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튬 인산철 배터리 한국 진출로 K-배터리 위기설이 돌고 있다. 지난 4월 BYD T4K의 출시를 시작으로 중국산 리튬 인산철 기반 전기차 도입이 가시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리튬 인산철을 차세대 배터리라고 하며 국내에서도 이를 도입해 주력산업으로 밀어야 한다는 보도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들은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화재가 늘고 있는 점을 이유로 폭발 위험성이 큰 리튬이온 배터리 대신 화학적으로 안정된 인산철 배터리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리튬 인산철이 리튬 코발트(Li-Co), 리튬 망간(Li-Mn)계 배터리가 가지고 있는 결함인 발화성 및 폭발성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차세대 전지라는 것이 주된 논점이다. 실제로 리튬 인산철 배터리의 화학구조는 올리빈 구조로 이뤄져 있어 리튬의 경로 이동이 쉽고 외부 불순물과 합성돼 다른 형태로 쉽게 변형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직류 측 입력 변동이 작아 PCS 설계도 용이하고 전체적인 EES 절연전압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자체 발열도 거의 없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평상시 외부의 온도에 노출되는 일이 많은 전기차에 사용하기에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인산철 배터리가 크게 유리해 보인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원자재의 가격도 리튬이온 전지보다 훨씬 저렴해 장점만 놓고 보면 리튬이온 전지를 쓰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대부분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중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총 655만 8000여 대로 그중에서도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적용한 모델이 10대 중 6대나 된다.
리튬 인산철 배터리의 구조식에 대해선 잘 몰라도 CATL과 BYD라는 기업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유명한 두 회사의 주력 사업이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기반 산업이다. 올해 초 리튬 인산철 배터리 관련 뉴스가 태풍처럼 온라인을 휩쓸고 지나간 적이 있었다.
이에 현대차그룹과 LG 에너지솔루션, SK 온 등 국내 업체에서 "리튬 인산철을 포함해 배터리 다변화를 추진하겠다"라고 밝힌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여전히 니켈·코발트·망간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이유가 한국 배터리 기업이 바보라서일까. 아니면 뒤늦은 리튬 인산철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기엔 이미 늦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언론들의 보도와 달리 리튬 인산철 배터리가 실제로는 차세대 배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몇몇 언론에서는 리튬이온전지의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나온 대체재라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리튬 인산철 전지는 전기차가 상용화되기 전부터 캠핑카 시장에서 전력 공급용으로 폭넓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배터리 기업들이 이미 개발도 했었고, 다른 분야에서 사용도 하고 있는 리튬 인산철을 내려놓고 리튬이온 배터리에 몰두한다고?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경량화 및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에 관한 문제다. 전기차의 바닥에 배치돼 동력계에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는 400kg 이상의 무게가 나가는 중요하지만 아주 무거운 무게를 자랑하는 부품이다. 전기차의 무게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무거운 것도 바로 이 배터리 때문이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경량화가 자동차의 안정성과 퍼포먼스 향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500kg의 승용차 무게를 약 10% 줄이게 되면 연비만 4~6%, 가속 성능은 8%가 향상된다고 한다.
이외에도 제동 정지거리 단축, 스티어링 조향 능력 향상, 섀시 내구 수명 증대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전기차에 대입하면 배터리의 무게만 잘 줄여도 자동차의 성능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때문에 많은 배터리 회사들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같은 용량 배터리를 제작할 경우 코발트를 양극재로 사용한 배터리보다 무게가 무겁고, 부피도 커지게 된다. 평균적으로 리튬이온보다 약 1.5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배터리 전압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각각 만충-공칭-종지 전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만충은 모든 이용할 수 있는 활성 물질이 증가된 용량 없이 선택된 조건 하에서 최대로 충전되는 상태, 공칭은 전기차를 비롯한 기구 등에서 사용상 기준이 되는 전압, 종지는 전지의 방전 시험에 위험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방전을 위한 최소 전압을 의미한다.
배터리 팩을 동일 전압 및 용량으로 제조할 경우 리튬 인산철 배터리가 리튬이온보다 더 많은 셀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중국에서 제작하는 전기차도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주로 저가형 전기차에 탑재하며, 한국에서는 전동킥보드와 같은 모빌리티 제작 등 한정된 분야에만 사용하고 있다.

테슬라에서도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한다며 홍보하지만, 실제 테슬라 모델 3에 리튬 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되는 트림은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뿐이며, 중국 시장에서도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제품에는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리튬 인산철 배터리가 생각만큼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고속 충전에 취약하다. 지난 2020년 한국화재보험협회와 가천대학교가 진행한 과충전에 의한 열폭주 발생 특성에 관한 실험연구 논문 내용에 따르면 리튬 인산철 배터리 또한 고전류가 유입될 경우 리튬 코발트, 리튬 망간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배터리 표면온도가 100℃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열폭주가 일어나게 된다고 한다.
실제 중국 현지에서의 리튬 인산철 전기차 화재도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언론 배터리뉴스에 따르면,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 화재를 내고 있는 전기차 브랜드가 BYD라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BYD 전기차는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11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2021년 10월에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주행하던 BYD 한 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열에 관한 부분뿐만 아니라 영하의 날씨에도 취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추운 겨울을 나는 북방지역의 경우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들의 주행거리 저감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베이징에서 공유 차량을 운전하는 한 기사는 베이징자동차의 EU5라는 전기차를 운행 중인데, "평상시에는 주행거리가 400km에 달하나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주행거리가 절반까지도 줄어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한 캠핑카 사용자가 영하 9℃의 날씨에서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충전하려다 배터리가 충전을 거부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에 호주의 배터리 제조업체 레드아크 사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충전 가능 온도 범위가 0℃ 이상이며,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배터리 성능 하락 가능성이 보이면 배터리 보호 차원에서 충전 자체를 막게 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리드 디밍 라이트 미러라는 조명 제조업체는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영하 20℃ 한도 내에서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는 리튬 인산철 전지의 전해액이 얼기 쉽고 점도가 높아지며 특성이 더 빨리 저하되기 때문으로, 리튬이온 전지와 같은 저온 환경에서 배터리 성능을 실험했을 때도 삼원계 배터리의 기능이 15% 정도 떨어지는 반면,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배터리 기능이 30%까지 저하된다고 전했다.
여름에는 40℃ 가까이 기온이 높아지고 겨울에는 -20℃ 가까이 온도가 떨어지는 한국의 도로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 이유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폐기 및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전기차 보급이 급속도로 늘어남에 따라 전기차 폐배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 전망인데, 리튬(Li), 니켈(Ni), 망간(Mn), 코발트(Co), 희토류 등 고가의 희귀 금속을 재활용할 수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리튬 인산철 배터리의 경우 재활용이 힘들뿐더러 가능하다고 해도 처리비용 대비 회수할 수 있는 원료가 많지 않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국내 시장에서도 리튬 인산철 배터리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반박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리튬 인산철 배터리 기술개발 사업을 위해 4년간 23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 233억원이란 돈이 액수로만 따지면 큰 것은 맞지만, 삼성 SDI가 2020년 리튬이온 전지 개발비용으로만 4000억 원 이상을 사용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구색만 맞춘 사업임을 알 수 있다. 이 233억도 한 개의 업체가 아닌 해당 사업에 참여한 여러 업체에게 나뉘어 투자될 예정이다.
오히려 중국 시장에서 기존 리튬 인산철 배터리 중심 산업을 삼원계 및 고망간 배터리로 변경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K-배터리 산업은 건재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