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살인' 첫 재판서 "정당방위" 궤변…방청석 유족은 분노의 외침

백씨 "국가 권력 사찰", "피해자, 미행하는 중국 스파이" 주장

지난달 1일 서울서부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살해한 백모씨가 출석하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은평구에서 일본도로 이웃 주민을 살해한 30대 백모씨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권성수)는 30일 오전 11시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백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백씨 측 변호인은 이날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정당방위 행위에 해당한다"며 "총포화약법 위반에 대해선 일본도를 사용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모욕 혐의에 대해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다"고 했다.

백씨도 입을 열었다. 그는 범행 이유에 대해 "국가 권력이 나를 사찰한다", "(피해자가 나를) 미행하는 중국 스파이"이라고 했다. 앞서 백씨는 지난달 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 전 취재진에게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자의 모친이라고 밝힌 유가족 B씨는 이날 방청석에서 "사형시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지난 7월29일 밤 11시27분쯤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정문 앞 길거리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 A씨에게 약 1m 길이의 일본도를 수차례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결과 백씨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여러번 마주친 A씨가 중국 스파이라고 생각하고 집에 있던 일본도를 골프 가방에 넣고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던 중 단지 정문 앞에서 A씨를 발견한 후 일본도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범행 직후 달아났으나 약 1시간 뒤 경찰에 붙잡혔다. 백씨는 범행 당시 마약이나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또 범행 전날 서울 은평구 한 카페에서 '쳐다본다'는 이유로 B씨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한 혐의도 받는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울 은평구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30대 남성 백 모씨가 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살인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4.08.01. mangusta@newsis.com /사진=김선웅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