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흥행한 게임들을 보면 그래픽, 스토리, 전투 시스템 못지않게 사운드가 좋은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4월 26일 출시한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 전투 시스템, 그리고 사운드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이런 매력적인 사운드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게임의 완성도를 더해주는 사운드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비결이 7일, 인벤 게임 컨퍼런스(Inven Game Conference, 이하 IGC)에서 공개됐다. 시프트업의 황주은 사운드 디렉터는 IGC 현장에서 다소는 생소한 사운드 디렉터의 역할과 '스텔라 블레이드'의 매력적인 BGM, 사운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황주은 디렉터가 프로젝트 합류에 부담을 느낀 이유는 단순하다. '스텔라 블레이드'를 개발하는 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그 역시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황주은 디렉터는 결국 합류했다. 이에 대해 황주은 디렉터는 "끝이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금까지 맡은 온라인 게임에서 끝이란 게임을 접는다는 걸 의미하는데 그런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끝이 아니라 엔딩이 있고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스텔라 블레이드'라면 그런 게임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황주은 디렉터가 생각하는 '스텔라 블레이드'의 특징은 뭘까. 황주은 디렉터는 첫 번째로 그래픽적으로 대비가 강한 스타일이며, 두 번째로는 색채가 자극적이고 마지막으로 디자인과 연출에 과장된 표현이 들어간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3가지 특징을 기반으로 황주은 디렉터는 본격적으로 '스텔라 블레이드' 사운드 제작에 들어갔다.
게임의 특징과 맞물린 사운드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로는 패리를 들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핵심적인 액션으로 패리할 때 상쾌하면서도 자극적인 소리를 다각도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 이를 위해 패리할 때 다른 소리의 볼륨을 줄임으로써 이를 극대화하거나 햅틱이나 듀얼센스 컨트롤러의 스피커에서도 소리가 나오도록 하는 등의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햅틱에 대해 설명하면서 황주은 디렉터는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무래도 콘솔, PS5 게임이다 보니 작업 결과물을 바로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적용 후 이를 PS5 빌드로 만들고 확인하고 다시 이를 수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으로 결과물을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었더라면 시간을 줄이고 디테일을 더 살릴 수 있었을 것 같다면서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스텔라 블레이드'는 최대한 햅틱이나 컨트롤러의 스피커 등의 기능을 다채롭게 적용했다. '스텔라 블레이드'가 PS5 독점작으로 출시되는 만큼, PS5의 독점적인 기능들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도 게임의 특징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황주은 디렉터는 "당시 이식 등을 고려하지 않고 PS5가 제공하는 기능들을 최대한 쓸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모나카는 니어 오토마타의 BGM 제작에 참여한 곳으로도 유명한 스튜디오다. 황주은 디렉터는 먼저 모나카가 만드는 BGM이 어떤 느낌일지 시험하는 측면에서 가볍게 3개의 샘플을 제작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나 모나카에 요청한 곡은 일반적인 느낌의 메인 테마, 최종 보스전 느낌의 곡, 그리고 엔드 크레딧 3곡이었다. 3곡을 요청하면서 황주은 디렉터가 한 건 게임의 방향성과 이미지를 전달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샘플 곡들을 들은 황주은 디렉터는 "'됐다!' 싶었다. 이 게임은 음악으로 인해 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모나카의 색을 지니고 있는 한편, 기존에 모나카가 맡았던 게임들과는 다른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황주은 디렉터는 다음에는 모나카가 어떤 곡들을 만들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이어서 두 번째 곡이 최종 보스전이 아닌 프롤로그에 쓰인 이유에 대해서는 "최종 보스전이라고 하면 강력한 힘에 가로막히는 그런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면서, "반대로 뭔가를 돌파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끝으로 세 번째 곡은 처음에는 스케일을 더욱 키우려고 했는데 개발 과정에서 후반부를 너무 고조시키지 않는 형태로 가닥이 잡힘으로써 아리사 이벤트에 넣게 됐다. 아울러 세 번째 곡의 경우 원래 일반 상태와 전투 상태를 구분해서 전투 시 노이즈가 끼는 식으로 만들었는데 이와 관련해서 소니 QA로부터 아리사가 파괴된 이후 노이즈가 나오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의견을 줬기에 그 의견을 수렴해서 지금의 형태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3개의 곡으로 시작된 모나카와의 인연은 9개의 곡으로 늘어났으며, 최종적으로 14개의 곡이 모나카를 통해 탄생하게 됐다.

다만, 황주은 디렉터가 보기엔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인하우스에서 작업하는 팀원들이 '스텔라 블레이드'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너무 의식한 나머지 그들의 강점을 못 살리는 상태였다는 거였다. 이에 황주은 디렉터는 그들의 강점을 살리고자 우선 그들 스스로가 자유롭게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곡을 만들게 했다. 각자가 가진 개성을 발견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곡은 편성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앞선 모나카의 사례처럼 원래 의도와는 다른 곡도 있었다. 하지만 재미있다고 생각되면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어서 편성했다. 그 결과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스텔라 블레이드'에 어울리는 곡들을 만들 수 있었다.

에버글로우는 본래 엔드 크레딧 콘셉트로 만든 음악이었지만, 후반부에 배치할 경우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하에 궤도 엘리베이터에 넣게 됐다. 이에 대해 황주은 디렉터는 엔드 크레딧과 달리 궤도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가는 구간은 스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원하는 음악을 원하는 만큼 들려줄 수 있는 좋은 포인트였다고 전했다.


최종적으로는 모나카, 인하우스, 그리고 마더바이브. 각각의 음악의 연속성을 가미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개성이 강한 아티스트들이 모이다 보면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조화를 위해서 인하우스르 중심으로 콜라보 등을 시도한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모나카가 오케스트라를 녹음할 때 인하우스도 같은 방식으로 녹음한 게 대표적이다. 황주은 디렉터는 "모나카에 대한 리스펙트이기도 했다"면서,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녹음함으로써, 이 곡은 모나카, 이 곡은 시프트업 이런 식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같은 곳에서 만든 듯한 통일된 느낌을 선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스토커 보스전 곡은 황주은 디렉터가 참여함으로써 명확히 달라졌다. 과거 보스전 곡에 대해 황주은 디렉터는 "잔인한 느낌의 보스인 만큼, 긴장감을 줄 수 있는 템포의 곡이 들어갔다"면서, "스토커라는 보스와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게임 플레이에 익숙해져서 감각적으로 보스를 상대할 수 있는 시점에 만나는 보스다 보니 긴장감이 느껴지는 곡보다는 보스가 달려드는 듯한 느낌을 살리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샤우팅 하면서 달려드는 느낌을 표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아시스는 '스텔라 블레이드' 내에서도 여러모로 독특한 공간이다. 황폐해진 세상과는 어딘지 별개의 공간처럼 느껴지는 곳으로 유유자적한 삶을 표현하기 위해 조준호 싱어송라이터를 기용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 중 하나인 레이븐전 곡의 초기 디렉션은 지금과는 정반대였다. 초기에 디렉터가 원했던 건 단둘만 존재하는 적막한 곳에서 처절하게 싸우는 느낌의 곡이었다. 하지만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었기에 황주은 디렉터가 레이븐의 광기를 표현하는 곡이 어떠냐고 제안하게 됐고 모나카도 그쪽이 좋다고 함으로써 결국 지금의 독창적인 보스전 곡이 나올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황주은 디렉터는 "얼핏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를 곡이었지만, 이 게임이라면 어울릴 거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황주은 디렉터는 "가장 중요한 건 사운드를 통해 더 재미있는 게임 경험을 전달하는 것. 그게 사운드 디렉터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