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듣는 소규모 주택 건축 현장 환경 진단
중대재해처벌법이 모든 건축 현장으로 범위가 확대된 지 반년. 그럼에도 많은 건축주가 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노무사에게 건축주가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 질문해봤다.
2024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범위가 5인 이상 모든 사업장, 50억원 미만 공사까지 확대되며 건축계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소규모 건축 현장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면서 주택 건축 주체마다 여러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건축주, 특히 직영 건축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시공사, 그리고 건축사사무소는 영향이 없을까. 관련해 노무법인 반석 정희진 대표 노무사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적용 대상이 확대되던 당시에도 ‘동네 빵집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하나’등 많은 설왕설래가 있었다. 건축 분야에서는 어떤 분위기였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함)은 업종을 불문하고 상시근로자가 5인 이상인 사업장에 모두 적용되는 법입니다. 2021년 1월 27일 제정 이후, 사회적 여론과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적 여건 등을 고려하여, 1년 유예해 상시 근로자 수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하여, 올해 1월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건설업의 경우 상시 근로자 수와 관계없이 공사 금액(개별 건설공사를 단위로)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되었는데, 이전에는 50억원 이상의 공사였다면, 올해 1월 27일부터는 50억원 미만 공사까지 확대 적용되었습니다. 즉, 현재는 상시 근로자 수와 관계없이 모든 공사에 적용된다는 것이지요.건설업의 경우 사망사고 등의 중대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아, 타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들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정보에 접근할 기회나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생각보다 대비는 매우 미미한 편입니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법이 너무 추상적이고, 처벌 수위가 높아 부담스러우며, 전체적으로 어렵게 느껴진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도급계약이 아닌 직접(직영) 건축하는 경우에도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자가 될 수 있나
직영 건축을 하는 건축주도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도급계약을 맺은 건축주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중대재해처벌법 처벌의 대상은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이 해당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에 따르면, “사업주”란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를 말하고, “경영책임자”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해당 건설공사에 대해 실질적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처벌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노동부가 2022년 8월에 답변한 질의·회시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건설공사 발주자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부담하는지”에 대한 질의에 대해, “발주는 민법에 따른 도급에 해당하지만, 건설공사발주자는 공사 기간 해당 공사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 경우 그 발주자가 아닌, 건설공사를 발주 받은 시공사 및 그 경영책임자가 법의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만약 건설공사발주자가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경우라면 발주자는 해당 건설공사에 대해 실질적 지배·운영·관리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해당 건설공사 종사자에 대하여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답변한 사례가 있습니다.이는 발주자의 경우도 외관상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산재보험법상의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지 않더라도, 실체적으로 공사에 대한 지배·운영·관리 권한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는 발주자에게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책임과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체적으로나 외관상으로 공사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명확해 보이는 직영공사를 시행하는 건축주의 경우, 중대재해처벌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직영 건축주의 경우는 시공사와 동일한 지위에서 산업안전보건법과 고용산재보험법상의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다만, 건축주의 건축공사 중 일부는 직영으로, 일부는 시공사를 통한 도급공사로 진행하는 경우에는 재해 발생 원인에 따라, 책임의 주체를 달리 판단할 수 있습니다.
주택은 건축 공정에 따라 소요되는 인력이 다른 데, 현장 인력이 5인 미만인 공정에서는 법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나
건설공사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시 근로자 수와 상관없이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 해당하게 됩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방안 대부분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보건 준수 의무사항들과 관련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업종과 사업의 규모에 따라 각 규정이 달리 적용되므로, 소규모 사업장의 책임 범위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직영건축 시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정도로 중대재해 발생 시 면책될 수 있을까
면책될 수 없습니다. 산재보험 가입 여부 및 산재보상 여부와 관계없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조치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처벌을 결정하게 됩니다. 면책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조치 의무를 모두 이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규모 공사를 주로 하는 직영 건축주의 경우 사고 예방을 위한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고민해보게 되는 법입니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재 예방을 위해 노력한다면 처벌을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요.
직영 건축주의 경우 관련해 이수해야 할 교육이나 갖춰야 할 설비 또는 시설이 있나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는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수해야 할 교육이나 설비 등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에 정해져 있는 의무 내용을 살펴보면 ①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의무, ②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의무, ③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의무, ④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의무 등이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실제 직영건축 건축주 중 중대재해처벌법에 저촉된 경우가 있었나
직영건축 건축주 중 제 주변에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된 사례를 본 적은 없습니다. 판례나 노동부에서 최근 발간한 중대재해 사고 백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만, 건축주 직영건축의 경우에도 이동식 사다리에서 추락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한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방심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도급건축의 경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주택 건축 현장은 어떻게 되나
공사 현장과 일반 산업체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작업이 중단됩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즉각 작업을 중지시켜야 하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해야 합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작업의 중지를 명령할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 발생작업이 다른 작업과 명확히 구분되고, 동일한 작업 공정이 없는 경우에는 부분적으로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고, 토사 구축물의 붕괴, 화재, 폭발, 유해하거나 위험한 물질의 누출 등으로 인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하여 그 재해가 발생한 장소 주변으로 산업재해가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전면 작업 중지가 가능합니다.
시공사의 다른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우리 집 건축 현장도 영향을 받을까
사고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공사의 규모 등 여러 제반 상황에 따라, 책임자가 구속된다거나, 사고로 숙련된 인부가 부족하게 된다거나 하는 등의 사유로 공사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소규모 건축 현장에서 중대재해는 어떠한 부분에서 많이 발생하나
주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중 안전조치 미흡으로 추락하는 경우, 기계에 끼이는 경우, 건설기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 3대 사고(추락, 끼임, 부딪힘)로 불립니다. 모두 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게 됩니다.
시공사는 안전보건교육을 철저히 하고, 산업안전보건 규칙에서 정하는 규격에 맞는 안전 장비 및 기계를 사용하며, 내실 있는 위험성 평가를 통해 사고 유형에 대한 유해 위험요인 및 잠재적인 재해 발생 요소 등을 사전에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점검, 체크해야 하며, 담당자를 지정해서 이를 책임 있게 이행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부분을 지키는 것이 재해 예방의 지름길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사안의 예방과 해결에 있어서 노무사와 변호사의 일은 어떻게 다른가
업역에 정해진 바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노무사는 산업안전 보건교육, 위험성 평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관한 컬설팅과 조언 등 중대재해 예방과 관련한 사전(事前)적인 조력을 하고, 변호사는 사고 발생 시 민사상 손해배상과 형사적 처벌 등과 관련한 소송 업무를 주로 합니다.

소규모 건축 현장에서의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조금 지났고, 소규모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었지만 여전히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당분간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단시간 내에 이행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라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안전교육과 안전 보호구 착용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쉬운 재해예방 조치들부터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면 중대재해로부터 한 발자국 더 멀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동안의 관행을 바꾸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시겠지만, 어차피 바꿔야 하는 숙제라면 일단 먼저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글_ 정희진 노무사
구성_ 신기영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9월호 / Vol.307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