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공시 경고 이어 증자 지연까지…'이중고' 직면한 금양
3500억 2차전지 설비 투자 계획에 차질
허위공시 논란에 증자 연기..주가도 부진
금양이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 예고에 이어 유상증자 연기로 겹악재를 맞았다.
당초 회사는 4500억원 규모를 증자로 조달해 2차전지 설비 공사와 채무상환에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공시 요구를 받아 자금 유입이 미뤄졌다.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허위공시 논란으로 회사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증자로 발행주식수가 늘어나면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를 희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주가 하락으로 발행가액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회사가 목표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추가 증자 가능성도 있다.
4500억 자금조달 연기 불가피
금양은 지난 18일 유상증자 결정과 관련, 주요사항보고서의 정정공시를 통해 납입일을 올해 12월 10일에서 같은 달 27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금양의 증자 일정이 미뤄진 이유는 금감원이 회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문제가 있다며 정정하라고 요구하면서다.
앞서 금양은 지난 9월 이사회결의를 통해 450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의 유증을 실시하겠다고 공시했다. 기존에 상장된 주식(5805만37주)에 1주당 약 0.2주 비율로 총 1156만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구조다. 기존주주들에게 청약을 접수받은 후 나머지 실권주에 대해선 일반 공모를 진행한다.
신주의 예정 발행가격은 3만8950원으로 정했다. 이사회결의 직전 거래일을 기준일로 삼고 기준일 당일, 일주일, 1개월의 가중산술평균가 중 가장 낮은 가격에 할인율 25%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계산했다. 확정발행가격은 12월 12일 결정한다.
회사는 이번 증자로 조달할 자금 중 3502억원을 부산시에 위치한 기장공장 투입한다고 밝혔다. 기장공장은 금양이 새롭게 추진 중인 2차전지 사업의 핵심이다. 이 공장은 원통형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장공장을 짓기 위해 토지매입비와 공사비까지 총 1조3000억원이 필요하다. 금양은 5766억원을 이미 투자했고, 나머지 잔금 중 일부를 이번 증자로 조달하기로 한 것이다
이밖에 나머지 1000억원은 단기차입금을 갚는 데 쓸 예정이다. 회사는 이 자금으로 토지담보 대출을 비롯해 회사의 최대주주인 류광지 금양 회장과 류 회장의 특수관계사인 케이제이인터내셔날, 케이와이에코로부터 빌린 자금을 갚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금감원이 정정공시 요구로 제동을 걸면서 금양의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건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며 "3개월 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철회된 걸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허위공시 논란까지 겹쳐…주주들 울상
금양은 일단 주요사항보고서를 수정하고 증권신고서 정정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주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최근 몽골 광산 관련 공시 정정으로 신뢰도가 낮아진 탓이다.
지난 9월27일 금양은 작년 5월에 발표한 몽골 광산개발 투자계획에 대해 정정공시를 냈다. 당초 계획보다 현지 광산에서 텅스텐, 리튬 채굴 작업이 늦어지면서 예상 실적치를 확 낮춘 것이다. 최초 공시 당시 회사는 2024년 매출액과 영업익을 4024억원, 1609억원으로 예상했는데, 정정공시에서 매출 추정치와 영업익 추정치를 65억원, 13억원으로 수정했다. 약 10분의 1가량 줄인 셈이다.
이에 당초 공시가 실적을 과대평가한 허위공시라는 논란이 일었고 결국 10월 2일 한국거래소는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거듭되는 악재 속에 주가 부진으로 현재 계획한 구조로는 증자 조달 목표 금액인 4500억원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한 달 전 5만원대였던 금양의 주가는 25% 급락하며 현재 4만원 초반대로 내려와 있다. 최종 발행가격은 신주배정일과 구주주청약일을 기준으로 다시 정해지기 때문에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발행가격은 현재 예정가격으로 제시한 3만8950원보다 더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서는 회사가 추가 증자를 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자체를 두고 호재인지 악재인지를 가릴 수는 없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메자닌 채권조차 발행하기 힘든 회사들이 증자를 택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투자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아 증자 청약률이 미미하다면 실권주를 회사가 떠안거나, 나중에 추가 증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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