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중독되는 릴스·쇼츠… 'SNS 규제' 여론 불붙일까

김지현 2024. 10. 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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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쇼트폼 중독 심각
EU는 알고리즘 공개 요구, 미국은 소송전
국내 SNS 규제 입법 논의는 '걸음마 단계'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들의 쇼트폼(짧은 동영상)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영업 비밀인 추천 알고리즘 설계 방식이 스마트폰 중독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를 보면 9월 국내 유튜브 이용자의 사용 시간은 18억109만5,000시간으로 2023년 9월(16억4,551만 시간)에 비해 9.5% 증가했다. 이는 카카오톡(5억2,737만5,000시간)과 네이버(3억2,973만2,000시간)의 9월 사용 시간을 합친 것보다 두 배가 많다. 인스타그램 이용자의 9월 사용량은 3억7,893만1,000시간으로 지난해 9월(2억6,666만2,000시간)에 비해 42.1%나 폭증했다.

국내에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성장세가 가파른 것은 짧은 동영상 콘텐츠의 인기 영향으로 분석된다. 유튜브는 쇼츠, 인스타그램은 릴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는 15일부터 유튜브에 올릴 수 있는 쇼츠의 최대 길이를 1분에서 3분으로 늘리며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쇼트폼 콘텐츠의 원조인 틱톡의 콘텐츠 길이가 최대 3분인데 이를 쫓아간 것. 쇼츠의 시간을 늘리면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청소년 10명 중 4명 스마트폰 과의존… "쇼트폼 중독 심각"

그래픽=신동준 기자

문제는 쇼트폼 콘텐츠의 알고리즘이 이용자, 특히 청소년의 '디지털 중독'을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2023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를 보면 청소년은 10명 중 4명(40.1%)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됐다. 이런 과의존 위험군은 쇼트폼 사용률이 일반 사용자에 비해 높은 경향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유아동(만 3~9세)의 34.7%, 청소년(만 10~19세)의 36.7%가 쇼트폼 시청 시간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짧은 영상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로는 플랫폼 기업의 '치밀한 알고리즘'이 꼽힌다. 플랫폼은 사용자를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해 영상 시청 이력, 시청 시간, 검색 기록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과거 지인 기반 소셜미디어가 인기를 끌던 시절에는 지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주로 노출시켰지만 최근 쇼트폼 플랫폼들은 초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선호한다"며 "이용자가 몇 초 동안 영상을 보다가 멈췄는지, 빨리감기나 되감기를 했는지 등도 알아차려 반영하는 등 쓰면 쓸수록 맞춤형 알고리즘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주요 선진국 SNS 규제 강화… 국내 논의는 '걸음마'

골프, 인스타그램. ⓒ게티이미지뱅크

쇼트폼 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플랫폼의 알고리즘 부작용을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각국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달 초 틱톡과 유튜브 등에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의 설계와 기능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요청서를 발송했다. 플랫폼들은 고유의 영업 방식이라는 이유로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EU가 확인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메타가 의도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청소년 사용자를 중독시키는 기능을 배치했다는 이유로 여러 주(州) 정부들이 소송을 낸 상태다. 호주는 SNS를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설정하는 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논의는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일단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 규제 기조를 내걸고 관련 기업과의 협조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회에서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하는 정보보호법 개정안,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 사업자가 14세 미만 아동의 회원 가입을 거부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이 플랫폼에 대한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만큼 국내 입법 방향도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고 봤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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