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로 출퇴근...별난 외국인 투수가 있다

2023년 프러포즈 장면. 아내의 오빠는 유명한 풋볼(NFL) 선수였다. 코디 폰세 SNS

한화 이글스 코디 폰세의 특이한 사진 몇 장

Cody Joe Ponce. 그의 이름이다.

현지 발음대로 읽으면 성(姓)은 ‘판스’다.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해도 폰스로 써야 한다. 그런데 둘 다 아니다. 등록명은 폰세가 됐다.

아마 일본 시절부터 그런 것 같다. ‘ポンセ(폰세)’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기억 때문이다. 같은 성을 가진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 카를로스 폰세(Carlos Antonio Ponce Diaz)라는 외야수다. 1980년대 후반기에 활약한 타자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다.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잠시 뛰었다. 그러다가 요코하마로 이적했다. 당시는 다이요 웨일즈(TAIYO Whales)라는 팀이다. 지금의 DeNA 베이스타즈 구단이다.

꽤 인상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다. 첫 해(1986년) 27홈런에 105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0.322나 됐다. 이후 4년간 매 시즌 20개 이상의 아치를 그렸다(27개-35개-33개-24개).

타점과 최다안타 타이틀을 각각 1회씩 수상했다. 베스트나인에도 뽑혔다. 덕분에 팬들에게 강렬하게 기억됐다. Ponce가 ‘폰세’로 불린 이유다.

니폰햄 시절 마운드 땅을 직접 고르는 장면. 코디 폰세 SNS

물론 1994년생 폰세는 출신지가 다르다. 미국 본토 태생이다. 캘리포니아 업랜드라는 곳에서 나고, 자랐다. 다저 스타디움에서 50~60분 거리다. Ryu의 팬을 자처하는 것도 당연하다.

NPB(일본 프로야구) 데뷔는 대단했다. 첫 해(2022년)에 대형 사고를 쳤다. 노히트 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뜯어보면 더 대단하다. 그의 팀(니폰햄 화이터즈)은 약체다. 다르빗슈와 오타니가 떠난 뒤 리그 최하위를 도맡았다. 반면 상대는 엄청난 팀이다.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였다. 1위를 밥 먹듯이 하던 막강한 전력이다.

그러니까 꼴찌 팀 투수가 최강 라인업을 잠재운 것이다. 9이닝을 투구수 113개로 끝냈다. 4사구 2개를 주고, 삼진은 6개를 빼냈다. NPB에서는 16년 만에 나온 외국인 투수의 노히터였다.

경기 후 인터뷰가 화제였다. 한참 질문이 쏟아지던 상황이다. 인터뷰이(Interviewee)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이렇게 부탁한다.

“미안하지만 빨리 좀 끝내 달라. 집에 가는 전철이 끊기게 생겼다.”

사실 아는 사람은 알았다. 그는 JR이라고 불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했다. 우리로 치면 교통카드인 IC카드를 들고 다녔다.

코디 폰세 SNS

무척 특이한 경우다. 외국인 선수들은 택시를 많이 이용한다. 아무래도 길이나 운전이 생소하기 마련 아닌가. 구단과 계약한 택시 회사의 서비스를 받는다. 선수 본인만이 아니다. 가족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대중과의 시간을 즐긴다.

삿포로가 그리 큰 도시는 아니다. 게다가 스타일이나 체격(198cm, 115kg)도 남다르다. 전철에 타면 단번에 눈에 띈다.

“사람들의 눈을 보면 안다. ‘앗, 저기, 폰세다’ 하는 표정이다. 그런 게 재미있다. 반갑게 서로 눈인사를 나눈다. 그런 일상이 즐겁고, 활기차게 느껴진다.”

2년째 시즌(2023년)이다. 홈구장이 달라졌다. 니폰햄이 삿포로 돔 시대를 끝냈다. 그리고 새로 지은 에스콘 필드로 이전했다.

그래도 뚜벅이의 출근 방식은 바뀌지 않는다. 매일 백 팩을 메고, 헤드셋을 쓴 채 JR(기차) 역으로 간다. “나의 루틴은 소중하다. 함부로 바꾸면 곤란하다.” 그런 신념을 지킨다.

손목에 새겨진 곰(熊) 문신. 사진 제공 = OSEN

동료들은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대신 ‘쿠마(クマ)’라고 한다. 곰이라는 뜻이다. 덩치도 산만하고, 훈련 중에 소리를 많이 지른다. 그래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 홋카이도에 곰이 많은 탓도 있을 것이다.

자신도 그걸 즐긴다. 오른쪽 손목에 새로운 문신을 새겼다. ‘곰 웅(熊)’자가 선명하다. (니폰햄) 구단은 열쇠고리 같은 상품도 개발했다. 노히트노런 기념품에도 활용됐다.

오타쿠 기질도 있다. 유명한 스타워즈 마니아다. 캐릭터 중에 C-3PO를 좋아한다. 백넘버로 30번을 자청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또 있다. ‘드래곤볼’의 열렬한 팬이다.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시절(2024년)에는 ‘인조인간 13호’로 불리기도 했다. 역시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자신의 등 번호이기도 하다. 용품 제작사는 관련한 디자인이 듬뿍 들어간 스파이크와 글러브를 특별히 제작해 줬다.

작년 3월이었다. 드래곤볼 시리즈의 원작자 도리야마 아키라가 타계했다. 그도 SNS에 추모의 글을 올렸다.

“안타깝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했다. 부디 그곳에서 편히 쉬시라.”

라쿠텐 골든이글스 공식 SNS
라쿠텐 골든이글스 공식 SNS

무척 가정적이다. 보기와 다르다. 조용한 면도 있다. 자신이 소개한 일상에서 그런 성격이 엿보인다.

매일 아침 6시면 일어난다. 그리고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그다음은 아침 식사다. 커피를 곁들여 간단한 메뉴를 즐긴다.

요리와도 꽤 친하다. 아보카도 토스트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스테이크 굽는 실력도 전문가 수준이라는 소문이다. 골프는 싱글 핸디캡으로 알려졌다. 베스트 스코어는 79개다.

오전에 즐기는 소중한 일과가 있다. 여기저기 돌리는 영상 통화다. 아마 시차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 있는 친지와 교감하는 시간이다.

메이저리그 경력(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은 별로 없다. 2020년 8월에 데뷔전을 치렀다. 시카고 컵스 전이었다. 연장 11회 리글리 필드의 마운드를 올랐다. 그러나 끝내기 패배의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빅리그 무대는 오래된 소망이었다. 그 꿈을 어렵게 이뤘다. 경기에 패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그런 소감의 끝이다. 얘기가 더 있다. “딱 한 사람에게만 이 감동을 전하지 못한다. 너무 큰 아쉬움이다.”

이날 신었던 스파이크에 새겨진 메시지가 있다. 고향 업랜드의 지역번호(909), 그리고 뒤꿈치 부분에 새겨진 회색 리본이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제니퍼)를 향한 그리움이다. 뇌암 환자들을 위한 상징이기도 하다.

모친은 미용사였다. 어릴 때부터 아들의 머리를 손질해 줬다. 그가 여전히 길고, 화려한 컬을 유지하는 것도, 일종의 그리움 탓일지 모른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코디 폰세 SNS
메이저리그 데뷔전에 신었던 스파이크. 코디 폰세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