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정의 아트픽> 투명한 필름 위에 채워진 반려 식물정원, 김서울 작가
홀로 있는 시간을 충만하게 채워주었던 반려 식물들을 투명한 필름 위에 실크스크린 판화로 가득 채워 정원을 만들었다. 투명한 레이어 위에 찍힌 평면의 패턴과 같은 이미지들은 켜켜이 겹쳐져 세워지면서 보는 각도의 변화에 따라 살아 있는 듯 생동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판화 작업은 색의 가짓수에 따라 각각의 판을 만들어 겹쳐 찍어야 하는 특성 때문에 분판(分版)이라고 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분판이 작업의 특성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분판을 하는 동안 작가는 다 자란 나무를 켜서 판재로 만들어 건축재료를 준비하듯 머릿속에서 완성될 이미지를 색깔별로 분해한다.
그렇게 판재처럼 켠 각각의 판을 하나씩 찍어 차곡차곡 색을 쌓아 올린다. 처음에 분판을 하며 머릿속으로 그린 예상 이미지와 실제 완성된 작품이 수많은 작업 과정에서 개입되는 물질과 시간으로 인해 달라지기 때문에 작가 자신도 모든 판이 쌓여 완성되고 나서야 자신의 작품을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연작 <반려식물> 시리즈는 분판하여 켠 이미지와 판화의 제작 과정을 관객이 시각적으로 볼 수 있도록 제작했다. 켜켜이 세워진 찰나의 순간들이, 보는 이에게 오래 남을 경험을 선사하기를 바란다.
반려식물 극락조
반려식물 율마
반려식물 디지고테카
반려식물 별수국
반려식물 수박페페
반려식물 핀나타
전시전경 (My Greeny)
전시전경 (봄에 닿다)
전시전경 (My Greeny)
전시전경 (My Greeny)
전시 <봄에 닿다>의 소재는 화분에 물 주기, 베란다 정원 만들기, 드라이 플라워로 방 안을 장식하기와 같이, 생활 공간 안에서도 꾸준히 봄에 닿기 위한 행동들이다. 화분을 예뻐하는 마음은 그 안에 깃든 봄을 향해 있어서 나는 매일 물을 주며 내일은 더 싱그럽게 자라나기를 바라는 희망을 함께 붓는다. 이러한 시간이 겹겹이 쌓이면 화분은 비로소 꽃망울을 맺게 된다.
우리 모두는 계절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른 채 지난 2년간을 힘겹게 보냈다. 나는 드디어 진정한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담아 전시를 준비했다. 그동안 꽃을 말려 봄을 잡아 두거나 베란다를 화분으로 가득 채워 작은 정원을 만들고 봄을 집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매일 물을 주었던 것처럼, 나는 투명한 페트 필름 위에 실크스크린으로 봄을 찍어 넣음으로써 유리 상자 가득히 봄을 가져오고자 하였다.
한 장의 필름 위에서 보이는 꽃잎과 물줄기, 초록 이파리의 이미지는 평면적이고 납작하다. 하지만 이 필름으로 겹겹이 층을 만들면, 때로는 이미지가 서로를 가리며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빛과 함께 투영시켜서 겹치기도 한다. 나는 필름 위의 이미지와 이미지가 나란히 서서 서로 가까이 닿았을 때 그 사이를 채우는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살아 있는 것의 숨과 같아서 잉크의 투명도와 겹치는 이미지의 형태에 따라 변화하였는데 작업하는 내내 어떻게 하면 이 이미지들을 좀 더 숨 쉴 수 있게 할까 고민하며 작품을 제작하였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시간의 흐름에 맞춰 변하는 태양 빛과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장 외부를 여러 방향으로 천천히 돌며 감상하면 실제의 자연이 그러하듯 시시각각 변하는 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리 상자 속 작품을 통해 모두가 함께 봄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타마 미술대학 대학원 미술전공 석사 및 박사과정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졸업
<개인전>
2022년 <유리상자 아트스타II-김서울> 봉산문화회관, 대구
2021년 <김서울展> 시로타화랑, 동경, 일본
2021년 <Seoul Kim : Hand - colored Etchings> 데이비슨 갤러리, 시애틀 외 17회
<단체전>
2022~23년 판화지원 프로젝트 입상 작가전 <일상-Layer>, 뮤지엄산, 원주
2022년 대구문화재단 명작산실 지원전시<정례브리핑 14시, 27일>, 예술발전소, 대구
2020년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서울 외 다수
<수상 및 레지던시>
2021년 예술발전소 입주작가, 대구
2019년 제11회 Trois-Rivières국제현대판화비엔날레 Duguay Prize(관객상), 퀘백, 캐나다
2017년 제10회 Trois-Rivières국제현대판화비엔날레 Duguay Prize(관객상), 퀘백, 캐나다
2012년 일본 슌요우카이 공모전 판화부분 대상 외 다수
<작품 소장처>
고치 현립 미술관, 고치시, 일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 뮤지엄, 로드아일랜드, 미국
시애틀 시청, 시애틀, 미국
뮤지엄 산, 원주
청년타임스 정수연 디렉터(syyw032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