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년에게 근위병이 한 발짝 다가간 이유

근엄한 표정과 부동의 자세로 왕실을 지키는 영국 근위병. 하지만 여기 버킹엄 궁전 앞, 보초를 서고 있는 이 근위병은 작은 일탈을 감행합니다. 규정을 어기고 자리를 이탈한 겁니다.

규정 어긴 근위병이 칭찬받은 이유

지난 6월 8일 ‘영국 왕실 근위대’라는 유튜브 채널에 짧은 영상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버킹엄궁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근위병과 기념 촬영을 하는 관광객들 가운데 중년 남성과 10대 소년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남성은 소년에게 “이 사람을 만지면 안 돼” “너무 가까이 다가가도 안 돼”라며 신신당부하더니 소년을 카메라 쪽으로 돌려세웁니다.

소년은 잔뜩 긴장한 듯 멀찍이 서서 엉거주춤하게 자세를 잡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근위병이 갑자기 옆으로, 성큼 한발짝 다가섭니다. 근위병의 돌발 행동에 놀란 소년은 겁에 질린 듯 어깨를 움츠리면서도 근위병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카메라를 봐야지” 중년 남성의 재촉에 소년은 그제야 카메라를 보고 양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찰칵’ 기념 촬영이 끝나자 근위병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중년 남성은 “정말 좋은 사람이군요. 멋진 일을 할 수 있겠어요”라며 고마워했어요. 또 “근위병이 우리쪽으로 다가오다니,  정말 친절하고, 예상 못한 행동이었다”고 놀라워 했습니다.

영상 속 두 남자는 마이크 반 어프와 다운증후군을 가진 17살 이브라힘으로, 특수 교사와 제자 관계라고 합니다. 두 사람은 기마병 퍼레이드를 관람한 뒤 기념 촬영을 하다 친절한 근위병 덕분에 뜻밖의 감동을 선물받았습니다.

사진촬영을 위해 관광객에게 한발짝 다가간 게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국 근위병은 근무 중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는 걸 유명하죠. 규칙이 얼마나 엄격한지, 강풍이나 폭설, 폭염은 물론이고 가족을 만나는 특별한 상황에서도 예외는 없습니다.

과거 근위병이 된 오빠를 만나러 온 소녀가 미동조차 하지 않는 오빠를 보고 눈물을 흘리다 말없이 손만 잡고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고 다운증후군을 가진 형이 찾아왔을 때 근위병 동생이 알은체조차 하지 않은 영상도 회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규칙에는 예외라는 게 존재하죠. 규칙이 만들어진데는 이유가 있지만 규칙보다 더 중요한 건 세상을 살 만하게 만드는 따뜻한 마음이니까요. 자신을 경외하는 열일곱 소년에게 감동의 순간을 선물한 근위병의 작은 친절이야말로 그런 따뜻한 마음의 표현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