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조’는 없다… 홍명보호의 A조. 변수가 너무 많다!

껄끄럽다. 그리고 변수가 너무 많다.

홍명보호가 직면하게 된 2026년 북중미 월드컵(사실상 멕시코 월드컵) 대진은 결코 ‘쉬운’ 조가 아니다.

홍명보호의 월드컵 본선 상대가 발표됐다. 6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존 F. 케네디 센터에서 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이 열렸다. 2번 포트였던 대한민국은 NBA의 전설 샤킬 오닐의 첫 번째 픽이었다. 2번 포트 조 추첨자로 나선 오닐은 첫 픽으로 ‘Korea Republic’ 대한민국을 선택했다. 자연스럽게 한국은 A조에 들어갔다. A조는 공동 개최국 멕시코를 비롯해 대한민국, 남아공, 그리고 유럽 플레이오프 D조 승자(체코 vs 아일랜드 / 덴마크 vs 북마케도니아)로 구성됐다.

많은 평가가 오간다. 전체적인 기조는 ‘무난하다’이다.

죽음의 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쉬운 조도 아니라는 것이다.

죽음의 조를 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노르웨이’ 변수가 있었다. 3번 포트에 속한 노르웨이는 어느 조로 들어가더라도 그 자체로 죽음의 조를 만드는 강팀이었다. 노르웨이는 I조에 들어갔다. 이미 프랑스와 세네갈이 포진해 있던 I조는 노르웨이까지 합류하면서 단숨에 죽음의 조로 바뀌었다.

유럽 플레이오프 A조의 향방도 중요한 변수였다. 이탈리아, 북아일랜드, 웨일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로 구성된 A조는 이탈리아라는 존재 하나만으로도 조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이탈리아가 3번 포트로 들어왔을 경우 또 다른 죽음의 조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유럽 플레이오프 A조는 B조로 향했고, B조는 캐나다·카타르·스위스와 함께 편성됐다.

한국이 속한 A조가 무난하다는 평가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첫째, 1번 포트에서 최강팀을 피했다.
이번 월드컵 1번 포트에는 공동 개최국 3팀(미국·캐나다·멕시코)이 포함됐고, 나머지 9개 팀은 FIFA 랭킹 1~9위인 스페인, 아르헨티나, 프랑스, 잉글랜드, 브라질, 포르투갈,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이었다. 이들 9개 팀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타 팀들을 압도한다. 그래서 많은 팀들이 1번 포트에서 개최국을 만나길 바랐다. 한국 역시 멕시코와 같은 조에 속하면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결과는 확보한 셈이다.

둘째, 3번 포트에서 노르웨이와 유럽 플레이오프 A조(이탈리아 유력)를 피했다.
한국과 함께하게 된 팀은 유럽 플레이오프 D조 승자(체코 vs 아일랜드 / 덴마크 vs 북마케도니아)다. 덴마크가 가장 유력하지만, 어느 팀이 올라오더라도 ‘해볼 만한 상대’라는 평가가 많다.

셋째, 조별리그 3경기 중 2경기를 과달라하라에서 치른다.

마지막 경기 역시 같은 멕시코 내 몬테레이에서 열린다. 이동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준비 과정에서도 체력 관리와 환경 적응 면에서 유리한 조건이다.

이 세 가지가 바로 ‘이번 월드컵 조 추첨 결과가 무난하다’는 주장의 근거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절대 무난하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변수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대회를 마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첫 번째 변수는 조 3위 진출의 역설이다.
이번 월드컵은 48개국 체제다. 이 가운데 32개국이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각 조 1·2위 24개 팀이 32강에 직행하고, 조 3위 12개 팀 가운데 성적 상위 8개 팀이 추가로 32강에 합류한다. 이 구조가 ‘수싸움’을 부른다.

1번 포트 팀을 제외한 대부분의 팀은 2위 혹은 3위를 현실적인 목표로 설정한다. 최소 마지노선은 1승 1무 1패, 승점 4점이다. 이 경우 32강 진출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1승 2패, 승점 3점으로도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다.

결국 각 팀은 저마다 ‘1승 제물’을 정해 그 한 경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나머지 경기에서는 수비 위주의 ‘버티기’ 혹은 ‘잠그기’ 전술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구도에서는 작은 변수가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결과 전체를 흔들 수 있다.

두 번째 변수, 1994년 월드컵 E조의 악몽

1994년 미국 월드컵은 혼돈 그 자체였다. 당시 본선은 24개국 체제였다. 각 조 1·2위 12개 팀이 16강에 직행했고, 조 3위 6개 팀 중 4개 팀이 추가로 16강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E조와 C조에서 희대의 이변이 발생했다.

E조의 멕시코, 아일랜드, 이탈리아, 노르웨이는 나란히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골 득실까지 0으로 같았다. 결국 다득점 순으로 멕시코 1위, 아일랜드 2위, 이탈리아 3위, 노르웨이 4위가 확정됐다. 노르웨이는 승점 4점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탈락했다. 반면 C조의 스페인은 1승 2패, 승점 3점으로 조 2위를 차지하며 16강에 올랐다.

외신들도 노르웨이의 불운을 집중 조명했다. LA 타임스는 “노르웨이는 가장 힘든 조에서 승점 4점을 따고도 탈락했다”고 전했다. 「월드컵 리뷰 USA 1994」 역시 “E조는 비정상적이고 기형적인 조”라고 평가했다.

당시 E조 4개 팀의 FIFA 랭킹 격차는 12계단에 불과했다. 이탈리아 4위, 노르웨이 6위, 아일랜드 14위, 멕시코 16위였다. 고만고만한 팀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형국이었다.

이번 A조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 관건은 덴마크다. 멕시코가 15위, 한국이 22위, 덴마크가 21위다. 덴마크가 올라온다면 랭킹이 비슷한 세 팀의 혼전이 된다. 반면 체코(44위), 아일랜드(59위), 북마케도니아(65위)가 올라온다면 한숨은 돌릴 수 있다.

남아공(61위) 역시 복병이다. 3무를 노리며 ‘한 방’을 노리는 전술로 나설 경우 조 전체가 격랑에 빠질 수도 있다.

마지막 변수, 홈팀 멕시코

현재 멕시코의 전력은 역대 대표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일 가능성도 있다. 유럽 무대를 지배하는 확실한 스타 플레이어는 보이지 않는다. 라울 히메네스(풀럼), 산티아고 히메네스(AC 밀란) 정도가 전부다.

과거 바르셀로나를 지배했던 라파엘 마르케스, 맨유·레알 마드리드·웨스트햄에서 활약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이었던 우고 산체스와 비교하면 확실히 무게감은 떨어진다.

그러나 멕시코를 얕잡아볼 수는 없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국내 리그와 MLS에서 뛰며 조직력은 오히려 더 탄탄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시즌 중반 월드컵에 돌입해 컨디션 면에서도 유리하다.

무엇보다 홈에서 열린다. A조 1위는 32강과 16강 모두를 멕시코시티에서 치를 수 있다. 멕시코의 1위 욕망과 현지 응원 열기는 정비례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이유를 종합하면, 이번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의 조 추첨 결과를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남은 6개월, 홍명보호의 과제

이제 첫 경기까지 약 6개월이 남았다. 홍명보호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해졌다.

첫 번째는 베이스캠프 선정이다. 홍명보 감독은 조 추첨 직후 곧바로 멕시코로 향했다. FIFA는 북중미 3개국에 베이스캠프 후보지를 미리 준비해 두었다. 현재로서는 홍 감독이 과달라하라 인근 두 곳 중 한 곳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해발 1600m 고지, 그리고 현지 기후 적응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두 번째는 3월 A매치 활용이다. 그동안 홍명보호는 유럽 팀들과 실전에서 맞붙지 못했다. 유럽 팀들은 네이션스리그와 월드컵 예선 일정으로 서로 바빴다. 3월이 되어서야 숨통이 트인다. 한국으로서는 유럽 팀을 상대로 한 원정 평가전이 절실하다.

현재로서는 덴마크의 A조 합류 가능성이 가장 높다. 덴마크를 가정한 맞춤형 평가전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상대는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과 같은 조에 속한 유럽 팀이다.

‘가상 덴마크’ 후보로는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오스트리아 등이 거론된다. 다만 스웨덴은 플레이오프 일정이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독일은 아시아 팀과 조별리그에서 만나지 않고, 3월 A매치 한 경기는 이미 핀란드와 치른다. 오스트리아는 월드컵 1차전을 요르단과 치른다. 중동 팀과의 평가전을 우선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최우선 선택지는 아니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닫을 필요도 없다.

일본을 상대할 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본은 F조에서 네덜란드, 유럽 플레이오프 B조 승자와 맞붙는다. 네덜란드는 아직 3월 A매치 상대를 정하지 않았다. 충분히 협상해볼 만한 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