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권 가격만 30억 '송도골프장' 인수한 포스코, 80억 호화 별관 회원 몰래 지어
[땅집고] “분명 홍보관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별관이라고 하더라고요. 회원을 위해 리모델링했다고 하는데, 정작 회원들은 잘 모르는 게 말이 됩니까. 회원들이 내는 연회비만 50억원인데 그보다 비싼 호화 별관을 지어놓고 안내조차 제대로 안하다니….”
회원권 가격만 30억원을 호가해 국내 명문 회원제 골프장 중 하나로 꼽히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이하 잭 니클라우스 GC). 지난해 골프장 내에 갑자기 호화 시설을 갖춘 2층짜리 별관이 생겨 용도를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잭 니클라우스 GC 측은 회원을 위한 시설이라며 안내를 했는데, 정작 회원들은 공지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10년 10월 문을 연 잭 니클라우스 GC는 현재 250명 회원제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권 시세만 30억원을 넘어 서울 강남 중형 아파트 1채 값과 맞먹는다. 이와 별개로 매년 이용료 개념의 연회비도 20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래도 없어서 못 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골프 전설’로 불리는 잭 니클라우스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일한 한국 내 골프클럽으로, 77만1912㎡ 부지에 18홀 골프장과 클럽하우스, 페어웨이 빌라 등을 갖추고 있다.
■리모델링에 80억 투입…개인 파우더룸에 편백나무 욕조까지
잭 니클라우스 GC에 따르면 별관은 작년6월 준공했다. 최정우 전 포스코 회장 시절인 2022년 포스코와이드가 회원권 부채 2350억원을 포함해 총3050억원을 들여 잭 니클라우스GC를 인수한 직후, 홍보관 건물을 별관으로 바꾸는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포스코와이드는 잭 니클라우스GC를 비롯해 전남 순천 포라이즌CC, 포스코 그룹 소유 건물 등을 관리하는 포스코 계열사다.
별관 건물은 지상 2층 규모로150명 수용 가능한 대연회장과 1인1실로 쓰는 락커룸 12개 등이 있다. 개인 락카룸에는 다른 골프장에서 볼 수 없는 스타일러·편백나무 욕조 등 고급 시설을 갖춰 눈길을 끈다. 건물 앞에 진입로도 새로 만들었다.
비용은 총 80억원이 들었다. 지난해 영업 적자(70억원대)보다 큰 돈을 써서 별관을 지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민간 기업은 경영 성과에 관계없이 골프장 오너가 쓰기 위해 호화 별관을 짓는 경우가 있지만 속칭 ‘국민 기업’으로 불리는 포스코 계열사가 호화 별관을 짓는 것은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 골프장 측 “회원 위한 공간…작년 매출 10억 넘어”
잭 니클라우스 GC 측은 이 별관을 ‘회원을 위한 시설물’이라고 소개한다. 잭 니클라우스 GC 관계자는 “활용도가 낮은 커뮤니티 공간을 리모델링해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회원 위상도 높이기 위해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회원과 관련한 기업 대관행사, 글로벌 골프대회 유치 시 미디어센터와 연회장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잭 니클라우스 GC 측은 월요일에 개별 손님은 받지 않고 회원과 관련한 기업 행사만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대 36팀을 받을 수 있으며, 행사 비용은 순수 골프장ㆍ별관 대관비 외에 라운드 비용과 식음 부분을 포함해 약 1억원 수준을 받는다. 잭 니클라우스 GC 측은 올해 별관 사전예약이 14건 잡혀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작년 월요 휴장일 기업행사를 통한 별관 영업매출은 10억원 이상이고, 이 가운데 포스코그룹 관련 매출은 1건”이라면서 “올해는 2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이어 “회원 라운드시 사용 요청은 작년 말부터 진행했으며, 대관 관련 변경 사항에 대해 올해 안내했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회원 100여 명과 함께 ‘회원의 날’ 행사도 별관에서 개최했다는 것이다.
■“별관 이용 안내 없었다”…매출 도움 안돼 시각도
잭 니클라우스 GC 회원들은 골프장 측으로부터 별관과 관련해 어떤 공지나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초창기 회원 A씨는 “사용 안내 공지를 받은 적이 없으니 별관을 활용해 본 적도 없다”며 “회원의날 행사는 리모델링 이전에 홍보관 시절부터 같은 건물에서 해왔기 때문에 별관을 특별히 썼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원 B씨는 “월요 기업 행사에 쓰려고 별관을 지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면서 “휴장하면 말 그대로 골프장과 본관 전체가 비는데 굳이 본관보다 작은 별관을 쓸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업계에서는 국제대회 유치를 위해 별관을 만들었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국제대회의 경우 몇 년에 한 번 유치하기도 힘들다”면서 “설령 대회를 유치해도 어차피 골프장 전체를 대회장으로 쓰는데 별관을 따로 만들 이유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골프업계 관계자는 “월요 기업 행사의 경우 겨울이나 우기 땐 열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별관 매출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잭 니클라우스 GC처럼 만성 적자가 나는 기업이 매출에 별 도움도 안 되는 별관을 80억이나 들여 지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잭 니클라우스 GC 관계자는 “작년 1월 별관 리모델링 시행 전 회원들에게 국제 규모 대회와 단체 행사 시 비즈니스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겠다고 안내했다”며 “올 4월쯤에는 소규모 단체 행사에 관심있는 회원에 한해서 문자로 이용 안내문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규모 단체행사는 작년 준공 이후부터 진행했고, 월요 기업행사는 준공 이후 총 14회 진행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회원은 “한 번도 별관 이용 안내 문자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작년 6월 준공 이후 별관 운영 매출이 나왔다고 했는데, 정작 이용 안내 공지는 올해 4월에야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잭 니클라우스 GC 측은 땅집고가 취재를 시작한 이후인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별관 이용 안내 공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박기람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