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하지 않는 '바다'는 어떻게 몰디브 최고의 명소가 됐을까
유명한 몰디브 ‘별의 바다’ 이야기는 절반은 사실이지만, 절반은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몰디브 최고의 명소인 이곳에 신비감을 더해줄 뿐이다.
어둠 속에서 푸르게 빛나는 광활한 인도양. 흡사 하늘에서 떨어진 별이 바다에 잠긴 듯했다. 해안선에는 별 모양의 작은 빛들이 파도를 따라 춤을 추고 있었다. 빛들은 파도에 실려 모래 해변을 간지럽히다가, 해변가에 남겨진 발자국에 갇혀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나는 반짝이는 푸른 물에 발을 담갔다. 그러자 빛들이 소용돌이치는 은하수처럼 빛을 한껏 끌어올렸다.
이곳은 몰디브에서 유명한 ‘별의 바다’다. 몰디브를 찾는 여행자들은 이 놀라운 풍경을 선망한다. 이곳을 담은 사진들이 온라인을 타고 확산되면서, 새로움을 갈망하는 여행자들의 발길 또한 늘고 있다. 하지만 별의 바다가 정확히 몰디브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선 사람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별의 바다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몰디브 별의 바다는 지리적으로 표현할 위치가 없다. 마치 마법처럼 보이는 바닷속 빛들이 사실은 물에 떠다니는 발광 플랑크톤이기 때문이다.
해양 생물학자인 로렌 아서는 “‘몰디브에서 별의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말은 따지고 보면, 생물 발광 플랑크톤의 화학 반응을 보고 싶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아서는 몰디브에서 8년간 일하다가, 최근 바다 생물 촬영을 위해 영국으로 돌아왔다.
아서는 생물 발광은 빛을 생성하는 화학 반응이고, 플랑크톤은 스스로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하고 해류를 따라 떠다니는 아주 작은 유기체라고 했다. 그는 모든 플랑크톤이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고(특정 종만 가능), 빛을 내는 종도 뭔가 방해를 받을 때만 빛을 낸다고 말했다. “언제든 생물 발광 플랑크톤을 볼 수 있는 장소는 없습니다. 플랑크톤이 있는 곳에서 어쩌다 볼 수 있는 것이죠. 플랑크톤만 있다면, 몰디브는 물론이고 전 세계 어느 곳에서 볼 수 있어요. 심지어 영국에서도요.”
요컨대 많은 이들이 몰디브라고 할 때 떠올리는 별의 바다는 실재하지 않지만, 별의 바다를 닮은 것들은 볼 수 있다. 다만 이를 보는 것은 전적으로 운에 좌우된다.
몰디브에서 ‘별의 바다’를 볼 수 있는 최고의 방법
- 4월부터 10월까지인 남서 몬순 기간에 방문
- 현지 운영자를 통해 야간 스노클링 투어 예약
- 해변의 빛 공해가 최소화된 섬 선택
나는 아서에게 북부 말레 환초대 인근 올하할리와 쿠룸바, 훌후말레 등 여러 섬에서 많은 생물 발광 플랑크톤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경험이 아주 커다란 행운이었다고 했다. 물론 몰디브에 평균 8일 정도를 머무는 대부분의 여행자들과 달리 나는 환초대 인근에서 약 5년간 살았다. 또한 한 번 방문할 때 장기 체류를 하기 때문에 이 희귀한 현상을 보기가 더 쉬웠던 것이다.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들이 몰디브에서 별의 바다를 볼 확률을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아서는 남서 몬순(4월에 시작해 10월까지 지속) 기간에 몰디브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했다. 이 기간에는 해류가 남서쪽에서 몰디브의 북동쪽으로 플랑크톤을 몰아가기 때문에, 가장 많은 플랑크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서는 또 육지보다는 수중에서 별의 바다를 목격할 확률이 더 높다고도 했다. 그는 “해변에 앉아 샴페인을 마시다 별의 바다를 볼 수도 있지만, 결국 핵심은 운”이라고 했다. “플랑크톤이 잔뜩 깔려 있는 야간에 물속에 들어가 스노클링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정말 짜릿한 경험이 될 겁니다.”
아서 역시 주변 빛이 거의 없는 초승달 기간에 생물 발광 플랑크톤을 여러 번 관찰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물속에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인 다음에, 방수 랜턴을 끄세요. 전원을 끄고 나면 물이 차가워 매우 으스스한 느낌이 들겠지만, 팔과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보세요.” 이렇게 하면 팔과 다리의 움직임 때문에 물기둥에 만들어진다. “포식자나 사람의 수영이 플랑크톤의 활동을 방해하면 빛을 발산하는 겁니다. 플랑크톤이 이렇게 방해를 받는 순간, 여러분들은 별들 사이에서 유영할 수 있게 되죠.”
‘마푸시 다이빙 & 워터스포츠’와 같은 다이빙 센터에선 여행자들의 요청을 받아 생물 발광 플랑크톤을 찾아보는 야간 스노클링 투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내가 만난 다른 해양 생물학자들도 아서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몰디브에 있는 이름이 비슷한 섬 2곳이 '별의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진 이유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서는 “플랑크톤이 어느 한 섬으로만 끌려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구글에서 ‘별의 바다’를 검색해보면, 아마도 ‘바드후 또는 바두로 가보라’는 정보를 접하게 된다. 바드후는 인구 626명이 거주하는 라아 환초대의 유인도다. 아다란 프레스티지 바두는 남부 말레 환초대에서 약 120마일 떨어진 고급 리조트 섬이다.
이 두 섬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아름다운 생물 발광 플랑크톤으로 뒤덮인 해변 사진이 입소문을 타고 퍼진 2013년 무렵부터다. 사진 속 위치는 바드후 또는 바두로 알려졌고, 오늘날까지도 그 이름이 계속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바두는 잘못된 정보인 듯하다. 바두 리조트 측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에 소량의 생물 발광 플랑크톤이 촬영된 적은 있다. 하지만 대량의 플랑크톤이 목격된 적은 없다고 했다. 나는 입소문을 탄 사진의 원본을 추적해, 독특한 코코넛 나무가 드리워진 바드후 해변을 찾아냈다.
바드후에 대한 입소문 덕에 지역 관광 산업도 발전할 수 있었다. 4개월 전 이스마엘 “이세이” 나세르는 바드후에서 첫 번째 게스트하우스인 ‘바드후 뷰 인’을 열었다. 나세르는 생물 발광 플랑크톤은 몰디브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입소문을 탄 사진 덕에 많은 여행자들이 바드후를 찾아온다고 말했다. 원래 이곳은 이전에는 인근 리조트 섬에 묶다가 배를 타고 둘러보는 곳이었다. 하지만 나세르는 관광이 지역사회에 보다 도움이 되도록, 풀뿌리 방식으로 바드후 관광을 개척중이다.
나세르는 “(별의 바다가 유명해진 것은) 전 세계에 바드후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몰디브엔 생물 발광 플랑크톤과 다이빙 스폿, 큰가오리 같은 엄청난 자연들이 있지만, 우리가 관광 인프라를 만들어야만 사람들이 이곳에 머물 수 있습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 년 중 90%는 이곳에서 생물 발광 플랑크톤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운 좋은 여행자들이 생물 발광 플랑크톤을 볼 수 있는 건 바드후만이 아니다. 다만 바드후에선 여행자들이 쓰는 돈이 식료품점이나 카페처럼 현지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서비스에 돌아간다.
이런 유형의 관광은 몰디브에서 섬 지역 게스트하우스가 합법화된 2009년부터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몰디브를 찾는 여행자들은 유명 호텔 브랜드가 운영하는 개인 리조트 섬에만 머물 수 있었다. 현지인들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던 것이다.
바드후와 마찬가지로 몰디브의 188개 현지 주민들이 거주하는 섬은 대부분 조그맣고 해변에 빛 공해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해안선에 인공 조명을 만들고 해변가 빌라와 수상 레스토랑으로 외국인들을 끌어들이는 리조트 섬과 달리, 몰디브 사람들은 보통 해안가에 건물을 짓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섬에 생물 발광 플랑크톤이 찾아오면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바부 환초대 ‘풀리두후’나 남부 아리 환초대의 ‘당게티’와 ‘디구라’처럼 몰디브에서 인구가 적은 섬은 해변도 특히 어둡다. 게다가 디구라에는 개발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2마일 길이의 해변이 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얕은 석호로 둘러싸인 말레 환초대의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올하할리 섬’에서 친구들과 캠핑을 하다가,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 가장 많은 양의 생물 발광 플랑크톤을 볼 수 있었다. 작은 국립공원이라 할 만한 이 “피크닉 섬"은 지금은 ‘주메이라 리조트’로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요리와 샤워를 할 수 있는 오두막 몇 채만 있었다.
당시 우리가 탄 보트는 해질 무렵 섬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보트가 내뿜는 물보라 속에서 파란색으로 빛나는 물방울들이 흩어졌다. 일렁이는 파도 아래엔 포식성 물고기들이 사냥중인 유리빛 라군이 있었고, 그 안에 작고 푸른 빛의 웅덩이가 있었다. 친구들과 나는 해안가에 배를 대고, 해변을 따라 달렸다. 파랗게 빛을 내는 파도가 우리를 향해 밀려왔다. 뉘엿뉘엿 저물던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플랑크톤은 더할 나위 없이 밝게 빛났다. 우리는 물속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한 황홀한 광경에 우리는 바닷물을 잔뜩 들이마실 뻔했다.
아서에게 이 독특한 경험을 들려주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마치 물속에 있는 작은 다이아몬드와 같았겠지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