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프랜차이즈 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외식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유독 피자 가격만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현상은 업계의 구조적 침체를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 국내 외식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던 피자 프랜차이즈들이 왜 이렇게 고전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본다.

▶▶ 피자 프랜차이즈의 적자 행진
피자헛은 지난해 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스터피자(-20억원), 피자알볼로(-3억원) 등 주요 프랜차이즈도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1위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이는 제품 원가와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를 대폭 줄인 결과로 같은 해 매출은 2021억원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과거 국내 '피자 빅5'로 불렸던 도미노피자, 피자헛, 파파존스, 피자알볼로, 미스터피자 중 흑자를 내고 있는 브랜드는 도미노피자와 파파존스 둘뿐이다. 치킨 브랜드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 '치킨 빅3'의 연간 매출은 모두 5000억원에 육박하는 반면, 피자 매출 1위인 도미노피자의 2023년 매출은 2000억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 1인 가구 증가와 소비 트렌드 변화
피자 업계가 이처럼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1인 가구의 급증이다. 2023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는 약 783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5.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32만7000가구가 늘어난 수치다.
1인 가구 증가는 외식 소비 패턴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에는 치킨이나 피자처럼 여럿이 함께 먹는 대용량 메뉴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소포장·개별 메뉴를 선호하는 '혼밥' 수요가 뚜렷해지고 있다. 혼자 먹기에 부담스러운 용량으로 다인가구 및 단체 수요가 많은 피자 외식업 시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반면, 소용량 냉동피자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 냉동피자의 급부상
국내 냉동피자 시장 연간 규모는 1267억원으로 2년 전 동기간 966억원 대비 31.1%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품질에서 한계가 있었던 냉동 피자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개선되면서 맛과 품질 면에서 프랜차이즈 피자에 견줄 만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국내 냉동피자 시장 규모는 2016년 200억원 미만에서 지난해 16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 출혈 경쟁의 악순환
프랜차이즈 피자 수요가 줄면서 업계 간의 '치킨게임'식 출혈 경쟁도 더욱 격화되고 있다. 피자헛은 평일 포장 주문 시 50% 할인, 주말에는 1+1 행사를 진행하며 사실상 상시 반값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가격 경쟁은 단기적으로는 매출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와 가맹점의 생존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
대형 피자 프랜차이즈가 고전하는 동안,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피자'를 비롯해 더본코리아, 맘스터치, 고피자 등 후발주자들은 '1인 타겟'과 '가성비'를 필두로 경쟁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노브랜드 피자는 '가격 거품을 뺀 프리미엄 피자'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라지 한 판 기준 1만4900원~2만3900원의 가격대를 형성하며 기존 대형 프랜차이즈 대비 약 20%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 피자 업계의 생존 전략
피자 업계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격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제품 차별화와 고객 경험 강화 등 근본적인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 1인 가구를 겨냥한 개인용 피자 및 소형 메뉴 출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메뉴 개발, 그리고 온라인 주문 시스템 강화 등이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될 수 있다. 도미노피자의 '해피 데일리 싱글 피자'와 같은 제품은 경제적인 가격에 개인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피자 시장의 미래 전망
피자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소비자 트렌드 변화, 냉동식품 품질 향상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앞으로도 구조적 변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제품 차별화와 고객 경험 강화에 집중하는 브랜드만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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