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도 나서고 있지만… 출구 안보이는 '대구' 부동산 시장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서울 집값 상승한 구(區)는 없지만, 4주째 하락률이 완화됐고, 전국 전세가 하락률도 점차 낙폭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찬 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리얼캐스트가 알아봤습니다.

전국 미분양 주택 7만5천가구… 대구에만 18% 집중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국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7만5,359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12년 11월(7만6,319가구)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대 물량인 것인데요.

문제는 미분양 물량의 증가 속도입니다. 1년 전인 2022년 1월에는 미분양 물량이 2만1,727가구에 그쳤지만, 단 1년 만에 미분양 물량이 3.5배 급증한 상황입니다. 특히 작년 11월(1만810가구)과 12월(1만80가구)에는 두 달 연속 1만 가구가 넘게 증가했죠. 최근 미분양 증가세를 보면,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대구 내 미분양 물량은 전월 대비 0.9% 증가한 1만3,565가구에 달합니다. 이는 전국 미분양 물량 중 18%나 차지하는 것으로, 전국 미분양 물량의 1/5 가까이가 대구 한 도시에 몰려 있다는 거죠.

신축 아파트도 꺾였다… 1억 이상 ‘마피’ 분양권 속출

게다가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을 보유한 것은 물론, 이제는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하 마피)’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입주를 앞둔 서구 평리동에 위치한 ‘서대구KTX영무예다음’의 전용면적 84㎡는 현재 분양가보다 7,000만원 이상 하락한 매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3억9,500만원~4억6,400만원이었지만, 3억원 중반대에 나온 매물만 수십개에 달합니다. 2023년 3월 기준, 최저가 매물은 3억4,580만원(마피 7,000만원)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중구 달성동에 위치한 ‘달성파크푸르지오힐스테이트’(1501가구)의 전용면적 84㎡도 마피 5,000만원 이상 매물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대구 오피스텔 시장 분위기는 더욱 어둡습니다. 오는 2024년 6월 입주를 앞둔 수성구 만촌동 ‘힐스테이트만촌엘퍼스트’의 전용면적 84㎡는 무려 1억원이 넘는 마피가 붙었음에도 거래가 성사되고 있지 않은 상황인데요. 대구의 부촌인 수성구에 위치해 있는 데다가 대구지하철 2호선 ‘만촌역’과 도보 30초 거리의 초역세권이지만, 암울한 시장 분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피 매물이 쌓이다보니 대구 아파트 입주율도 전국 평균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대구의 아파트 입주율은 64.9%로 전월 68.9%보다 4%포인트 하락했는데요. 이는 전국 평균(66.6%)보다 1.7%포인트 낮은 수치입니다. 올해 입주 예정 물량도 3만6000여 가구가 예정된 가운데, 대구 아파트의 입주율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최고가 대비 53% 하락… 진짜 반토막 난 대구 아파트

매매 시장은 그야말로 반토막 난 수준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수성구 만촌동에 위치한 ‘만촌삼정그린코아에듀파크’의 전용면적 76㎡는 6억8,3000만원에 거래됐는데요. 이는 최고가(13억9,000만원, 2020년 10월) 대비 53% 하락한 가격입니다.

지역 내 랜드마크로 꼽히는 대장주 아파트도 상황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대구에서 가장 주거 수요가 많은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도 하락 거래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범어센트럴푸르지오’의 전용 84㎡는 지난 1월, 7억 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13억6,000만원) 대비 45%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대구 집값은 저점이 아닌 모양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거래량’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집값이 하락한 이후, 거래량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시기를 최저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집값이 최저점에 도달했다고 느꼈을 때, 슬그머니 매수에 돌입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올해 2월, 대구 아파트의 거래량은 단 790건에 불과합니다. 2년 전 동기간(1,701건)과 비교해 보면, 거래량도 집값과 마찬가지로 53% 하락한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신규주택 건설사업 전면 보류’… 초강수 대책 통할까

결국 대구는 미분양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렸습니다. 지난 1월, 대구시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300세대 이상 신규주택 건설사업 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따라 이미 승인 신청이 접수된 23건의 신규주택 건설사업은 무기한 연기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미분양 물량이 일정 수준 이상 적체된 지역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신규 분양 물량을 조절해왔지만, 지자체가 먼저 나서 사업 승인부터 보류한 사례는 대구시가 최초입니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미분양 현황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속해서 미분양 해소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 주택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시 차원의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부동산 정책에 대한 대부분의 권한이 중앙정부에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정책지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