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똥 튈까 인천 물류·수출 '전전긍긍'
중고차 30~40% 요르단 등에 수출
1대당 운반가 1200→2000달러까지
컨테이너·제조업체 등도 예의주시
해수부 "비상대응반 철저히 운영"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인천지역 물류·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순항 미사일과 무장 드론 등을 이용해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데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중동발 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천 물류업계와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예멘 후티 반군이 국제 주요 무역로인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홍해 사태'가 벌어지면서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 이스라엘-이란 사태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분야는 인천항의 주요 화물인 중고 자동차를 수출하는 업체들이다. 인천항 전체 중고차 수출 물량 중 요르단·리비아행 물량이 30~40%를 차지하는데, 자동차 운반선이 홍해를 우회해 남쪽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아가면서 물류비용이 뛰었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중고차 수출 업체 관계자는 "6개월 전만 해도 1대당 1천200달러였던 중고 자동차 운반 가격이 최근 2천달러 이상까지 치솟았다"며 "자동차 운반선 1척에 1천~1천500대의 차량을 싣고 가는 점을 고려하면 물류비용이 대폭 상승한 것"이라고 했다.
인천세관이 15일 발표한 '인천지역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지역 자동차 수출액은 6억4천만달러로 1년 전보다 8.2% 감소했다. 인천의 자동차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24개월 만에 처음인데, 중고차 수출액이 21.5%, 신차 수출액이 2.6%씩 줄었다. 항로 우회로 운반 기간이 10일 이상 늘면서 선박을 구하기 어려워진 탓에 자동차 선적이 늦어진 영향이다.
컨테이너 수출도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인천항에서 출발한 화물은 중국 상하이나 닝보, 칭다오 등에서 옮겨 실려 유럽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 수송이 늦어지면서 인천항에서 중국으로 가는 화물 운송도 지연되고 있다는 게 항만업계 설명이다.
인천·경기지역 제조업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직접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전쟁이 길어질 경우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인천의 한 전자제품 부품업체 관계자는 "(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은 홍해 사태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보고 있다"며 "공급망도 걱정이지만 환율이 올라 원자재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게 가장 걱정스러운 점"이라고 했다.
한국무역협회 경기남·북부지역본부 측은 "사태가 장기화하면 항공, 선박 운송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 사이에서 우려하는 분위기"라며 "아직까지 눈에 띄는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했다.
해양수산부는 15일 송명달 차관 주재로 '해상 수출입물류 영향 점검 회의'를 열고 수출입물류 비상대응반을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송명달 차관은 "이란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중단 등 발생 시 주요 에너지 등 수출입 물류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비상대응반을 철저히 운영해 해상물류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강기정·김주엽·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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