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강국, G5 도약의 길] 도장·팩스 쓰는 '아날로그 일본'… 디지털공장 한일전에선 압승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3. 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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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G 제조혁신지수 분석

한국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이 G2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독일 일본 대만 등 경쟁국에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고부가 첨단 분야의 낮은 경쟁력과 디지털화·탈탄소화에 미흡하게 대응하는 상황이 지목된다. 실제 세계 주요국은 미래 제조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부가 첨단기술 개발·디지털화·탈탄소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매일경제·보스턴컨설팅그룹(BCG) 조사 결과 드러났다.

매일경제신문 비전코리아 프로젝트팀이 BCG와 함께 국가별 제조혁신지수(BCG MII)를 산출한 결과 한국의 제조 경쟁력은 주요 제조업 경쟁국인 독일 일본 대만 등에 뒤진 7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기존 제조업 경쟁력 관련 평가와 사뭇 다르다. 실제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매년 발표하는 제조경쟁력지수(CIP)에서 한국은 최근 10년간 3~5위에 올랐다. 아울러 한국은 국가총생산(GDP) 기준(유엔·2021년) 제조업 비중이 26%로 중국 28%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에서는 독일이 21%, 일본이 20%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조업이 한국 수출의 84%를 책임지고 있어 한국이 세계적 제조강국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지표는 모두 제조업 생산량과 수출량 등 양적 지표에 기반한 결과다. 고부가 첨단 분야 경쟁력을 비롯해 제조 가치사슬 내 디지털 접목 정도와 제조량 대비 탄소배출량 등을 반영한 MII 분석에서는 순위가 이보다 낮아진다. 한국 제조업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BCG MII 지수는 생산과 수출을 기반으로 양적 제조역량을 평가했다. 고부가가치는 반도체·자동차·조선·통신·바이오 등 주요 산업 내 고부가가치 제조산업 비중을, 디지털화는 BCG 디지털가속화지수와 국가별 100개 공장의 관련 점수를 반영했다. 탈탄소화지수는 UNIDO의 국가별 제조업 부가가치와 탄소 배출량을 참조했으며 인프라 부분은 국가별 정부 규제, 세금 강도, 금융, 창업 인프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고등교육·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 현황, 산업의 지식기술 집약 노동력 비중 등을 고려해 산출됐다. 황형준 BCG코리아 대표는 "한국 제조업이 얼마나 혁신적이며 미래에도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가는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제조업 전반에서는 아직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대만(5위)에도 뒤처진 것은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은 양적인 제조 생산·수출 부문에서 14점으로 나타나 7점을 받은 대만을 앞질렀을 뿐 디지털화(71점) 탈탄소화(22점) 인프라(6점)에서는 경쟁 열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만에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추월당한 데 이어 미래 제조 경쟁력에서도 밀린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처럼 자국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수출 위주 제조전략을 추구하는 독일 일본 대만은 모두 국가 차원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독일은 2011년부터 '인더스트리4.0' 정책을 통해 선제적으로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왔다. 기금지원법으로 AR·VR(증강·가상현실) 등 신기술에 파격적 기금을 제공해 제조업의 진화를 돕고 이민법을 개정함으로써 유럽 외에서도 숙련공 유입을 허용했다. 대만은 리쇼어링 기업에 법인세 8%만 부과하는 등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보조금이나 공장 용지 제공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2016년부터 일본 부활 전략을 세워 첨단 제조업에 투자하고 과거 포기했던 반도체 생산을 위해 조 단위 보조금을 제공하며 대만 TSMC를 유치했다.

반면 한국 제조업은 제자리걸음 상태다. 지난 15일 6대 첨단산업에 대한 민간투자 유도 정책이 나왔지만 이것이 실효성 있는 대안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예컨대 자동차산업은 전기차로 재편되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제조업체는 여전히 90%가 내연기관 부품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신속히 변신하지 않으면 경쟁력 저하를 넘어 대량 파산이나 실직 사태까지 우려된다. 이번 결과에는 인프라 측면에서 강한 정부 규제와 높은 세율, 열악한 창업 인프라를 비롯해 인재 부분에서 STEM 전공이나 전임연구진 비중이 저하되는 인적자원 부족 현상이 반영됐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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