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머리 맞대 기획·행동한 경험, 대학 공부에도 도움 돼요

작은학교(전교생 60명 이하)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와 작은학교 졸업생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들이 작은학교를 선택한 이유와 작은학교에서 누린 행복을 세 차례에 걸쳐 전합니다.

대학생 홍화진(왼쪽에서 둘째) 씨가 자신이 졸업한 함안 함성중학교를 찾아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이동욱 기자

대학 새내기인 홍화진(20) 씨는 첫 여름방학을 맞아 지난달 말 서울에서 본가가 있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으로 왔다. 고향에 왔지만, 초중고 모교는 이 동네에 없다. 집에서 통학버스로 20~30분 가야 하는 함안 외암초등학교와 함성중학교를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김해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녔다.

도시에 인구가 집중적으로 몰린 현실에서 작은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지난 4일 오후 홍 씨를 만나 작은학교에서 쌓은 경험을 들어보고 모교 중 하나인 함성중을 함께 찾았다.

◇남들과 달랐던 학창 생활 = 홍 씨는 집 근처 삼계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마치고 외암초교로 전학을 갔다. 사실 홍 씨보다는 부모의 권유나 의지가 컸고, 당시만 해도 홍 씨는 덤덤했다. 별생각이 없었지만, 환경이 확 달라진 게 다가왔다. 한 반에 28명이 있다가 한때 폐교 직전까지 갔던 학교로 옮겨서는 학급 인원이 5명이었다.

2학년부터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이 다니는 학교와 집 근처에 있는 큰 학교가 비교되지는 않았다.

"큰 학교를 못 다녀서 아쉽다는 느낌은 없었던 것 같아요. 생각이 그렇게 부정적으로 흘러가지는 않았고요. 그냥 남들과는 좀 다른 학창 생활을 보냈다고 생각해요."

통학버스를 타다 보니 초등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오후 5시 무렵이었다. 집 근처 초교에 다니는 학생들과는 동선부터 생활 방식까지 달랐다.

홍 씨를 포함해 많은 내서지역 학생이 외암초교로 전학을 했다고 한다. 올해 외암초교 전교생은 29명이다.

"결국 폐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입학생이 증가하면서 전교생은 10여 명 늘어 30명 수준까지 됐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동창들과는 요즘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외암초교 같은 반 친구들은 함성중으로 함께 진학했다. 홍 씨는 내서읍에 있는 중학교로 갈 수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정이 들었고 갑자기 환경을 바꾸는 데 부담도 있었다.

"작은학교를 나왔다가 다시 가서 적응한다는 게 쉽지 않을까 봐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고, 이미 애들이랑 너무 친해지다 보니까 같이 중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초등학교보다는 중학교 때 추억이 더 또렷하다.

"다 같이 선생님 차를 타고 의령 한우산에 별 보러도 갔었고 소규모로 이렇게 놀러다니고, 학교에서 텐트를 치고 1박 2일로 자고 그랬던 적이 있어요."

대학생 홍화진 씨가 자신이 졸업한 함안 함성중학교를 찾아 선생님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다양했던 프로젝트 수업 = 작은학교는 한 반 인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친구끼리 싸우거나 갈등이 생기면 이는 저절로 한 반 전체의 문제가 됐다. 당연히 누구든지 나서서 해결 방법을 떠올렸다.

"한 반이 6년, 3년을 쭉 간다는 게 애들끼리 막 친해지고 하니까 큰 장점일 수도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해 보면 친구들끼리 틀어졌을 때 계속 봐야 하고 회피해서 다음 학기까지 기다리는 것도 안 돼요. 그래서 애들끼리도 싸우면 이걸 어떻게 해서든 반 전체가 해결하려고 했어요. 반에 문제가 있으면 싸운 친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반 전체 문제로 인식해서 같이 해결하려고 했던 경우가 많았어요."

중학교 때는 프로젝트 수업과 활동도 많았다.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행동했기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학교 축제 콘셉트를 잡거나 기획할 때, 축제 부스를 운영할 때도 애들끼리 선생님 한 분이랑 함께했고, 아예 수학여행 자체를 하나의 프로젝트 수업으로 기획해서 갔거든요. 예를 들어 제주도를 가면 길거리나 관광객이 많은 곳을 찾아서 미리 만들어간 홍보판을 들고 전단을 나눠드리면서 제주 도민에게도 제주 4·3을 설명하고 알렸어요. 되게 오래 기억에 남아 있어요. 도덕 수업인지 사회 수업인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HIV(후천성 면역 결핍증 병원체가 되는 바이러스) 인식을 높이는 붉은 리본 캠페인과 관련해 페이스 타투, 붉은 리본 그리기도 했어요."

◇공동체 의식 싹터 = 여러 친구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사회 심리학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중학교 때 제가 되게 좋아하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선생님이랑 수업을 많이 했거든요. 역사를 배워도 그 역사가 현재와 이어지는 점을 배우거나 우리가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무엇에 의해 움직이고 그 메커니즘이 뭘까 그런 것에 관심이 많이 갔어요."

지금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

"사회 심리학은 깊은 연구를 해야 했고, 좀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마케팅 쪽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또 마케팅은 너무 틀 안에 하나로 잡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좀 더 포괄적으로 넓은 분야를 배워보자고 생각해서 경영학을 선택했어요."

대학 수업과 전공 공부에는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작은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한 태도와 가치관 덕분이기도 하다.

"경영학과도 팀플(팀프로젝트)이 많다 보니까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했던 프로젝트 활동이 되게 도움됐다고 봐요. 작은학교에 다니면서 제일 크게 느꼈던 것이 있어요. 공동체 의식이 아주 커지는 것 같아요. 친구들 사이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생 간 관계도 그렇고, 학교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을 한 공동체라고 인식했어요. 모두 허울 없이 지냈고, 소속감도 강해졌어요. 아직도 중학교 선생님들이랑 연락하고 내일 또 뵙기로 했거든요."

대학생 홍화진(왼쪽에서 둘째) 씨가 자신이 졸업한 함안 함성중학교를 찾아 선생님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동욱 기자

◇"선생과 제자는 동지" =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홍 씨와 함께 함성중을 찾았다. 홍 씨는 오랜만의 모교 방문에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 건물 중앙현관으로 들어가자 복도로 나온 안병찬 함성중 교사가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홍 반장, 왔나?" 홍 씨가 반장을 맡았기에 중학교 시절 별명은 자연스레 '홍 반장'이 됐다.

함성중은 2018년 경남교육청 '행복학교(교육공동체가 배움과 협력을 바탕으로 성찰·소통·공감을 지향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경남형 미래학교)'로 지정됐다. 홍 씨가 입학했던 해다.

사립 작은학교인 함성중은 학생 수 감소를 막는 자구책으로 수업 방식과 학교 문화를 변화시키기 시작하던 때였다. 홍 씨를 비롯한 많은 작은학교 졸업생이 학력이나 대학 입시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을지 학교 안팎에서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였다는 것을 증명했다. 안 교사가 말했다.

"사립 작은학교는 학생 수 줄어드는 것이 생계의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물리적인 복지를 늘리거나 운동부 유치 등으로도 학생 수 늘리는 게 어렵더라고요. 수업과 교육과정을 본격적으로 바꾸면서 전교생 30명 수준에서 60여 명(현재 전교생 68명)까지 늘어서 유지되고 있어요. (홍 씨를 포함한) 이 친구들과 저희 선생님들이 같이 성장했다고 봐요. 수업과 학교 문화를 전환하는 데 힘이 붙었던 시기였지요. 제자이지만 동지애를 느낀다고 말해요. 수업 방식이 달라졌기에 학력이나 대입 과정에서 힘들지 않을지 걱정도 있었는데, 이 친구들이 그걸 깨주었지요." <끝>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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