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가 사라졌다”...잇단 반대매매에 뒤통수 맞은 투자자 ‘날벼락’

이인아 기자 2023. 3.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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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제지 최대주주, 주식 대량 매각 후 거래정지
최대주주 반대매매 당한 상장사 증가...경영권 분쟁·투자 철회 ‘악순환’
채권자와 갈등으로 거래 정지 가능성 커...투자 주의

최근 국내 증시에서 최대주주가 사라진 상장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주주가 자금난을 겪으며 차입으로 확보한 지분이 반대매매 당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두 번째로 주식이 많은 주주를 찾아 최대주주라고 공시하지만, 회사 경영과 무관한 인물이 대다수다. 이는 회사 내 불안정한 상황을 암시해 주가 하락, 경영권 분쟁, 거래 정지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러스트=이은현

국일제지는 최대주주가 경영권 매각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제대로 한몫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국일제지는 최대주주였던 최우식 대표가 경영권 매각을 공시한 지 3일 만에 부도 위기에 처해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고 공시했다.

앞서 8일 최우식 대표는 디케이원에 경영권을 포함해 주식 988만주를 110억원에 양도했는데, 계약 체결과 동시에 보유 주식 745만5000주를 장내 매도하며 또 100억원을 챙겼다. 3일 뒤 회사는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주식거래도 정지됐다.

최 대표는 이사회 일원으로 회생절차 신청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 대표가 개인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거래정지 전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우면서 소액주주, 채권자 뒤통수를 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일제지 소액주주는 4만8000여명이다. 기존에 발행했던 전환사채(CB)도 기한이익 상실로 처리돼 채권자들도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최대주주의 반대매매는 회사 내부 어려운 상황을 그대로 암시한다. 세원이앤씨는 이달 9일 최대주주였던 디지털킹덤홀딩스 지분이 반대매매로 쏟아지면서 8.61%에서 5.33%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디지털킹덤홀딩스는 세원이앤씨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았는데, 상환을 하지 못했고 일부 지분이 강제로 시장에 팔렸다는 것이다.

지난 14일에는 현 경영진에 대한 배임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됐다고도 공시했다. 이 와중에 11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진행 중인데, 최종 납입은 미지수다. 투자자가 매번 바뀌고 납입일 연기도 잦아서다.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전해진다. 세원이앤씨 주식은 경영진 리스크가 부각되며 500원짜리에서 200원짜리가 됐다.

셀피글로벌 최대주주 변경 내용 중 일부. /출처=금융감독원 다트

셀피글로벌은 지난 8일 최대주주가 지분 1.73%를 보유한 최 모 씨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로켓글로벌이 보유한 주식이 전량 반대매매되면서 3.35%에서 0%로 줄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경영권 변동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예정됐던 유상증자, 전환사채 등 자금 조달이 모두 철회됐고,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하기 위한 주주총회 일정이 예정됐다. 그 사이 주가는 연일 하락해 셀피글로벌 주식을 5000만원 가량만 사면 최대주주가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테크놀로지도 이달 7일 최대주주가 한국이노베이션 외 2명에서 지분 1.45%를 보유하고 있는 J사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기존 최대주주 지분이 반대매매 당해 1.33%로 줄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던 투자자들도 한발 물러나 모든 투자 계획이 무산됐다.

한국테크놀로지 주식은 300원대로 떨어졌다. 알려지지 않은 J사가 주식을 매매했다면, 또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상장사 최대주주가 반대매매로 지분이 급격하게 낮아지면, 회사는 주주명부 기준으로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사람을 찾아 최대주주라고 공시해야 한다. 전문경영인 체제일 경우, 지분이 없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테크놀로지와 같이 1%대 지분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이사회를 장악하는 경우 경영권이 쉽게 흔들릴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되는 기업들은 최대주주 지분 공시 전부터 여러 채권자와 문제가 있는 회사들”이라며 “내부 문제가 드러나면 곧 채권자들의 고의적 파산신청, 풍문, 관리종목 지정, 상장폐지 사유 발생 등으로 언제라도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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