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호르무즈에 갇혀 있는 선원들을 구출하라”
2000척 통과에 20일 소요 예상
휴전기간 “탈출 어렵다” 전망도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결렬됐다. 전 세계 주요 에너지 교역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개방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해협 내에 고립된 우리 선원들의 안전도 보장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면서 이들을 구출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12일 해양수산부와 정유·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 대기하는 우리 선박은 원유·LNG 운반선 등 총 26척(선원 173명)이다. 해협 통과를 기다리는 선박은 전 세계적으로 약 2000척에 달한다. 전쟁 전 하루 130여척이 오가던 통행량이 현재 한 자릿수까지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모든 선박이 빠져나가는 데 최소 20일 이상 소요될 수 있다.
각국 정부가 자국 선박의 해협 통과를 위해 이란과 구체적 통항 절차에 대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도 안전한 항행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남아 있는 2주간 휴전 기간 중 모든 선박이 해협을 벗어나기는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고수하고 있어 물류 정상화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이란 정부는 해협 통제권을 행사하며 제한적 항행만 허용 중이다. 통행료 징수 여부와 안전 보장 및 운항 절차 결정 등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우리 정부도 호르무즈 해협 운항 자제 권고를 유지하고 있다. 해협 안쪽에 머물고 있는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이란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산업통상부와 해수부는 선박들의 실시간 상황과 함께 선사 및 정유사 입장을 파악하는 등 안전한 항행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들이 이번 휴전 기간 우선 빠져나올 수 있도록 이란과 협의해달라고 의견을 전달했다.
현재 해협 안에 대기 중인 우리나라 선박은 26척, 선원은 총 173명이다. 이들 선박은 원유 운반선 9척, 석유제품운반선 8척, 벌크선 5척, LNG·LPG 운반선 2척, 컨테이너선 1척, 자동차운반선 1척 등이다. 이들 선박이 해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선원 전원의 동의 절차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선사나 보험사도 안전을 완전히 보장받기 전에는 섣불리 해협 통과를 결정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 일부 선원들이 불안 속에 하선을 요구하며 대체 인력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6주째 이어지며 인근 해상에 고립된 선원들이 정신적 한계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가디언은 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인근에 정박 중인 유조선 노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죽음의 공포 속에서 방치된 선원 2만여명의 참혹한 실상을 보도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선원은 “정신적 충격을 최소화하려 노력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주변에는 기름을 가득 실은 유조선 수십 척이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선원은 “동료 중 90%가 항행 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국제운수노조연맹(ITF)의 집계 결과도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분쟁 발생 이후 300여척의 선박에서 1000여건의 상담이 있었다. 이 중 20%는 조기 귀국을 간절히 희망하며 장기 고립으로 인해 식량과 식수, 연료마저 바닥을 드러내며 생존권까지 위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의 선원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 몇 달은 쉬어야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을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국제사회의 인도적 대책을 요구했다.
이란도 해협 정상화보다는 통제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 이란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량을 하루 최대 10여척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도 1배럴당 1달러, 대형 유조선은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공동으로 통행료를 걷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이번 계획 중단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해협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불확실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임성원 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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