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는 교통사고나 추락 등으로 인한 중증외상환자가 병원 도착 즉시 응급 수술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춘 외상전용치료센터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연봉과 근무 환경은 어떠한지 살펴보았다.

중증외상센터 의사의 근무 환경
중증외상센터 의사들의 근무 환경은 극도로 열악하다. 한 지방 권역외상센터 외상전문의는 "지정 초기에 비하면 외상외과 전문의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한 명당 한 달 당직은 15~20일에 달한다"고 호소했다.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허윤정 교수는 매달 여덟 번씩 24시간 당직을 서고 36시간 연속 근무를 하는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2020년 내가 입사한 이후 들어온 후배 외상외과 의사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동 강도는 최고인데 처우는 턱없이 부족한 분야가 바로 외상외과이다.
외상 전문의 인력 부족 문제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중 9곳은 전담전문의 수가 10명이 채 되지 않는 심각한 인력 부족 상황에 처해 있다. 사업 시행 초기에는 권역외상센터별 외상 전담전문의를 최소 8~10명을 유지했고, 일부에서는 20명이 넘기도 했으나, 현재 원광대병원과 안동병원, 목포한국,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경우 외상 전담전문의가 2~4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력 부족은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유일한 권역외상센터인 국립중앙의료원은 마취과 의사 부족으로 야간·휴일 응급수술 중단을 결정했다. 중증외상환자 대다수는 응급수술을 필요로 하는 만큼 마취전문의가 필수적이지만, 인력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상 전문의 양성 체계의 위기
중증 외상 전문의는 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가 추가로 2년간 외상외과 수련을 받아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고대구로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는 외상 전문의 육성을 위해 정부로부터 연간 9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해왔으나, 2025년 예산이 삭감되면서 수련센터에 지원한 의사 2명은 외상 외과 수련을 포기했다.
이는 매년 2명 가량의 외상 전문의를 양성해온 체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중증 외상 전문의 70% 가량이 이 수련센터에서 배출된 것을 고려하면 향후 외상 전문의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증외상센터 의사의 연봉 실태
중증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연봉은 일반 병원 의사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의 인건비는 2024년 1억4400만원에서 2025년 1억6000만원으로 인상되었으나, 여전히 전체 전문의 평균 연봉인 2억3600만원(2020년 기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병원에서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모두 합쳐도 평균 2억 원(세전) 미만의 연봉을 받는 반면, 지방 병원의 경우 외과 전문의 연봉은 3억 원(세후)에도 채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중증외상센터 의사들이 24시간, 365일 대기하며 치료하는 고된 업무에 비해 보상이 매우 부족함을 보여준다.
중증외상센터 의사들이 떠나는 이유
외상외과 전문의들이 중증외상센터를 떠나 일반 병원으로 이직하는 주된 이유는 처우와 고용 안정성, 그리고 사라져버린 비전 때문이다. 외상환자를 24시간, 365일 대기·치료하면서 받는 급여와 일반 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을 마치고 귀가하는 의사의 급여가 2배 가까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외상외과 전문의들이 버텨온 것은 권역외상센터 성장 가능성이었으나, 10년 넘도록 외상 환자 치료 수가와 제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이나 의료질평가 항목에도 외상치료 관련 내용이 빠져 있어 외상외과 의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중증외상센터의 현실과 과제
의료 사태 이전에도 어려움을 겪던 중증외상센터는 최근 의대 정원 논란으로 야기된 의정 갈등 사태로 더욱 혹독한 환경에 처해 있다. 단국대병원 외상센터의 경우 이전에는 한 해 평균 약 2300명의 환자를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그 숫자가 1370여명으로 급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의 원작자인 한산이가 작가는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 외상센터가 처음 들어섰고 정부에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상당한 성과가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며 "저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청구액 삭감, 줄어드는 정부 지원, 늘어나는 소송 리스크 등 외상센터는 적대적인 시스템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증외상센터의 미래 전망
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중증 외상환자에 대한 진료체계 강화를 위한 예산이 2024년 대비 약 86억 원이 증가한 약 664억 원이 반영됐다. 증가분은 권역외상센터 전문의 인건비 상승 및 노후장비 교체 등 권역외상센터 설치 지원 등에 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외상 전문의 양성을 위한 예산 삭감과 같은 모순된 정책으로 인해 중증외상센터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허윤정 교수는 "17개의 권역외상센터 중 상위 몇 개 기관을 제외하고는 중증외상 최종치료의 역량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며 "의료진들이 맘 놓고 진료를 볼 수 있는 의료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중증외상센터 의사들의 사명감과 현실
중증외상센터 의사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다. 그러나 한산이가 작가는 "언제까지나 의료진의 사명감에만 기대 환자 생명을 살릴 수는 없다"며 의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상팀은 다학제적 구성과 수평적 방식의 운용으로 빠른 시간 안에 중증 외상 환자에 대한 의료 자원을 집중하도록 하여 빠른 초기 진단과 소생술을 시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현재의 처우와 근무 환경으로는 이러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증외상센터 의료체계의 개선 방향
중증외상센터 의료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외상 전문의에 대한 적정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1억6000만원 수준의 인건비 지원은 업무 강도와 전문성을 고려할 때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또한 외상 전문의 양성을 위한 안정적인 예산 지원과 함께, 중증외상센터의 운영 체계를 개선하여 의사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중증외상센터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과 적절한 보상, 그리고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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