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도, 진정성도 없는 국회…계속 이럴거면 예산심사권 강화 얘기 꺼내지도 말라[충무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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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가동되며 657조원 규모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가 시작됐다.
국회가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싶다면 예산안 심사를 고도화하기 위해 자기들이 먼저 할 수 있는 제도와 관행부터 바로잡는 게 순서다.
국회가 그만큼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더 이상 예산 심사권 강화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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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시계를 1년 2개월 전으로 되돌려보자. 당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국회 예산 심의권을 강화하자는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국회가 예산 시즌마다 큰 숲(총량)을 못 보고 나무(개별 사업)만 보다보니 전체 예산의 큰 줄기를 놓친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쟁점이다. 이후 예결위가 각 상임위별로 지출 한도를 부여해 부처별 예산을 검토하자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재정은 정부 고유 권한으로 착각하기 쉽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국가 재정은 국민의 뜻에 따라 운용돼야 한다는게 재정 민주주의 대원칙이다. 정부 편성권과 국회 심사권이 조화를 이뤄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예산 심사 과정은 한마디로 절망적이다. 여야 정쟁에 밀려 한 달만에 몰아치기 식으로 예산 심사가 단행됐다. 상임위가 관료들의 전문성을 넘지 못하고 부처 논리에 휘둘리는 악순환도 반복됐다. 이론적으로는 국회가 부처별 지출한도를 설정하면 심의권 강화로 재정 민주주의 한 축도 바로 설 수 있다.
다만 예결위와 상임위 전문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심사권 강화의 장점은 고스란히 단점이 된다. 가뜩이나 상임위 예산 검증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 상태에서 제한된 시간에 심사를 하는데 여야 정쟁까지 겹치며 매년 날치기 예산 같은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 국회법상 근거가 없는 초법적 협의체인 예결위 소(小)소위를 거쳐 양당 원내대표끼리 담판으로 예산안이 확정되는 촌극도 반복됐다.
이 상태에 심사권이 강화하면 예결위의 정치 공학 논리에 따라 개별 상임위에 차등적인 지출 한도가 설정될 공산이 크다. 정부가 거시경제 상황을 감안해 부처와 조율해 작성한 예산안이 정치 논리에 의해 훼손될 수 있고, 국회 지출 한도에 막혀 전국 단위 사업이나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 사업들이 먼저 희생될 가능성도 크다.
국회가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싶다면 예산안 심사를 고도화하기 위해 자기들이 먼저 할 수 있는 제도와 관행부터 바로잡는 게 순서다. 올해 예산 심사 과정은 재정 민주주의를 위해 국회가 스스로 역량을 더 키워도 좋은지 국민에게 재신임받을 수 있는 기회다. 국회가 그만큼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더 이상 예산 심사권 강화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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