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없는 ECM 스킨부스터…피해는 소비자 몫
정부, 뒤늦게 제도 정비 착수

| 서울=한스경제 허승아 기자 | 인체 유래 피부 조직을 분쇄·주입하는 세포외기질(ECM) 스킨부스터가 임상시험과 품목허가도 없이 미용 시술 시장서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다. 병원은 홍보에만 집중할 뿐 안정성과 부작용에 대한 부분은 입을 닫고 있다.

▲ ECM 스킨부스터 확산…임상·품목허가 없는 시술
서울 주요 피부과·성형외과를 취재한 결과 최근 확산 중인 ECM 스킨부스터 시술은 이 같은 방식으로 환자들에게 권유되고 있다. '요즘 쥬베룩보다 많이 하는 시술' '안전성 확인' '생체적합성이 높아 부작용이 없고 안전하다'는 식으로 ECM 제품을 추천하고 있다.
특히 ECM 스킨부스터 상담 과정에서 인체 기증 조직 유래라고 먼저 설명한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 약물 1회 주입량은 약 6.5mL로, 월 1회씩 3개월 연속 시술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러한 투여 방식과 효과에 대해 검증된 근거는 없다.
ECM은 기증한 사망자의 피부(진피)를 갈아서 만든 물질이다. ECM은 기증된 사체의 피부를 냉동건조한 뒤 분쇄해서 분말로 만드는 등 다양한 처리방법을 활용해 사용하고 있다. 피부 분말을 생리식염수와 혼합해 주사하면 ECM 스킨부스터가 된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 기업으로는 △엘앤씨바이오 △한스바이오메드 △시지바이오 △도프 △녹십자웰빙 등이 제조 판매하고 있다.
현장에서 ECM 스킨부스터로 판매되고 있는 종류는 △리투오 △쥬브아셀 △셀르디엠이 대표적이다. 기존 스킨부스터들이 의료기기로 분류되어 임상시험이 필수인 반면 ECM은 임상시험과 품목허가 없이 유통되고 있다. 이는 ECM이 인체조직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 미국, 미용 목적 빠진 동의서…EU는 미용목적 활용 금지
미국은 미용 목적 사용을 허용하지만 기증 동의서를 보면 '미용'이라는 단어는 없다. '기타 수술적 절차 및 의료적 제품 제조'라는 모호한 표현 뒤에 미용 목적을 끼워 넣은 구조다. 사실상 법적 사각지대를 우회해 기증자의 뜻을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인데 국내에 유통되는 ECM 스킨부스터 분말 대부분이 미국산인 것도 이런 규제 환경과 맞물린다.
반면 유럽연합은 주름 제거 등 미용 목적의 사체 유래 조직 사용을 비필수 의료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ECM 스킨부스터를 의료기기로 분류해 별도 허가를 요구한다.
국내는 이 같은 조건 자체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 지난해 국정감사 테이블에도 올라왔지만 대책 마련은 없는 상황이다.
▲ 거부감 70% 넘었는데…정부제도 마련 중
권동주 화우 변호사(바이오헬스센터장)는 "ECM 스킨부스터의 법이라는 트랙에 올려놓아야 한다"며 "현행 인체조직법 제1조를 비롯해 다수의 항목에 반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허가된 주사형 스킨부스터가 4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됐음에도 ECM 스킨부스터는 임상시험과 품목허가 없이 유통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동한 숙명여대 교수(건강소비자연대 부총재)는 "전국 1034명 대상 인식 조사 결과에서는 실제 인체조직을 활용한 미용 시술의 거부의향은 69.8%, 관련 기업·병원의 불매 의향과 유보층을 합친 잠재 리스크는 77.3%로 집계됐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체 유래 조직 포함 여부의 의무 표시 찬성이 72.9%, 기증자·유족 사전 동의 필요성이 70.6%, 미용 목적 사용에 대한 법적 금지·강력 제한 찬성이 60.9%, 규제 사각지대 문제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64.7% 등 다양한 결과를 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실제 미용제품 중 필러 인지도 68.6%, 보톡스 64.6%와 달리 PRP·ECM·인체유래 성분 주사의 인지도는 14.0%에 그쳤다"는 점도 강조했다.
임상우 식품의약품안전처 첨단바이오의약품 TF 팀장은 "인체조직의 이용 목적 사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임 팀장은 "검토 중인 조치로 △조직은행의 이용 목적 사용 광고 제한 법제화 △인체조직 이용 제품의 의무 표시 기준 강화 △조직이식 결과 보고 주기의 연 1회 법령 개정 △중대 부작용 보고 주기 단축 △일반 소비자 신고 절차 등을 마련 중이다"고 전했다.
김희선 보건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장은 "의료행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규제 수준을 조정하며 의원실과 의원입법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치료 본류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합리적 규제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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