최대 2배에 이르는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

서해 불법 조업은 수산 자원 문제를 넘어 해상 주권과 직결된 사안이다.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상대국의 처벌이 뒤따라야 억지력이 생긴다. 이번 공조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관행으로 자리 잡을지가 관건이다. (사진 출처=사진공동취재단, HJ중공업, 서울신문, 다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