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늘리면 세로도 늘어나…이미지 왜곡 없는 디스플레이

KAIST

연구팀이 개발한 전방향 신축성 필름 기판은 늘려도 이미지 왜곡이 일어나지 않는다. KAIST 제공.

가로 방향으로 늘리면 세로 방향도 함께 늘어나며 선명한 화질까지 유지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소재가 개발됐다. 25%까지 늘려도 이미지 왜곡이 일어나지 않는 기술을 활용했다. 

KAIST는 배병수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한국기계연구원(KIMM)과 함께 모든 방향으로 신축성이 있으면서 이미지 왜곡이 없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용 기판 소재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기술은 대부분 고무와 같은 탄성을 가진 고분자 소재인 ‘엘라스토머’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엘라스토머는 디스플레이를 늘릴 때 이미지 왜곡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옥세틱 메타 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옥세틱 구조는 ‘음의 푸아송 비’를 나타내는 특수한 기하학적 구조다. 음의 푸아송 비는 가로와 세로가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물질은 가로를 늘릴 때 세로는 수축하는 양의 푸아송 비를 가진다. 

다만 전통적인 옥세틱 구조는 패턴으로 형성되는 빈 공간이 많아서 안정성과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 기판으로의 활용도는 매우 제한적이다. 

연구팀은 음의 푸아송 비를 가지면서도 빈 공간이 줄어드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옥세틱 구조의 다공성 표면을 이음매 없이 매끈하게 만들면서도 가장 이상적인 음의 푸아송 비인 ‘-1의 푸아송 비’를 갖는 기술을 개발했다. 

재료의 탄성률을 높이기 위해 옥세틱 구조에는 엘라스토머 소재를 더했다. 머리카락 두께의 4분의1 수준인 25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 직경의 유리 섬유 다발로 옥세틱 구조를 만들고 빈 공간을 엘라스토머 소재로 채워 평평하면서도 안정적인 일체형 필름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옥세틱 구조와 엘라스토머 소재 간 탄성률 차이가 음의 푸아송 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확인했다. 23만 배 이상의 탄성률 차이를 구현해 –1의 푸아송 비를 나타내는 필름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필름은 25%까지 늘려도 이미지 왜곡 없이 선명한 화질을 유지했다. 15% 확장 기준으로 5000회 늘리기를 반복해도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를 주도한 배 교수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에 옥세틱 구조를 활용한 이미지 왜곡 방지는 핵심적인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표면에 빈 공간이 많아 기판으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왜곡 없는 고해상도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20일 출판됐다. 

<참고 자료> 
doi.org/10.1038/s41467-024-51516-1

배병수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KAIST 제공.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