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역사에서 ‘포니’라는 이름은 단순한 자동차 그 이상이었다. 1970년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첫 단추이자, 국민들에게 ‘내 차’를 처음으로 선물해준 모델. 그리고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는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회자된다. 하지만 끝내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마니아들에겐 아쉬움만 남긴 미완의 작품이었다.


그러던 중 2022년 등장한 N 비전 74 콘셉트가 다시금 불씨를 지폈다. 직선 위주의 레트로 감각과 최첨단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결합된 모습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단순한 쇼카를 넘어, 현대차가 과거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순간이었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N 비전 74는 600마력 이상, 6억 원 이상이 거론되는 하이퍼카급 콘셉트였다. 일부 한정 생산이 예고됐지만, 대중이 쉽게 소유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 결국 많은 팬들이 바라는 건 ‘드림카’가 아니라, 현실에서 탈 수 있는 포니 쿠페다.

이런 바람을 자극한 것이 WRD 같은 해외 디자인 스튜디오가 공개한 포니 쿠페 렌더링이었다. 과한 디퓨저와 윙을 덜어내고, 양산 가능한 범퍼와 단정한 후면부, 아반떼 N을 연상시키는 휠을 적용한 그 모습은 한마디로 ‘지금 당장 출시해도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댓글 반응만 봐도 “이건 꼭 나와야 한다”, “요즘 현대차 중 최고”라는 극찬이 이어졌다.

현대차 라인업을 보면 공백은 명확하다. 제네시스 쿠페가 단종된 이후, 제대로 된 2도어 스포츠 쿠페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팅어마저 단종된 지금, 아반떼 N이나 아이오닉 5 N은 4도어 혹은 SUV에 치우쳐 있다. 마니아들이 “다시 쿠페를 달라”고 외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만약 포니 쿠페가 양산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우선 파워트레인은 내연기관보다는 전동화가 유력하다. 아이오닉 시리즈와 같은 E-GMP 플랫폼을 활용해 전기차 혹은 EREV(연장 주행 전기차) 형태로 등장할 수 있다. 주행거리 500km 이상, 출력 400마력 이상이라면 글로벌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가격 포지셔닝도 중요하다. 4천만~6천만 원대라면 도요타 GR86, 닛산 Z, 머스탱, 테슬라 모델 3 퍼포먼스 등과 정면으로 붙을 수 있다. 이 시장은 소수지만 열정적인 팬덤이 존재하며, 포니라는 역사적 네임밸류가 더해진다면 단숨에 화제를 모을 수 있다.

디자인은 과거와 미래의 교차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옛 포니 쿠페의 직선적 레이아웃과 픽셀 LED, 심리스 램프 같은 현대차 최신 언어가 어우러질 것이다. 단순한 복각이 아니라, 레트로-퓨처리즘을 표방하는 상징적 모델이 되는 셈이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스포츠 쿠페는 판매량 자체가 제한적이고,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전기차와 SUV 중심 전략이 훨씬 안정적이다. 따라서 포니 쿠페가 양산되더라도, 대량보다는 한정판 성격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니 쿠페 부활은 상징성이 크다. 현대차의 브랜드 스토리텔링, 헤리티지 마케팅, 그리고 전동화 시대에도 감성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대도 이런 차를 만들 수 있구나”라는 인식을 바꿀 기회가 된다.

N 비전 74가 ‘꿈의 차’라면, 포니 쿠페는 ‘현실의 꿈’이 될 수 있다. 지금 시장은 단순한 효율·실용을 넘어, 감성과 스토리를 중시한다. 포니라는 이름이 다시 도로 위를 달린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화제성과 브랜드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현대차는 과연 포니 쿠페를 현실화할 용기가 있을까?” 아직 답은 알 수 없지만, 팬들이 기다리는 목소리만큼은 이미 충분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