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년 전 영화 알려줌 #61/7월 31일] <인정사정 볼 것 없다> (Nowhere to Hide, 1999)
24년 전 오늘(1999년 7월 31일), 살인범과 형사의 집요한 추적을 담아낸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개봉했습니다.

예기치 않은 소나기가 몰아치는 도심 한복판에서 잔인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요.
마약 거래를 둘러싼 조직의 암투가 개입했다는 단서를 잡은 '서부경찰서' 강력반에 비상이 걸립니다.

베테랑 형사 '우 형사'(박중훈)와 파트너 '김 형사'(장동건) 등 '서부서'의 7인은 잠복근무 도중 사건에 가담한 '짱구'(박상면)와 '영배'(안재모)를 검거, 사건의 주범이 '장성민'(안성기)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이 신출귀몰한 범인은 좀처럼 잡히지 않죠.

마침내 형사들은 '장성민'의 여자 '김주연'(최지우)의 집을 무단으로 습격하고 포위망을 좁혀나가는데요.
변장술의 대가인 도망자와 끈질긴 추적자의 목숨을 건 승부는 안갯속의 미로, 달리는 기차, 비가 오는 폐광을 배경으로 숨 가쁘게 전개됩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이명세 감독이 1996년 가을 3개월 동안 인천 서부경찰서 강력반 형사들과 동고동락하면서 보고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완성된 영화인데요.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탈주범 신창원의 도주 행각과 맞물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도입부 흑백 화면부터, 고속 촬영, 컴퓨터 그래픽, 유화 애니메이션, 액션의 속도감을 증폭하는 '모션 블러 기법' 등 현란한 기교를 동원한 볼거리가 투입됐는데요.

이 영화에 쓰인 기교의 정점은 단연 가파른 계단에서 나오는 초반부 살인 장면(비지스의 'Holiday'가 함께 흘렀죠)과 탄광촌을 무대로 한 마지막 결투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재밌는 영화>(2002년) 같은 패러디 작품, 혹은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인용되기도 했죠.

이명세 감독은 <칠수와 만수>(1988년), <투 캅스>(1993년)로 활약한 두 배우의 캐릭터를 '뒤바꾸는 선택'을 하면서 당시 관객의 허를 찌르기도 했습니다.

사실 두 사람은 흥행에 쫓기는 한국 영화의 강박관념 탓에 특정 역할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희생자다. 관객들에게 역전된 캐스팅의 매력과 두 스타의 또 다른 재능을 보여주고 싶었다." - 이명세 감독, 1999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中

한편,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총제작비 26억 원을 투자하고, 22만 달러에 프랑스로 수출되기도 했는데요.
20회 청룡영화상 작품상, 남우조연상(장동건), 촬영상을 받기도 했으며, 선댄스영화제 같은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도 초청됐죠.
- 감독
- 이명세
- 출연
- 박중훈, 안성기, 장동건, 최지우, 도용구, 심철종, 박승호, 이원종, 기주봉, 박길수, 김현아, 김종구, 권병길, 김희정, 오상무
- 평점
-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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