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동 첫 생산거점 사우디에 마련…"연간 5만대 생산"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지역 첫 생산 공장을 짓는다. 이 공장은 2030년 중동지역 55만대 판매 목표의 디딤돌이자,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수출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페어몬트호텔에서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반조립제품(CKD)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체결식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재훈 현대차 사장,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PIF 총재, 야지드 알후미에드 PIF 부총재 등이 참석했다.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성장 동력을 다양화하는 국가 발전 프로젝트 '사우디 비전 2030' 사업 일환으로 자동차 산업 발전을 적극 추진 중이다. 현대차와 PIF는 이번 계약에 따라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에 연간 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CKD 합작공장을 짓는다. 이 경제도시는 사우디 서부 지역에 들어선 계획도시로, 사우디 제2의 도시이자 최대 무역항이 위치한 제다로부터 약 100㎞ 떨어져 있다. 최근 잇따른 전기차 업계의 투자와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입주로 중동 내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 최근 5년 간 산업 수요. 출처=현대차그룹

현대차가 중동 첫 생산거점으로 사우디를 선택한 것은 중동 내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우디 자동차 시장은 약 64만대로, 중동 전체(229만대)의 27.9%를 차지했다. 2018년 42만대 수준이었던 사우디 자동차 시장은 4년 만에 52.4% 커질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사우디에서 약 5만2000대를 판매해 약 11만4000대를 판매한 토요타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양측은 이 공장을 짓기 위해 5억달러 이상을 공동 투자할 계획이다. 이 공장에 대한 지분은 현대차가 30%, PIF가 70% 보유하기로 했다. 전기차와 내연 기관차를 모두 생산하는 이 합작공장은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6년 상반기 양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 합작공장에 고도의 자동화 공정과 지역 맞춤형 설비를 적용할 예정이다. 생산 제품 라인업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중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 합작공장에 대해 "전기차 생산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고 지역 내 지속가능한 친환경 자동차 산업이 조성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전기차 기술 협력이 혁신과 환경친화적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후미에드 PIF 부총재는 "현대차와의 협력은 사우디 자동차 생태계 육성에 중요한 이정표"라며 "우리의 합작투자는 사우디 자동차와 모빌리티 산업 가치사슬을 폭넓게 확장하는 중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삼프로TV 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