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D.P.‘는 제 인생의 변곡점이죠”[인터뷰]

배우 정해인에게 또 하나의 인생작이 남았다. 종합편성채널 JTBC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로 ‘국민연하남’ 칭호를 얻었다면 OTT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D.P.2’로는 배우로서 더 넓은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 역시도 체감하는 바였다.
“‘D.P.’ 시리즈는 제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변곡점 같은 작품이에요. 이 작품으로 인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영역의 이야기들을 스스로 찾은 느낌도 나고요. ‘베테랑2’에 들어가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류승완 감독이 ‘D.P.’를 너무 재밌게 봐서 그렇게 됐고요. 요즘은 어디 돌아다니면 남성 팬들이 ‘D.P.’ 잘 봤다고 해주는데, 그게 참 감사하고 뿌듯했어요.”
정해인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D.P.’ 시즌2로 돌아온 소감과 엇갈린 평에 대한 생각, 직접 돌아본 군시절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 “시즌2, 다시 입대하는 느낌 조금 괴로웠어요”
그는 이번 시즌에서도 ‘호열’(구교환)과 합을 맞춰 탈영병들의 뒤를 쫓는다. 시즌1과 달라진 건 조석봉(조현철) 사건 이후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그런 탓에 ‘호열’과 다시 뭉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불호평들이 쏟아지기도 햇따.
“함께 연기를 많이 못한다는 건 아쉬움이 있지만 극의 흐름상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두 사람 모두 어린 나이에 조석봉이 스스로 총을 쏘고 기동대에 둘러싸인 걸 봤잖아요. 너무 큰 사건을 겪어서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을 거예요. 그래서 시즌1처럼 버디물로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장면은 이태원 편에서부터 잠깐씩 나올 수 밖에 없었고요. 전 극의 흐름에 맞게 잘 갔다고 생각해요.”
극 중 준호 역시 트라우마를 세게 겪는 바람에 외적으로도 변화를 표현해줘야 했다고.
“대본에 ‘수척해진 안준호’라고 써 있었어요. 샤워장에서 픽픽 쓰러지는 장면도 있었기 때문에, 시즌1보다 건강해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청난 충격을 받으면 입맛이 떨어지니까요. 그래서 촬영할 땐 밥을 거의 안 먹었어요. 체력적으로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빠르게 고갈됐고, 컨디션 조절에 힘을 많이 쓰기도 했죠. 기차 액션신 같은 경우에도 악에 받쳐서 했어요. 쓰러지더라도 촬영하다 쓰러지자는 마음으로요.”
2008년 입대했던 그는 이번 시리즈를 찍으면서 재입대하는 기분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여러가지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어요. 촬영하면서도 처음 마주한 갈등 때문에 괴로워했던 적도 있고요. 대한민국 군대 다녀온 남자라면 알겠지만 재입대하는 꿈, 생활관에 다시 있는 꿈을 꾸면 소리지르면서 깨잖아요. 악몽이죠. 근데 전 ‘D.P.’ 시즌1 할 때부터 그걸 느꼈어요. 고증이 정말 잘 된 내무반으로 들어가서 머리 빡빡 밀고 연기할 때 너무 긴장해서 괴롭더라고요. ‘이병 안준호’를 외치는 대신 ‘이병 정해인’이라고 해서 NG가 나기도 했다니까요. 전 식은 땀을 흘리기도 했고요.”

■“조석봉과 마주하는 엔딩,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시즌1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조석봉 총격 사건은 자연스럽게 시즌2를 지배하는 배경이 됐다. 그런 이유로 안준호를 찾아오는 조석봉과 엔딩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라 불릴 정도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저도 그 장면을 보면서 조석봉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 입장에선 부대가 가장 두렵고 끔찍한 곳일텐데, 그럼에도 부대 안에 있는 안준호를 찾아오잖아요. 판타지 같으면서도 참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요. 사실 그 장면은 첫 테이크에 바로 오케이가 됐어요. 조현철과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데 서로 어색한 공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도 연기자로서 욕심이 나니까 몇 테이크 더 가자고 했고 연기를 했는데, 머리로 계산해서 그런지 연기가 이상해지더라고요. 지문에 ‘지금껏 우리는 준호의 그런 환한 웃음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라고 쓰여 있었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 좀 부담스럽기도 했고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기분도 들고 조석봉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맙기도 한 복잡한 감정이랄까요. 직접 찾아와줘서 준호의 큰 짐을 덜어준 것 같아 후련한 마음으로 환하게 웃었어요.”
황장수(신승호)와 조우하는 장면도 두고 두고 회자되고 있다. 그 역시 군 시절 ‘황장수’ 같은 인물이 있었다며 슬쩍 입을 열었다.
“워낙 오래된 얘기라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어느 집단이나 회사에서도 그런 상사, 선임 한 명쯤은 다 있잖아요? 전세계적으로도 그럴 걸요. 그게 아마 많은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저의 ‘황장수’는 누구였냐고요? 전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지운 것 같은데요. 하하.”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준호’를 두 시즌에 걸쳐 연기하면서 인장처럼 남은 버릇도 생겼다고 한다.
“뭔가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면 요즘은 못 참겠어요. 돌아버리겠더라고요. 마음이 꿈틀꿈틀거려요. 그래도 ‘준호’보다는 융통성 있고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할 수 있는 건 다른 점이겠네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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