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환수의 골프인문학] 몰개성 레슨과 골프스윙

하유선 기자 2025. 5. 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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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틀보다 관찰하는 스윙을 원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통산 17승을 기록한 짐 퓨릭이 과거 대회에서 골프 스윙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골프스윙의 기술적 접근이 보편화된 현대골프에서 점차 개인적 개성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개인별 특성화가 보편화 방식으로 진행될 때 골퍼의 개성은 온데간데 없어질 것이 뻔한 노릇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자라온 환경과 성장 기록이 모두 동일하지 않다. 몰개성, 이 단어는 개인의 스윙을 완벽하게 재창조할 수 있는 결과물이라는 획일화된 목표가 되었다. 



 



골프스윙을 배우고 익히려는 지망생 골퍼는 분석의 틀 속으로 반드시 입장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의 단점과 습관들이 낱낱이 발가벗겨지는 분석틀의 기계에서 믹서된다. 



오로지 분석만 남은 그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손끝의 힘줄 하나까지 분석적으로 파헤쳐져 남은 것은, 그의 개성이 모두 증발한 보편적이고 모두와 동일한 스윙을 얻게 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분석법으로 만든 스윙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몰개성으로 얻게 된 선수나 아마추어 골퍼들의 스윙이 천편일률적이고, 이를 마치 답안처럼 구성해 스윙 메커니즘으로 강요되는 전체적 분위기가 못마땅해서다. 



한 개인의 특성이나 개성을 파악해 밝히는데 정작 필요한 핵심 요건 중 하나는 관찰이다. 



 



더욱이 골프를 시작하는 선수나 아마추어 골퍼들도 그들이 골프를 시작하기 전 즐겼던 운동이나 몸의 상태, 특히 심리적 편향성 등에 대한 세밀한 관찰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전무하다. 단지 기계식으로 짜맞추어 양산하듯 프로 자신의 성향이나 지향점으로 피교육생들을 몰고 가기 십상이다. 



 



한때 미국 PGA 투어에서 17승의 금자탑을 세운 짐 퓨릭 선수의 스윙을 필자는 무척 좋아한다. 물론 개인적 취향이라고 얘기해도 그닥 할말은 없지만, 이 선수의 입장에서 그의 고유한 개성을 무시하고 전형적인 교과서 스윙으로 바꾸었다면 과연 17승이란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의문을 갖게 된다. 



 



짐 퓨릭의 고유한 스윙을 존중하며 끝까지 스윙을 가다듬었던 레슨프로에 대한 경외감이 절로 생겨났다. 깊이 있는 분석이 아니라 끝없는 관찰의 눈초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호성 프로가 2019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에 초청되었을 때 골프 스윙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우리나라의 경우 최호성 프로가 낚싯대 스윙으로 세계적인 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었다. 뒤늦은 프로선수 입문을 통해 고스란히 독학골퍼의 개성을 버리지 않은 채 버텼던 최 프로는 작년 마침내 국내외 정규투어에서 우승트로피를 거머쥐는 실력을 과시했다.



 
하물며 틀이 완벽하다고 분석된 선수들 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난 이들은 매우 드문 경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마추어 골퍼들로 시각을 바꾸어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거의 모든 이들이 개성만점(?)의 스윙으로 무장한 채 당당하게 오늘도 필드를 누빈다. 외심으로는 "내가 프로할 것도 아닌데..." 하며 용기백배 앞으로 나아가지만, 내심으로는 정형틀로 꽉 짜인 프로들의 스윙을 흉내내기에 급급하다. 



 



'부러우면 진다'는 다짐을 새기면서도, 개성은 몰개성으로 여지없이 바뀌고 그렇게 변한 자신에게 낯설고 어색한 몸짓으로 치장한 채 필드를 나선다.



철저히 분석되어진 몸뚱이로 나선 아마추어 골퍼는 오늘도 골프 우울증세를 호소하지만 메아리로 부딪쳐 되돌아올 뿐이다.



 



*칼럼니스트 황환수: 골프를 시작한 뒤 40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바람부는 날에는 롱아이언'이라는 책을 엮었다. 지난 2009년부터 6년간 대구 SBS/TBC 골프아카데미 공중파를 통해 매주 골퍼들을 만났고, 2021년까지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의 칼럼을 15년 동안 매주 거르지 않고 썼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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