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보복이 오히려 반가운 이스라엘 총리, 이유는 '공격 명분'? [스프]

김혜영 기자 2024. 10. 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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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빽] "축복과 저주", 그가 꺼내든 '두 개의 지도'
 

'딥한 백브리핑 : 딥빽', 복잡한 국제 이슈를 김혜영 기자가 쉽고도 깊이 있게 설명해드립니다.
 
 
이란, 이스라엘에 180여 발 미사일

현지시각 1일 저녁 이스라엘로 180여 발의 이란 미사일이 날아들었습니다.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까지 사실상 이스라엘 전역이 공습 대상이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숨진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와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 등에 대한 보복이었다며, 자신들의 공격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사일 90%가 목표물에 명중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스라엘군은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고, 중부와 남부 지역에 일부가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에선 2명이 경상을 입은 걸로 파악됐습니다.

이란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보복을 공언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ㅣ이스라엘 총리
오늘 밤 이란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누구든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도 그들을 공격합니다.

일각에선 이란의 이번 공격이 오히려 이스라엘에 보복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내심 반기는 측면도 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일까요?
 

이란과 '직접 담판' 노리던 이스라엘?

이 중동 전쟁의 판은 이스라엘이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더 이상 하마스나 헤즈볼라, 후티 반군과 같은 대리 세력 뒤에 숨지 않고, 직접 링 위에 오르기를 바란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박현도ㅣ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직접 이란과 한 판 붙고 싶은 게 이스라엘의 입장인데, 이스라엘은 앞으로도 (이란의) 대리 세력과의 전쟁을 통해서 국력을 소진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거죠.
 
모아멘 구다ㅣ한국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저는 이스라엘이 앞으로 몇 주 안에 이란을 링에 끌어들이거나, 적어도 이란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이 중동 전쟁을, '이스라엘 대 하마스', 또는 '이스라엘 대 헤즈볼라가' 아니라 '이스라엘 대 이란'의 전쟁이라고 보고, 이란이라는 '저항의 축 핵심'을 무력화하기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은, 당연히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란 보복 공격의 빌미를 건넨 것이고, 네타냐후 총리로선 이를 계기로 더더욱 이란과 직접 담판에 나서려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현도ㅣ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이번 기회에 이란의 지원을 완전히 끊어서 이란이 아랍 지역에서 지금 구가하고 있는 영향력을 절단을 내야지만 새로운 중동 질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반드시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는 종교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화근을 제거하고 싶은 게 네타냐후의 꿈이었어요. 2018년에 폭스뉴스하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세 가지 요소를 얘기할 때 그 세 가지가 이란, 이란, 이란이라고 그랬거든요.

 

이스라엘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참아야만 하는' 이란?

물론 이란 정권도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들을 링 위에 끌어들이려 계속 '도발' 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을 무력화시킬 타이밍을 벼르고 있고, 자칫 이란이 네타냐후 총리의 전략에 말려든다면 잃는 게 훨씬 많기 때문에, 이란 정권은 그간 자신들이 직접 이스라엘과 충돌하는 그림은 가급적 피해 왔습니다. 그리고 대리 세력을 앞세워 왔습니다.
 
브랜든 아이브스ㅣ서울대 외교학과 조교수
이란은 직접적인 갈등을 원하지 않는 듯합니다. 이란은 기본적으로 대리 세력에 의해 수행되는 이스라엘과의 소규모이지만 지속적인 갈등을 원합니다. 이제는 그 전략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주요 목표가 이스라엘을 향해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란이 지난 4월에 사상 처음으로 자신들이 직접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는 일이 있었고, 또 10월 들어 다시 본토 공격에 나선 상황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란 정권으로선 자신들의 '최선의 전략', 즉 대리 세력 뒤에서 갈등을 추구하는 전략을 포기하고 싶지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란의 경제 등 내부 사정도 매우 악화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모아멘 구다ㅣ한국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란 내부에서도 이란 현 정권에 대한 큰 반대가 있습니다. 이란 국민들은 매우 나쁜 여건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많은 문제, 경제적인 문제를 겪고 있으며, 소득도 매우 낮습니다.
 
브랜든 아이브스ㅣ서울대 외교학과 조교수
(이란은) 많은 내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를 표적으로 삼는 여러 무장 단체도 있습니다. 1년 반 전에 일어난 (히잡) 시위가 있고, 경제적으로 국가는 제재와 일반적인 경제 관리 부실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이란의 속내가 복잡한 이유 ① 군사적 부담

물론 이란의 후속 대응은 이스라엘의 보복 여부와 그 수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란군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효과적으로 공격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이 현재 미군의 지원을 비롯한 압도적 군사 우위를 갖고 있는 데다, 현재 네타냐후 총리의 '독주'나 다름없는 대대적인 공격을 아무도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란으로선 이스라엘을 설령 효과적으로 공격을 한다고 해도, 그 몇 배 이상의 잔혹한 보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박현도ㅣ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이란이 이스라엘에 때릴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게 미사일밖에 없어요. 공군기가 가서 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최첨단 방공망도 지금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고 그래서 만약에 이스라엘에 맞대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적어도 러시아로부터 받기로 한 Su-35 이게 들어와야지만 가능한 얘기예요. (최근 공격은) 이란을 방문하고 있던 러시아 총리가 있는데 러시아와 교감이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그렇지 않고서는 공격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란의 속내가 복잡한 이유 ② '제재 해제'에 불똥?... 내부 권력 지형도 변수

게다가 이란으로선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자신들을 옥죄고 있는 경제 제재를 풀어야 하는데, 이스라엘과 서로 직접적인 공세 수위를 높이는 상황은 이 경제 제재를 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재를 풀려면, 미국 등 서방과의 과거 '이란 핵합의(JCPOA)'의 협상 재개, 즉 미국 등 서방과 '대화'를 해야 하는데, 이스라엘과 전쟁이 격화되는 것은 그 대화의 시기를 늦추는 건 물론이고 자칫 그 대화의 동력 자체를 잃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엔 총회에 나서서 서방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대표적인 온건파인데, 전쟁이 격화되면 이런 온건파 대신, 이란 혁명수비대와 같은 강경파가 내부적으로 더욱 힘을 더 갖게 될 개연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화로서 제재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온건파보다 강경파의 강공 드라이브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큰 만큼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도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브랜든 아이브스ㅣ서울대 외교학부 조교수
이란의 강경파가 이란 내부 정치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면 이란의 보다 직접적인 대응을 볼 수도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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