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배' 키운 아이티센, 사명 바꾸고 글로벌 바라본다

강진모 아이티센 회장 /사진=아이티센 유튜브 채널

국내 대표 IT(정보기술)서비스 기업 아이티센이 사명과 기업 아이덴티티(CI, Corporate Identity)를 변경했다. 회사의 보금자리도 바뀐다. 올해 연말 경기 과천시 지식정보타운에 완공되는 신사옥으로 이전한다. 기존 서울시 서초·대림·을지로에 흩어져 있는 계열사들을 한 곳에 모아 역량을 집중시킨다. 아이티센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본격 나선다.

M&A로 큰 아이티센, 새 CI·사명으로 화학적 결합 시도

아이티센은 지난 2005년 창립 이후 약 20년만에 사명을 변경했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아이티센' 브랜드를 함께 사용하는 형태다. 회사가 이러한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그룹의 통일된 정체성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아이티센은 20여년간 다양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외부의 여러 기업들이 아이티센의 일원이 되다보니 각사의 정체성과 CI가 제각각이었다. 이에 아이티센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강진모 회장과 경영진은 각 계열사들이 단순한 지분관계로만 얽혀있는 형태가 아닌 화학적·문화적 결합을 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으고 사명과 CI 변경을 추진했다.

그룹의 핵심인 아이티센은 '아이티센 글로벌(ITCEN GLOBAL)'로 사명을 바꿨다. 그룹 경영을 주도하는 지주사의 역할을 맡는다. 이제껏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로 글로벌 진출을 본격 타진한다.

콤텍시스템은 '아이티센 씨티에스(ITCEN CTS)'로 사명을 바꿨다. CTS는 콤텍시스템의 영문 약어이지만 '미래 시스템을 연결한다(Connecting Tomorrow's Systems)'는 의미도 담겼다. IT 인프라 기업으로서의 미래 방향성을 나타냈다. 쌍용정보통신은 '아이티센 엔텍(ITCEN ENTEC)'으로 활동한다. 엔텍은 '만들어가다', '현실화하다'는 의미의 'EN'과 기술을 의미하는 'TEC'을 결합한 단어다. IT 산업의 미래를 선도하는 빅테크로 성장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도 담겼다.

시큐센은 '아이티센 피엔에스(ITCEN PNS)'로 변신한다. PNS는 △플랫폼(Platform) △보안(Security) △솔루션(Solution)을 의미한다. 보안 및 생체인식 솔루션을 개발하는 보안 플랫폼 전문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겠다는 회사의 뜻이 내포됐다. 굿센은 '아이티센 코어(ITCEN CORE)'로 바뀌었다. 비즈니스 코어 솔루션 개발 및 구축을 통해 고객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한다는 비전이 담겼다.

아이티센의 새로운 CI /사진 제공=아이티센

아이티센은 사명 변경과 함께 CI도 새롭게 마련했다. CI는 기존 붉은색에서 직선과 곡선이 조합된 푸른색으로 변경됐다. 회사는 CI에 한층 역동적인 느낌을 부여해 도전을 거듭하며 IT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금거래소에 RWA 확대…크립토뱅크 꿈 향해

2013년 7월 상장한 아이티센은 약 10년 만에 자산을 10배 규모로 키웠다. 아이티센의 자산총계는 2013년 9월 기준 828억원에서 올해 6월 기준 8121억원으로 불어났다. 아이티센은 공공기관을 비롯해 금융기관·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SI(시스템구축)와 SM(시스템 운영·유지보수) 사업을 주로 벌였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M&A를 통해 IT서비스 기업에서 디지털자산 기업으로 변모했다. 이는 강 회장의 경영철학인 '모든 것에 디지털 가치를 부여한다'에 기반한 변화다. 그 핵심은 계열사인 한국금거래소다. 금을 비롯한 주요 귀금속 및 산업용 원재료 유통을 맡고 있는 한국금거래소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약 1조7726억원으로 아이티센 연결기준 매출(2조1705억원)의 약 82%를 차지했다.

실물연계자산(RWA)도 아이티센의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 중 하나다. RWA 사업을 맡고 있는 관계사 크레더는 일본과 말레이시아를 공략하고 있다. 회사는 일본의 지팡구코인을 발행하는 디지털에셋마켓츠와 제휴를 맺었고 일본의 웹3 시장도 노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거래소인 '그린엑스'와도 업무협약을 맺고 RWA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강 회장은 인터넷은행에도 도전장을 냈다. 아이티센은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추진하는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KCD 컨소시엄이 제4인터넷은행으로 선정된다면 아이티센은 인터넷은행 서비스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맡을 전망이다.

강 회장이 그리는 디지털자산 기업의 다음 단계는 크립토뱅크(가상자산전문은행)다. 크립토뱅크는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개인 가상자산 은행이다. 투자자들은 크립토뱅크에 여유 가상자산을 저축할 수 있다. 계좌는 다양한 투자처와 연계될 수도 있다. 강 회장은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면서 크립토뱅크의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울 방침이다.

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