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사후 '인척관계 정리' 제도 도입하면 어떨까[상속의 신]
일본, 배우자 사망 후 인척관계 정리 제도 있어
우리도 가족·결혼에 대한 사회인식 변화 반영해야
일본의 한 50대 여성은 남편의 사별 이후에 갑자기 시어머니의 간섭이 심해졌다고 불평한다. 결혼 내내 시어머니와 관계가 좋지 않았어도 남편의 사랑 때문에 살아왔지만, 남편이 죽은 후에 남편의 재산과 묘지 관리에 대해 시어머니가 딴지를 걸어서 불편해진 것이다. 그 여성은 그러한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고, 그렇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고 한다. 배우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배우자의 가족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며느리나 사위 역할을 계속 해야 한다는 것은 고역이다. 우리나라도 배우자의 사망 이후에는 며느리가 제사에도 오지 않고, 손자들도 보내지 않는 집안이 많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가족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다.
일본에는 배우자의 사망 후에 그 배우자의 가족과 인척관계를 정리해 버리는 절차가 있다. 사후이혼은 배우자의 사망 후에 혼인관계를 정리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사후에 이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혼은 배우자 서로간의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속받는데 문제가 없고, 지속적으로 시댁이나 처갓집 사람들과 만나서 어떠한 행위를 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좋은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일 년에 3000건이 넘는 신고가 있다. 여자는 남자보다 수명이 더 길고, 시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사후 인척관계를 정리하는 제도가 없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다른 새로운 이성을 만나 결혼을 하는 것인데, 결혼하면 인척관계가 정리된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우자간의 관계가 달라지는 경우 이혼 이외에 이를 변경할 다른 제도가 없다.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한 배우자와 사는 시간이 길어지고, 사회 환경이 변하고 남녀간의 차별이 없어지면서 결혼제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졸혼’이다. 졸혼은 법률적인 부부관계는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다른 곳에서 별거하며 독자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의 해체 없이 이혼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졸혼을 선택한 부부들도 많이 있다. 졸혼 중인 부부라고 하더라도 경조사를 챙기고, 자식이나 손자들도 같이 본다. 부부라서 인정되는 연금이나 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졸혼인 중에서 배우자가 사망하더라도 상속인의 지위에 문제는 없으나, 다른 상속인이 같이 살면서 배우자가 해야 할 역할을 했다면 피상속인에 대한 기여분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도 배우자 사후에 인척관계를 정리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현재 결혼 후 이혼율이 높은 것은 결혼이나 이혼이 개인 대 개인의 문제이지 과거처럼 집안끼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배우자가 죽더라도 배우자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계속 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일부 사람들은 배우자의 사후에 인척관계를 종료하고 싶어 할 수 있다. 다만, 배우자가 부모보다 먼저 죽으면 대습상속을 통해서 배우자의 부모의 재산을 며느리나 사위가 상속받을 수 있는데, 인척관계가 정리되면 상속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면 배우자 부모 재산이 많아서 인척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싶은 자는 그대로 남아서 부양의무를 계속 부담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인척관계를 종료하고 남처럼 살면 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송승현 (dindibu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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