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경주기행’의 공효진 배우를 만나다

영화 '경주기행'은 8년 전 수학여행을 이후 돌아오지 못한 막내 경주를 위한 엄마 옥실(이정은), 장주(공효진), 영주(박소담), 동주(이연)가 가족여행을 빙자한 복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19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공효진을 만나 첫째 장주의 캐릭터 해석과 촬영 비하인드를 들어볼 수 있었다.
공효진이 맡은 장주는 수선집 ‘옥패션’을 운영하는 엄마를 도우며 동생을 돌본 찐 K-장려다. 다정한 남편과 토끼 같은 딸도 있는 자매 중 유일한 유부녀다.
가정을 꾸렸지만 엄마의 오른팔로 여전히 맹활약 중이다. 항상 엄마의 기분을 살피고 둘째와 셋째의 뒤치다꺼리도 모두 장주의 몫이라 눈코 뜰 새 없을 지경이다.
엄마의 오른팔 장주

-'경주기행'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뭉클한 시나리오가 좋았다. 정은 선배님이 하신다고 했을 때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었다. 옥실 캐릭터는 도전해 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초고는 엄마의 독무대가 더 부각되어 있었다. 당시 다른 작품과 겹쳐서 수락하기 쉽지 않았다. 장주의 역할이 지금보다 더 작기도 해서 고사하게 되었다. 그래도 종종 누가 캐스팅되었나 궁금했었다. 이후 동생들 캐스팅 소식이 들으니 어떠한 모습이 그려졌다. 그때까지 장주 캐스팅이 되지 않았는데, 공석도 운명이라 생각했다. 옥실로 연기하는 선배님의 모습을 눈앞에서 꼭 보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감독님이 목숨 걸고 생각해 두셨던 캐스팅을 꼭 사수하려는 게 느껴졌고 수락하게 되었다. (웃음)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이정은과 모녀 관계로 재회한 소감이 궁금하다.
드라마에서 만나는 것과 영화에서 만나는 마음은 달랐다. 그때는 캐릭터 간의 서사는 깊었는데 붙어 있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후에 팬데믹을 겪으면서 촬영 현장도 예전과 많이 달라지기도 했던 점도 있다. 드라마에서의 좋은 추억을 안고 영화 촬영장에 갔다. 비도 많이 와서 우리끼리 대화할 시간이 많았다.
-첫째 딸 장주를 연기하기 위해 노력한 지점이 있다면?
저랑 정말 다른 캐릭터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라서 현실 모녀 설정에 중점을 두었다. 그래도 잘 모르겠더라. 장주의 특징을 감독님에게 물어봤다. 장주는 엄마의 사령탑, 오른팔이다. 엄마를 케어하는 언니라 동생들 입장에서는 얄미울 정도다. 엄마랑 언니랑 한통속이라 언니에게 징징거려도 말이 잘 안 통한다. 엄마의 눈썹 문신까지 따라서 할 정도로 친밀도가 크다.
-장주는 결혼해 꾸린 가족이 있고 본인도 엄마다. 옥실에게 ‘나도 우리 가족과 행복해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때 깊은 고민이 느껴졌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도 관객 각자의 마음속에서 다르게 와닿을 것 같다. 시나리오에는 옥실의 행동을 본 장주의 답답함이 느껴졌다. 영화를 보면서는 ‘엄마에게 너무 짜증스럽게 했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도 흐름 따라 다르게, 그 말이 마음을 움직이게 된 것 같다. 아직 엄마를 경험해 보지 않아서 어떤 마음인지 궁금하긴 하다. 딸의 역할이 먼저인지, 엄마의 역할이 먼저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그저 장주는 8년 동안 살을 찢는 고통을 옆에서 봐왔기 때문에 내 가족은 잠시 밀어 두고 엄마를 지지해 주려고 했을 거 같다. 엄마 고통이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을까 싶어서 따라나섰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원통한 일이 생겼을 때 지옥까지 따라가서 복수해 줄 사람은 엄마다. 엄마와 딸 사이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엇, 그런 억울함을 잘 풀어낸 영화라 엄마들이 공감해 줄 것 같다.
-네 모녀의 케미가 카메라 밖에서도 느껴질 정도다. 촬영장에서는 어떻게 지냈나?
눈만 뜨면 만나서 밥 먹고 쉬고 놀면서 돈독해졌다. 20, 30, 40, 50대가 만나서 그런지, 싸울 수도 없었고 좋을 수밖에 없었다. (웃음) 상상할게 무궁무진했고 모여서 작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독특하게 소담이만 여동생이 있고 다들 자매가 없어서 잘 몰랐던 게 오히려 특별한 설정, 독특한 가족 구성이 만들어졌다.
영화와 드라마, 쌍끌이 기대감

-드라마 '유부녀 킬러'의 시청률도 상승세다. 영화와 드라마 안팎으로 사랑받는 비결이 무엇일까?
지금처럼 드라마와 영화 공개가 겹쳤을 때가 있었다. '동백꽃 필 무렵'도 잘되고 '보통의 연애'도 300만 관객이 들어서 꿈이냐 생시냐 신기했던 기억이다. 하지만 안심할 게 아니다시청률도 관객 수도 올라가고 내려갈 때가 있다. 크게 들뜨지 않으려고 했고, 잘 안되더라도 전전긍긍하며 살지 않기도 했다. 오늘을 즐기기로 하면서 행복하게 받아들여야지 다독이는 중이다.
'동백꽃 필 무렵' 이후 어르신들이 찾는 공중파에 맞는 배우가 된 게 아닐까. (웃음)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나 특징, 저에게 바라는 기대가 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유부녀 킬러'는 유보나의 호감도가 큰데 드라마 반응이 좋은 건 캐릭터를 잘 만났기 때문이다.
몸 쓰는 일을 잘 못해서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미리 말씀드렸다. 사실 저 아니고 대역 액션배우가 멋지게 해주었다. 저는 표정만이라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기세 없이 쉽지 않다. 자신 없는 연기를 하려고 하면 표정에서 먼저 드러나더라. (웃음)
-결혼 전후 연기와 일상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결혼하고 더 많은 식구가 생겼다. 엄마에게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특별한 딸이었다면, 결혼하고는 평범한 며느리 역할도 하고 있다. 드라마 시청률이 좋아서 축하받는 기분이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쁨이다. 환희가 몇 배로 늘어나고 남편이 많이 고마워하더라. 미국에 있는 식구들도 우리 부모님이 겪었을 감정을 처음 접해 보셨을 텐데, 이런 게 자식들이 잘 돼서 받는 대리만족이지 않을까 싶다.
-오래 연기 한 만큼 대중의 기대와 본인의 기대가 다를 수 있다. 지금까지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나를 그려 본다면?
예전에 일할 때는 단점만 크게 보였다. 이제는 과거의 저를 보고도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더라. 예뻤던 때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게 보였다. 이제는 나이도 들고 결혼도 해서, 한층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당장 즐거우면 다음 작품 걱정 없이 행복만 즐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저의 건강과 미래의 행보만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커리어만 생각하고 달려왔었지만 이제는 내면을 바라볼 여유가 생겼다. 어떤 질타나 칭찬도 적당히 소화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뭐든 해결되니까라, 후배들도 다독일 수 있게 되었다.
준원 씨도 잘 견디고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다. 여론이라는 게 어디로 흐를지도 모르고,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도 않더라. 마음이 쓰이지만 작품으로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고 본다. 쉽게 말을 내뱉는 타입이 아니라고 현장에서도 묵직한 존재감으로 있는 배우다. 아무쪼록 뭐든 시간이 지나야 얻을 수 있는 경험이기에 그 시간을 잘 지내온 저에게도 장하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글: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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