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아리랑 가사에 등장하는 그 식물

아주까리란 이름의 식물이 있다. 강원도 아리랑 가사에 등장해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식물이다. 아주까리는 독과 약의 경계를 오가며 오랜 세월 사람들의 삶 속에서 다양한 쓰임새로 자리 잡았다.
씨앗은 독성이 강하지만 잎과 뿌리는 나물과 약재로 사랑받는다. 한국의 밭과 길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아주까리는 그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아주까리, 씨앗에서 시작된 이름

아주까리란 이름은 그 씨앗에서 비롯됐다. 씨앗은 광택이 나는 얼룩무늬를 띠며, 마치 새알처럼 생겼다. 이를 한약재로 부를 때는 피마자라고 한다.
피마자는 중국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비마’라는 씨앗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이 한약재 이름이 식물 전체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아주까리는 대극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풀이다.
줄기가 1~2m까지 자란다. 줄기는 속이 비고 납질로 덮여 있다. 잎은 손바닥처럼 5~11갈래로 갈라져 방패 모양을 이룬다. 지름은 30~60cm에 달한다. 8~10월이면 줄기 끝에서 붉은 암꽃과 노란 수꽃이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열매는 가시가 돋은 타원형 삭과다. 9~11월에 익으며 안에 세 개의 씨앗을 품는다. 이 씨앗이 바로 피마자다.
아주까리는 열대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원산지다. 한국에는 고려시대 중국을 통해 불교와 함께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한국 전역의 들판과 길가에서 자생한다. 특히 따뜻한 남부지방과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온대지방에서는 한해살이로 자라지만, 열대지방에서는 여러해살이로 나무처럼 크게 자라기도 한다. 재배가 쉬워 병충해에 강하고 비료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이런 특성 덕분에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다.
아주끼리 요리법과 맛

아주까리는 잎을 나물로 먹는다. 하지만 독성 단백질인 리신 때문에 반드시 조심해서 조리해야 한다. 생잎은 절대 먹어선 안 된다. 잎을 푹 삶아 리신을 제거한 뒤 요리해야 안전하다.
아주까리 나물은 주로 말린 잎을 사용한다. 말린 나물을 물에 불려 부드럽게 만든 뒤 요리한다. 이 나물은 독특한 식감과 은은한 향이 특징이다. 맛은 쌉쌀하면서도 부드럽다. 고소한 양념과 어우러지면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아주까리 나물을 맛있게 요리하는 법은 간단하다. 먼저 말린 아주까리 나물 300g을 준비한다. 끓는 물에 나물을 넣고 삶는다. 젓가락으로 나물을 건져 손으로 만져봤을 때 뻣뻣하지 않으면 적당히 삶아진 것이다. 너무 덜 삶으면 질겨 먹기 어렵다. 삶은 나물은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다.
팬에 들기름 4큰술을 두르고 다진 마늘 2큰술을 넣어 향을 낸다. 물기를 짠 나물을 넣고 조선간장 2큰술로 간을 한다. 중불에서 나물이 양념과 고루 섞이도록 볶는다. 마지막으로 송송 썬 대파 반 개와 깨소금 1큰술을 넣어 마무리한다.
나물이 부드럽고 양념이 배면 완성이다. 이 요리는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일품이다. 밥에 올려 먹거나 반찬으로 내도 좋다.
신선한 아주까리 잎을 사용할 때는 더 주의해야 한다. 잎을 채취한 뒤 깨끗이 씻는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10분 이상 푹 삶는다. 삶은 잎은 찬물에 여러 번 헹궈 독성을 완전히 제거한다.
이후 말린 나물과 같은 방식으로 볶거나 무쳐 먹는다. 아주까리 나물은 다른 나물과 달리 삶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독성 때문에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삶는 시간과 헹구는 과정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아주까리 효능과 주의점

아주까리는 약재로도 오랫동안 사용됐다. 한의학에서는 잎이 종기와 가려움증을 완화한다고 알려졌다. 피부염에는 신선한 잎을 짓이겨 환부에 붙이거나 즙으로 씻었다. 뿌리는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관절통이나 상처 치료에 활용됐다.
피마자 기름은 설사약으로 사용됐다. 장을 자극해 2~6시간 안에 장 내용물을 배출시킨다. 이 기름은 피부염 치료나 화상 연고로도 쓰였다. 현대 연구에서는 피마자 기름의 리시놀산이 소염과 항히스타민 작용을 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염증과 알레르기 질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피마자 씨앗에는 리신이라는 강한 독성 단백질이 들어 있다. 매우 강한 성분이다. 성인이 씨앗 4~8개를 먹으면 심각한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입과 목이 타는 듯한 느낌, 메스꺼움, 복통, 설사가 초기 증상이다.
심하면 경련, 저혈압, 심장 박동 이상이 생긴다. 독성은 일주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 동물도 예외는 아니다. 씨앗 4개면 토끼가, 6개면 소나 말이 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주까리 씨앗은 절대 먹어선 안 된다.
껍질에도 독성이 있어 만지기만 해도 피부 발진을 일으킬 수 있다. 꽃가루는 천식 같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리신은 암 치료 연구에서 주목받는다. 리신을 암세포에 투여하면 림프암이나 백혈병 세포가 사멸한다. 복수암, 간암, 자궁경부암에서도 암세포 분열을 억제한다. 하지만 이 연구는 실험실 단계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리신의 독성은 1978년 불가리아 반체제 언론인 암살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우산에서 발사된 작은 구슬에 든 리신이 그의 죽음을 초래했다. 이처럼 아주까리는 약과 독약의 양면을 동시에 지닌다.
문화와 역사 속 아주까리

아주까리는 한국 문화 속에서 깊은 뿌리를 내렸다. 강원도 아리랑 가사에 등장하는 “아주까리 동백꽃”은 이 식물의 아름다움과 유혹적인 이미지를 담는다. 여성 소리꾼이 부르면 머리에 바른 피마자 기름이 연인을 유혹하지 못한다는 한탄이 된다.
남성 소리꾼이 부르면 그 기름 바른 모습이 매력적이라는 표현으로 바뀐다. 이처럼 아주까리는 노래 속에서 사람들의 감정을 대변했다.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도 피마자기름은 머릿기름으로 등장한다. 옛사람들은 이 기름을 호롱불이나 윤활유로도 썼다.
과거 아주까리는 가난한 시절의 추억과 연결된다. 아이들은 가시 달린 열매를 던져 친구 옷에 붙이며 장난쳤다. 씨앗 기름으로 교실 바닥을 닦아 광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들은 씨앗을 입에 넣지 말라고 당부했다. 독성 때문이었다.
피마자기름은 공업용으로도 귀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비행기와 자동차 윤활유로 쓰였다. 높은 열에도 타지 않고 점도가 높아 현대에도 브레이크액이나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다. 인도에서는 누에 사료로 잎을 활용하기도 한다.
아주까리는 독성 때문에 재배에 제약이 있다. 미국과 북미 일부 지역에서는 허가를 받아야 재배할 수 있다. 대신 경제성이 높다.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는 유박 비료로 사용된다.
이 비료는 영양이 풍부하지만 리신이 남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개나 고양이가 먹고 죽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아주까리는 유용함과 위험함을 동시에 안고 있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