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무이자할부 없앨수록…롯데카드 회원은 늘어난다?

금리 급등으로 카드사의 핵심 혜택인 무이자 할부가 축소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롯데카드는 이로 인해 회원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일시불로 결제하고 필요할 때마다 부담 없이 나눠낼 수 있는 '로카(LOCA) 나누기 카드'의 인기 덕분이다. 시장금리와 일종의 역(逆)의 관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카드업계의 '인버스 상품'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14일 롯데카드에 따르면 로카 나누기 카드는 올 7월말 출시 이후 지난 11월까지 월 발급량이 매월 평균 2배가량 증가하고 있다. 이 카드는 3만원 이상 결제 건에 대해 최대 6개월까지 '로카 나누기 혜택'을 제공해 준다. 이는 일시불 이용금액을 롯데카드 디지로카앱을 통해 납부 개월 수를 변경하고 추가 수수료 없이 나눠 납부할 수 있는 혜택이다. 카드결제 시 일시불 또는 할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고객에게 유연한 옵션을 부여한 셈이다.

일시불 이용금액이 건당 3~30만원인 경우 3개월, 30만원 이상인 경우 3개월 또는 6개월 나누기 혜택을 적용할 수 있다. 연말까지는 100만원 이상인 경우 기존 3·6개월에 10개월까지도 나눠 납부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나누기 혜택이 지난달 실적 기준 없이 제공되는 점도 파격적이다. 일시불 결제일 2영업일 전까지만 롯데카드 디지로카앱에서 신청하면 된다. 때문에 카드 결제 시 별도로 할부를 요청할 필요가 없고, 일시불 결제 후 본인의 자금 관리 계획에 따라 그대로 일시불 납부하거나 나누기 혜택을 신청할 수 있다. 또 일시불로만 결제 가능한 해외 이용금액까지도 나눠낼 수 있다.

카드업계의 무이자 할부 혜택 기조와 반비례해 로카 나누기 카드의 매력도는 높아지고 있다. 삼성카드는 내달 2일부터 프리미엄 카드 고객에게 제공하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최대 2개월 줄이는 식으로 변경한다. 지난 1월 무이자 할부 개월 수를 확대했다가 단 1년만에 줄이는 것으로, 이는 올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지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카드는 온라인결제, 손해보험 업종에 제공하던 6개월 무이자 할부를 3개월로 줄였다. 현대카드도 4대 보험료를 대상으로 한 무이자 할부 혜택을 최장 7개월에서 3개월로 낮췄다. 우리카드 역시 백화점·대형마트 업종 무이자할부를 최대 12개월에서 2~3개월로 대폭 축소했다.

무이자 할부는 고객이 부담해야 할 할부금리를 카드사가 감당하는 것과 같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자금조달 구조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달한다. AA+ 등급 카드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기준 6.1%에 달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카드사들의 이자비용이 올해 말 7000억원, 내년 1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탄탄했던 카드사 실적은 올 3분기 들어 역성장이 가시화됐다. 무이자 할부를 내줄 여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런 국면에서 롯데카드는 무이자 할부를 카드상품의 본혜택화하는 '역발상'을 했다. 로카 나누기 카드는 어떤 캐시백 혜택 하나 없이 로카 나누기 혜택이 전부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로카 나누기 카드는 나누기 기능만 담겨있는 카드라서 적자가 나는 상품이 전혀 아니"라고 말했다.

'로카 나누기 카드' 플레이트 이미지.(사진=롯데카드)

기준금리 급등은 유동성 축소를 의미한다.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유동성도 크게 줄었다. 그 결과 소액 할부에 대한 고객의 니즈와 이용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의 롯데카드 회원의 할부 이용 추이를 비교해본 결과 10만원 이하 결제금액 할부 이용건수는 2019년 대비 2020년에는 0.69% 늘었고, 2021년에는 7.90% 늘어났다. 할부 이용액도 2019년과 비교했을때 2020년에는 1.17%, 2021년에는 8.65% 증가했다.

이는 10만원 초과 30만원 이하, 30만원 초과 100만 이하 할부 이용이 줄어든 것과는 상반된다. 10만원 초과 30만원이하 할부 이용건수는 2019년 대비 2020년 7.37%, 2021년 0.17% 줄었고, 이용액 또한 각각 8.01%, 1.03% 줄어들었다. 30만원 초과 100만원 이하 할부 이용도 같은 기간 건수는 12.35%, 1.26% 감소했고, 이용액도 10.97%, 0.36% 줄었다.

다만 할부 서비스가 주로 사용되는 100만원 초과의 고액 할부 이용의 경우 2019년 대비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감소 영향으로 이용건수가 4.38% 소폭 감소했지만, 2021년에는 다시 17.09% 증가했고, 이용액은 2020년 0.76%, 2021년 30.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만원 이하 금액도 쪼개낼 정도로 유동성이 말라간다는 뜻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23년까지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이 단기간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로카 나누기 카드의 발급은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금리 이슈로 M&A 시장까지 축소된 점을 고려하면, 불리한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는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의 '전략통' 수완이 엿보인다. M&A 시장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는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가 사모펀드 운용사(MBK파트너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한 몸값을 높여 받아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