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딩아웃]= 오타니 쇼헤이는 말을 길게 늘어놓는 법이 없다. 대신 그는 동료들의 손목에 직접 ‘시간’을 채워 넣으며 자신의 의지를 증명했다. 2026 시즌 개막전을 앞둔 LA 다저스 클럽하우스, 각 선수의 라커 앞에 놓인 쇼핑백 하나가 팀의 공기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그 안에는 일본 시계 브랜드 세이코의 4,000달러(약 600만 원) 상당의 손목시계와 함께 오타니가 직접 쓴 짧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Happy Opening Day, LET’S 3-PEAT."

이 선물은 단순한 호의를 넘어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다. ESPN의 알덴 곤잘레스에 따르면, 오타니는 팀 동료 전원에게 동일한 모델을 전달하며 메시지를 일치시켰다. 2025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다저스에게 2026년은 현대 야구의 금기이자 꿈인 '3연패'에 도전하는 해다. 오타니는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력의 핵심부터 백업 멤버까지 모두의 머릿속에 '3-Peat'이라는 단어를 각인시켰다.

선수단의 반응은 경외에 가깝다. 베테랑 내야수 미겔 로하스는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시계를 평생 간직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선수가 우리에게 준 이 선물은 단순한 물건 그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는 오타니가 이미 경기장 안팎에서 다저스의 실질적인 정신적 지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역시 선수들에게 위스키를 선물하며 개막 분위기를 냈지만, 이날 라커룸의 진짜 주인공은 오타니가 설계한 '우승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선물 뒤에는 프로 세계의 냉혹한 단면도 존재한다. 기대를 모았던 김혜성은 이번 개막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며 이 시계를 받지 못했다. 같은 팀 유니폼을 입고 있어도 26인 엔트리에 들지 못한 이에게는 오타니가 선포한 '우승 선언'의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은 셈이다. 오타니의 시계는 다저스의 목표가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여정에 동참하기 위한 자격이 얼마나 엄격한지를 소리 없이 웅변하고 있다.
오타니는 개막전이 열리기 전 이미 팀 전체의 시계를 하나로 맞췄다. 이제 다저스는 그가 선물한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3연패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가올 시즌, 오타니가 설정한 이 야심 찬 시간표가 필드 위에서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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